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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추모 방북불허는 6.15 공동선언 전면 부정이다-박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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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7.23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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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순(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4.15 총선이후 좋게 발전되어 가던 남북관계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4.15총선은 6.15 공동선언의 승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6.15 공동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사사건건 6.15 공동선언 죽이기에 앞장섰던 한나라당도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4.15총선 이후 6.15 공동선언이 남북관계발전에 기여하였으며, 향후 한나라당도 남북관계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단언하였던 것이다.

이로부터 총선이후 민심과 여론은 남북관계발전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표시하였으며, 개성공단이 착공되고 처음으로 장성급 회담이 열려 남북 군사합의서가 채택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순조로운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지난 7월 8일 고 김일성 주석 10주기 추모행사에 참가하려던 남측 민간 추모대표단의 방북을 노무현 정부가 가로막은 사태로부터 남북관계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남북관계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일과성 해프닝으로 여기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 사태의 본질과 그 심각성, 해결을 위한 방도를 밝혀 보려 한다.

1. 사태의 배경과 전말

지난 1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고 문익환 목사 서거 10주기 추모행사에 북측의 주진모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추모대표단 7명이 서울을 방문하여, 남북 공동 추모행사가 열렸다. 그 뒤를 이어 지난 4월 4-7일까지 중국 연길에서 늦봄 문익환 목사 서거 10주년을 맞아 늦봄 문익환 목사의 방북 15주년을 기념하는 남북통일토론회에 북측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을 대표로 하는 북측 대표 11명이 참석하였다.

이처럼 북측은 문익환 목사 서거 10주기를 맞아 열린 각종 추모행사에 열과 성의를 다하여 대표단을 파견하여 문익환 목사의 서거를 추도하고 생전에 문익환 목사가 걸어온 통일의 길을 높게 평가하고 기렸다.

고 문익환 목사의 미망인인 박용길 장로와 문익환 목사의 통일의 뜻을 실현하기 위하여 설립한 통일맞이가 김일성 주석 서거 10주기 추모행사에 답례로 참석하려고 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인륜적 도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참여정부는 “조문문제로 남북교류 협력에 새로운 장애가 조성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박용길 장로 가족들의 평양방문길을 차단하였다.

2. 현 사태에 대한 북측의 입장과 현 정부의 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알려진 대로 매우 강경하다.

북은 추모단의 방북이 불허되자 지난 8일 조평통이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체제를 부정하고 우리를 대화상대로 하지 않으려는 자들과는 더 이상 상종할 의사가 없으며 북남사이에 초보적인 인사내왕도 가로막으려는 자들에게는 내왕의 길을 열어줄 생각도 없다”고 강도 높은 비난성명을 발표하였다.

뒤를 이어 북측 민화협은 7월 9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당국은 10년전 문민정권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상전래의 윤리도덕을 저버리고 북남관계를 단절과 대결국면으로 몰아가려는 천추에 용납 못할 대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북측 조평통과 조국통일연구원은 7월 17일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남측 정부에 보내는 공개질문장을 발표하였다.

① 현 ‘참여정부’는 파쇼적인 ‘문민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며 당국의 예의는 고사하고 민간 추모대표단의 평양방문조차도 불허하는 망동을 부렸는데, 도대체 현 ‘참여정부’라는 것이 과거의 파쇼적인 ‘문민정권’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② 대양건너 상전을 조문하는 데는 선참으로 달려갔던 남측 당국이 동족의 행사에는 굳이 외면하면서 추모방문의 길에 오른 80고령의 노인의 북행길마저 가로막는 범죄행위를 감행하였는데, 남의 나라에는 조문하러 가면서 동족의 추모행사에 오는 80고령 노인의 앞길까지 가로막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③ 청와대는 남측 대표단의 평양방문과 관련하여 “북을 만족시키기 위해 법과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지침’이라는 것을 하달하여 평양방문을 불허하였는데, 나라의 통일을 위한 민족공동헌장이 6.15공동선언을 떠난 ‘법’과 ‘원칙’이란 있을 수 있는가?

④ 우리 민족끼리 손을 잡고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오늘의 6.15시대에 동족을 ‘반국가단체’로, ‘적’으로 선포한 ‘보안법’과 ‘주적론’을 내들 내기를 한다면 도대체 누구와 협력하고 누구와 통일하겠다는 것인가? 역사적인 6.15시대와 동족을 ‘적’으로 삼는 ‘보안법’이나 ‘주적론’이라는 것이 과연 양립될 수 있는가?

