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도서관에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1987년 KAL858기 '실종'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진상규명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김현희, 김승일의 신분 문제 등 새롭고 구체적인 의혹들이 자세히 제기돼 향후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오후 3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KAL858기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주최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토론회'에는 열린우리당 김태홍, 김희선, 박병석, 정청래 의원이 참석해 관심을 표명했으며, 민주노동당 이정미 최고위원이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의원들,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다짐

▶ 인사말을 한 열린우리당 정청래(왼쪽), 김희선 의원.
[사진제공 - 도서출판 창해]
김희선 의원은 "우리 한국 현대사에서 과거사를 무시하고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며 "과거사를 바르게 규명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데 그 중의 하나인 칼기사건도 꼭 진상을 규명해야 되리라 본다"고 말하고 "의원들이 힘을 합쳐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고 인사했다.

정청래 의원 역시 "이 문제도 과거사 청산 차원으로 바라봐야 되고, 의혹이 있으면 규명해야 한다"며 "국회 내에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고 인사했다.

이정미 최고위원은 주제발표 후 지정토론에서 의혹들은 충분히 제기됐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10명의 의원들과... 국정조사의 여건을 만들고 진상규명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현재 민주노동당은 국정조사를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국민적 여론과 관심을 더욱더 확대시켜내야 국회의원들도 힘을 가질 수 있다"며 대중적 여론형성을 부탁한 뒤 "민주노동당이 앞에서 많은 노력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KAL858기 가족회'(이하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인사말에서 "높은 자리에 계시는 분들 정말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사랑한다면 함부로 짓밟지 말고 외면하지 말며 국민의 알권리를 기본적인 것이라도 보호해달라"고 말하고 "긴긴 세월 너무 지치고 힘도 없습니다. 진상규명에 힘을 실어주십시요"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84년 김현희'는 '87년 김현희'가 아니다?

시민의 신문 정지환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KBS 스페셜 - KAL858기의 미스터리'를 연출한 KBS의 류지열 PD와 신간『KAL858, 무너진 수사발표』(도서출판 창해)의 저자인 대책위 신동진 사무국장이 발표자로 나섰고, 소설 『배후』의 저자 서현우씨와 민주노동당 이정미 최고위원이 토론을 맡았다.

▶발표자 류지열 PD.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첫 토론 발표자 류지열 PD는 "고영구 국정원장이 인격을 걸고 사건 발표가 사실이라고 했는데 저는 제 인격을 걸고 방송내용이 완벽한 사실이다"고 주장하고 "문제가 있다면 정식으로 토론하고, 고소하면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류지열 PD는 "요즘 김선일씨 사건 발표와 비교해 볼 때 KAL858기 사건을 지금 발표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며 자신의 취재로 확인한 결과 "무수한 점들이 모두 틀리다면 어떻게 선이 형성될 수 있느냐? 안기부의 수사발표는 논리적으로 무너졌다"고 단언했다.

류 PD는 안기부가 수사결과 발표 당시부터 평양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굉장히 강조했지만 "일본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그 근거로 당시 김현희가 진술한 평양-모스크바행 비행기편이 없었던 점과 소지하고 있던 여권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판결문에 김현희가 조선노동당원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했지만 당증 번호를 모른 점 등 김현희가 북한에서 출발한 북한 공작원이었다는 기초 사실부터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류 PD는 "84년과 87년의 김현희는 다른 것 같다"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현희 소지품중에 발견된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호텔 메모지는 84년 여행시 취득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김현희가 자신의 주소로 제시한 평양시 '문수구역'도 82년에 신설됐다 84년 폐지된 뒤 87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은 행정구역이었다. 또한 83년 생산된 일제담배를 소지한 점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김현희가 묵었다고 증언한 암파클링호텔에 대한 잘못된 진술도 84년에 묵었던 아스트리아호텔과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현희의 자백은 84년은 상당히 정확하지만 87년 기억은 거꾸로 전혀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며 "김현희는 87년 이전에 우리 정보기관에 포착되지 않았나"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류 PD는 음독하지 않은 김현희가 음독한 것처럼 위장한 점, 김현희가 진술한 라디오 폭탄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점, 공항에서 건전지 검문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 비행기의 폭파흔적이 없는 점, 비행기 폭파 시간과 위치가 번복되고 있는 점, 도주경로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점 등 자신이 현장취재를 통해 확인한 의혹이나 거짓들을 슬라이드 화면과 함께 설명했다.

