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은 수사결과 북괴 김정일의 지령에 따라 자행된 가공할 사건임이 밝혀졌습니다."
"대한항공 858기 수사발표는 전두환의 지령에 따라 자행된 가공할 대국민 사기극임이 밝혀졌습니다."

지난 17년간 숱한 의혹이 제기되어온 KAL858기 사건에 대한 가장 최근까지의 추적 결과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 책 제목이 상징하듯 저자 신동진은 이 사건을 철저히 안기부와 국정원의 '조작과 은폐'로 단정짓고 있다.

역사적 산물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 신동진 지음, 창해출판사
일찍이 1990년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野田峯雄) 씨가 김현희의 행로를 쫒아 발로 쓴 『파괴공작』을 펴낸 이래 최근에 서현우의 소설 『배후』등이 출간된 적이 있지만, 최근까지 발견된 의혹들을 담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으로는 이 책이 유일무이하다.

한 마디로 KAL858기 사건에 관한 지금까지 밝혀진 거의 모든 의혹이 집대성된 결정판인 셈이다.

여기에는 노다 씨가 확인한 의혹들을 비롯해서 최근 방송 3사, 특히 'KBS스페셜-KAL858의 미스테리'에서 확인된 의혹 등 기존의 거의 모든 연구와 추적의 성과가 담겼다.

뿐만 아니라 지난 17년간 끊임없이 진상규명을 주장해온 'KAL858기 가족회'와 2001년 말부터 움직여온 '김현희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의 노고와 주장들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물론 저자의 남다른 노력과 분석력이 더해져서 이 책이 더욱 빛나고 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저자 신동진의 저술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산물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특히 저자 신동진은 가족회와 시민대책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 단순한 저술가가 아니라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실천가라는 점에서 이 책은 연구보고서일 뿐만 아니라 연구와 진상규명을 연결시켜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저자의 '조작과 은폐'찾기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KAL858기 사건에 대한 당시 안기부의 수사결과 발표를 밝혀진 의혹들에 근거해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첫 시작도 안기부가 발표한 수사결과가 6하 원칙에서 '무엇을(KAL858기를)'을 빼고는 모두 틀렸다는 논박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 반박할 수 없는 의혹점들을 근거로 추론을 제시해나간다. 예를 들어 김현희와 김승일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사진중 4장이 공개됐으며, 모두 '30여 장'이라는 언론보도와 26장이라는 국정원 답변, 25장이라는 검찰 공소장을 비교하며 "이런 사진 매수의 차이는 고의적인 은폐 기도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사진이 찍힌 위치와 각도 등을 다큐멘터리 감독답게 분석해 "보통 누군가를 염탐할 때, ① 위치에서 망원렌즈를 사용해 촬영을 하곤 한다"며 누군가 김현희와 김승일의 행적을 뒤쫒고 있었다는 추론으로 이어간다.

이 책은 따라서 단순히 의혹점들을 모아둔 책이 아니라 추론과 새로운 각도에서의 조명을 통해 '조작과 은폐'를 '입증'한 책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김승일과 김현희는 남한의 '이중간첩'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2장 실종미스터리, 3장 '범인은 따로 있다', 4장 '수사는 없었다', 5장 '공작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각각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2장에서는 KAL858기 사건 이후 시신이나 기체 한 조각 발견하지 못하고 엉뚱한 산악지대만 수색했던 의혹을, 3장에서는 북한공작원이자 KAL858기의 폭파범으로 발표된 김현희와 김승일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84년 북한 공작원으로 유럽 현지적응훈련을 받았다는 김현희와 김승일, 그리고 87년 KAL기 폭파범으로 붙잡힌 김현희와 김승일(음독자살)이 동일인이 아닐 수 있으며, 김현희와 김승일이 이미 우리 정보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던 2중간첩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 증거들을 제시하며 추론했다.

김승일이 국정원이 최근에 밝힌 김일선일 가능성도 있지만 미야모토 아키라(이경우)의 형이자 남파간첩으로 67-70년경 체포된 이지우일 가능성과 김현희가 이경우나 이지우의 딸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을 정보기관에서 활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지방행정법원이 정보공개청구거부처분취소 판결문에서 '소지하고 있는 조선노동당원증이 위조된 것은 아닌지...'라고 서술한 대목은 이후 김현희의 신분을 확인하는 데서 결정적인 논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4장에서는 국정원 답변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을 거론하고 특히 김현희의 귀모양과 '화동'(花童)사진에 대한 최근까지의 공방을 소상히 다루고 있다. 김현희의 귀모양과 화동사진의 진위여부야말로 김현희가 가짜일 수 있다는 결정적 사안이다.

5장에서는 KAL858기 탑승객 명단조차 여기저기서 일치하지 않은 점과 사건이 진행되기도 전에 터져 나온 언론보도들을 세세히 예시하며 이 사건이 조작됐음을 제시하고 있다.

진상규명의 '결정타'

이 책을 발간한 도서출판 창해는 이미 서현우의 『배후』, 노다 미네오의 『파괴공작』을 번역한 『김현희의 파괴공작』을 출간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현 국정원 직원들의 명의로 2억 5천만원과 10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기한 『김현희의 파괴공작』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이제 이 책들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조작과 은폐'를 단정짓는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가 발간됐으니 국정원측의 대응이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17대 국회에서는 KAL858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대통령 직속기관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는 이 사건까지를 의문사의 범주에 넣어 재조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17년간 '큰 침묵의 바다'에 침잠해 있던 KAL858기 사건 진상의 감추어진 꼬리를 마침내 드러내게 한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는 침묵과 회피, 변명으로 일관해온 국정원에게 결정타를 안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은 "제 남편의 죽음을 저는 지금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피해 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맹성을 촉구"받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만인에게 이 책을 꼭 권해 빚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다.

KAL858기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거든 이 책을 펼쳐보라. 상식의 눈을 가진 누구라도 '조작'이라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상식의 눈을 가진 자에게는 거짓은 거짓으로, 진리는 진리로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사족을 덧붙인다면, 역사는 수고한 자들에 대한 기록에 인색하기 마련이거늘  'KAL858기 가족회'와 '김현희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의 활동을 책 속에 더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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