⑤ ‘참여정부’는 이미 지난해에도 천만부당한 ‘대북송금특검’을 실시하여 북남수뇌상봉과 6.15공동선언을 모독하고 북남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하였다. 이번 사태는 곧 그 연장선상에서 감행된 것으로서 사실상 6.15공동선언과 그 이행을 가로막고 북남관계를 파괴할 것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남측 당국은 6.15공동선언을 존중하는가 부정하는가, 북남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

북측은 이상과 같은 성명과 공개질문장을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지난 7월 8일부터 남측인사들의 평양방문길을 차단하여, 평양방문을 예정했던 많은 단체와 인사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북측은 지난 7월 중순에 금강산에서 있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중단하려고 하였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상봉을 염원했던 가족들의 심정을 고려하여 그것만은 중단하지 말자고 일꾼들에게 호소하여 중단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남측 참여정부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루어 진 것만을 놓고 북측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속단을 내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보이지 않은 채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북측 조평통 대변인의 성명에 대해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이 생겨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평을 내고, “우리측 일부 단체와 개인들이 방북을 포기한 것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남북관계의 발전을 고려하여 심사숙고 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것을 북측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며 “이 문제가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라는 지극히 안이한 태도로 보여진다. 그리고 심지어는 지난 19일 평양방송이 김일성 주석 10주기 추모대표단 방북불허를 비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납득할 만한 입장을 밝혀왔음에 북측이 조문방북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정부를 비난하고 대통령까지 거론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북측은 조속히 예정된 회담과 교류를 진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앞으로 북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적반하장격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3.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도적인 추모행사 참여 불허문제로 인해 전체 남북관계가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실 6.15 공동선언 이후 북측에서 남측의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북의 입장으로 볼 때 남북관계 전체에 대한 재검토 및 재평가로까지 발전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현 참여정부를 10년 전 문민정부와 직접 비교한 것 자체가 북측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남측의 참여정부는 과연 북측처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가? 현재 보여지는 남측 정부의 태도는 전혀 ‘아니올씨다’이다.

현재 추모대표단 방북 불허로 야기된 남북간의 긴장국면을 해소하고, 남북대화와 화해협력을 지속시켜 나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선차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점은 이 문제에 대한 남북 당국자 간의 상호 인식차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우선 남측의 참여정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현 정세에서 추모대표단의 방북문제는 참여정부의 6.15 공동선언 준수의지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데에 있다. 솔직히 노무현 정부가 6.15공동선언을 준수할 의지가 있는가? 라는 점에서 내외의 의심을 받아왔었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초기부터 의식적으로 6.15 공동선언에 대한 지지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모호한 태도와 입장을 취해왔다. 게다가 취임초기 대북 송금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다는 법무장관의 의견을 무시하고 당시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어 남북관계 발전에 장애를 조성하였다.

그 당시 거부권행사를 포기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법과 원칙>이었다. 반민족적 반북대결적인 <법과 원칙>만이 지배하던 조건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사실 남북관계 개선의지가 없음을 직간접적으로 고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화해협력정책 그리고 그 결실인 6.15 공동선언을 준수하고 이행할 적극적 관심과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자주통일세력들은 한나라당이 의회를 지배하는 조건에서 불가피한 발언이며, 태도라고 생각하고 아량있게 넘어가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4.15 총선으로 열린우리당이 국회과반수를 차지하고 자주통일세력인 민주노동당이 의석 10석을 차지하고 김대중 정부의 화해통일정책을 지지해온 민주당이 의석9석을 차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조차도 남북 교류협력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그뿐인가?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치열한 대결도 제3차 6자회담을 계기로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정세도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에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측면에서 지금보다 유리한 조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가장 유리한 환경과 조건에서 추모대표단의 방북을 불허하였다.

이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며, 남북 자주통일세력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불리한 정세와 조건탓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6.15 공동선언 이행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며, 심각성이다.

정부의 불허논리는 그야말로 군색하기 그지없다.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방북을 불허하였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방북불허가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이 되고 말았지 않았는가? 또 남측 내부에 불필요한 이념적 논쟁과 갈등을 야기하여 남북관계 발전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염려하여 방북을 만류하였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군색하기 짝이 없다.

노무현 정부는 조중동을 비롯한 반통일수구세력들이 어떠한 존재들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훼방을 두려워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논쟁과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어떠한 타협과 굴종이 없이 올바른 길이라면 주저없이 선택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한 대통령이 논쟁과 갈등, 발목잡기를 두려워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저러한 군색한 변명을 하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가 방북을 불허한 진짜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는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굽히고 들어갈 수 없다”는 말에 집약되어 있다. 이 말속에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관과 대북정책의 기본 기조가 집약되어 있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① 반북대결적 대북관이다

6.15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이자 남북관계발전의 기본 전제는 남북대결적 관점에서 남북 화해협력적 관점으로의 전환이다. 또한 화해협력의 기본 전제는 상대방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화해협력도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체제와 제도를 무시하고 깔보고 경시하는 자세와 태도, 체제우월론적 관점에서 화해협력을 추진하는 자세와 태도로는 남북화해협력을 촉진시켜 나갈 수 없다. 그리고 당연히 6.15공동선언을 이행해 나갈 수 없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내에는 김대중 정부와 달리 이러한 자세가 결여되어 있다. <굽히고 들어갈 수 없다>는 말 자체가 바로 남북관계를 체제경쟁적, 남북 대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6.15공동선언을 이행하고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을 위해서라면 <열 번이고 백번이고 굽히고 들어가도 좋다>는 자세가 옳지 않은가? 아니 굽히고 들어가는 자세를 가져야 진정한 화해협력과 통일이 가능한 것 아닌가?

남이나 북이나 수십 년 동안 스스로 가꾸고 발전시켜온 체제와 제도에 대한 애착과 긍지와 우월성을 갖고 있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당연하다. 그런데 남북화해협력과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려면 서로 각자 가지고 있는 이러한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은 굽히고 들어가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서로간에 진실한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진실한 믿음과 신뢰이 형성되어야 남북화해협력이 튼튼하게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지금의 정세에서는 남측에게 그러한 자세가 특히 요구된다. 왜냐면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이후 북측에서는 남측에서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지나 않은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굽히고 들어갈 수 없다>는 자세는 상대방을 대결과 경쟁의 대상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굽히지 않고 우월적인 입장에 설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사고함으로서 남북간에 끊임없는 불신과 대결을 양산함으로서 남북관계를 대결적 관계로 몰아가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그러한 자세와 태도야말로 상대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낳아 남북관계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② 6.15공동선언 실천의지의 결여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는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남북관계를 처리해 나가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민간추모 대표단의 방북이 어떠한 법과 원칙에 위배되는지 밝혀야 한다. 그것은 말할 나위없이 <주적론>과 <국가보안법>에 위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답해야 한다. 6.15공동선언 자체가 <주적론>과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6.15 공동선언과 <주적론><국가보안법>은 명백히 적대적인 대립관계 상극관계이다. 주적과의 화해협력은 어불성설이며, 반국가 단체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국가보안법>과 <주적론>을 지키면서 6.15공동선언을 이행하여 남북화해협력과 통일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얘기인가?

노무현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은 솔직히 6.15공동선언의 이행문제를 민족적 발전의 사활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주변 여건이 좋으면 6.15공동선언을 이행해 나가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무리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이며, 안이한 자세와 입장의 표현인 것이다. 즉 6.15공동선언 이행에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없다는 의미이다.

사실 김대중 국민의 정부가 사적인 이익을 위한 부정부패행위도 아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역사적인 과업을 수행하는데 합법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었더라면 왜 굳이 불법송금을 택했겠는가? 결국 그 당시의 냉전적이고 반북대결적인 법과 제도에 얽매이게 되면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는 현실속에서 냉전적인 <법과 원칙>이냐? 아니면 <민족적인 대의>이냐의 선택만이 있을 때 과감히 민족적 대의를 선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결단이 없이 어떻게 반북대결적 <법과 원칙>이 판치고 있는 세상에서 남북 화해와 통일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겠는가?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국가보안법>과 <주적론>이 활개치고 낡은 반통일적 악법과 제도 관행이 지배하는 조건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사실이 이러할 진데 추모대표단의 방북불허 문제를 덮어 놓고 나간들 그 어떠한 긍정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추모대표단 방북불허에 대한 북측의 격렬한 분노는 인륜과 천륜을 무시한 행위에 대한 북측 민중의 분노도 담겨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막말로 노무현 정부의 입장과 원칙이 현재대로라면, 이번 추모대표단 방북문제를 대범하게 이해하고 넘어 간들 아무런 긍정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현상태로라면 제2 제3의 추모대표단 방북불허 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한 진단이다. 아마 북측 당국자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 정부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취하고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4. 노무현 정부는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하고 나라를 부정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야당이 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을 넘어 나라를 바로 잡고 근간을 지키는 것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해를 수호하기 위해 본분을 다한 군을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칭찬하기보다 질책하고, 간첩혐의로 복역한 사람이 군 장성을 조사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안법의 철폐는 절대 안되며, 운용상의 문제가 있는 몇 가지 부분은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 북한은 하나도 고치지 않고 있는데 상징적인 법인 보안법마저 무장해제하라는 것이냐”고 노무현 정부에 이념공세를 들이댔다.

박근혜 대표는 다 알다시피 한나라당에서 그래도 가장 유연하고 남북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알려지고 있는데 그러한 박근혜 대표마저 반북대결전 냉전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법과 원칙>을 앞세우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전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서 남북관계를 풀어간다는 것은 반북대결적 냉전수구세력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이 반발하지 않을 범위 내에서만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식으로는 절대로 화해협력적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없다. 그것은 공상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는 <6.15 공동선언>인가?, 아니면 <법과 원칙>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투명성>인가? 아니면 <민족의 미래>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전국민적 합의>인가? 아니면 <화해,협력, 통일에 대한 민족의 열망>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어떠한 힘에 의거하여,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어떠한 방법으로 6.15공동선언을 이행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엄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반북대결적 수구반통일 세력에게 아부하거나 타협을 통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한다면 그것은 연목구어이다. 오로지 민족의 화해협력, 자주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적 열망과 에네르기, 그속에서 분출되는 민족적 힘과 투쟁력을 굳게 믿고 노무현식대로 비타협적으로 당당하게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과 싸우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야 한다. 바로 그 길만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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