▶ 소설 『배후』의 작가 서현우씨(오른쪽)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서현우 작가는 지정토론에서 "수사당국 발표가 틀린 것이 무엇인가 보다 맞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훨씬 쉽다"며 여권 스탬프에 찍힌 기록 등을 근거로 김현희의 평양출발 자체부터가 무너졌고 일본과 태국에 출입했다는 사실도 수사당국의 발표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암호수첩과 전화번호, 조선노동당원증 소지 등 공작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과 틀린 주소 등으로 미뤄 "안기부가 사실들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든가 옛날 정보력에만 의존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승일, 김현희는 남한의 '이중간첩'?

신동진 사무국장은 자신의 신간 저서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의 핵심내용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두 번째 주제 발표를 했다.

▶발표자 신동진 사무국장(맨 왼쪽)이 자신의 책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를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신동진 국장은 "류지열 PD와 각자 따로 취재했지만 결과를 보니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며 류 PD가 김현희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 것과 달리 공범 김승일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신 국장은 2004년 5월 국정원이 "김승일의 본명은 김일선"이라고 밝힌 데 대해 "어떤 저의를 갖고 이런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84년 김승일은 북한 공작원으로서 해외적응훈련 기간중 6일간 '하치야 신이치' 여권을 사용해 한국에 체류한 기록이 확인되며 제주도에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당시 수사당국이 여권위조에 개입한 북한 공작원으로 발표한 미야모토 아키라(이경우)의 고향이고, 이경우는 간첩으로 체포된 일이 있는 형 이지우와 연결된다.

▶가족회 차옥정 회장(오른쪽)이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또한 이미 알려진 김승일 부검 감정서에 부착된 의문의 사진도 이지우일 가능성이 있고 1967-1970년 사이에 간첩으로 체포될 때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이지우의 쌍둥이 딸과 이경우의 막내딸이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밝혀져 이들 중 누군가가 김현희일 가능성도 새롭게 제기했다. 이지우의 쌍둥이 딸 초미씨는 87년 4월 삼촌 이경우의 호적에 입적하고 6월 재일본 민단에 등록하기도 했다.

김승일의 신원에 대한 의혹중 84년과 87년 필체가 서로 다른 점도 '김승일=미야모토 신기치=김선일', '김승일=이지우'라는 두 명의 김승일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김현희는 이지우의 쌍둥이 딸 이일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즉 남파간첩으로 체포돼 전향한 아버지 이지우에 의해 포섭된 남한 공작원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 외에도 신동진 국장은 유명한 김현희의 '칼귀' 논쟁을 최근의 자료와 논쟁까지 수용해 자세히 설명했으며, 이동복 전 의원이 자신이 김현희로부터 꽃을 받았다는 주장을 '거짓'이라고 논박했다.

이정미 최고위원은 토론에서 대책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평가하고 "복잡한 일일수록 간단한 이해 방식은 그 일로 가장 피해를 본 세력이 누구이고 가장 이득을 본 세력이 누구인가이다"며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이 "새로 탄생한 노태우 정권"이라고 적시했다.

이 최고위원은 김선일씨 사건과 KAL858기 사건을 비교하며 "20세기 KAL858기 사건은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로, 21세기 김선일씨 피살사건은 이라크파병이라는 국익으로 국민이 희생된 사건"이라며 나라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의 견지에서 국민생명을 위협한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근 선생(맨 왼쪽)이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자유토론에서는 민족화합운동연합 유양원 선생은 김현희의 귀모양 의혹에 대해 재강조하고 "사건후 우리 정부가 태국에 대해 무상원조를 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달라"고 말하고 "노태우가 나중에 탄로나더라도 미국빽을 믿는 것 같다"며 미국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통일광장 이성근 선생은 "너무 지엽말단 문제로 흐르면 안된다"며 우리 역사에서 "미 CIA가 사사건건 간섭"해온 사실을 지적하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사건을 개별적으로 추적해온 마산에서 온 진재영 선생은 김현희의 귀모양 문제를 집중거론하고 월간조선이 2004년 2월호에 새로운 칼라사진을 제시한 데 대해 "한창 문제될 때 내놓지 않고 17년이나 있다가 내놓은 것이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다씨 입국금지, "국정원은 즉각 사죄하라"

사회를 맡은 정지환 기자는 "17대 국회는 뭔가 다르다"며 기대감을 표하고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며, 노다씨의 입국불허가 어쩌면 이 사건의 현재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며 노다씨가 이메일 통해 보내온 '도쿄에서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를 낭독했다.

▶토론회장의 노다 미네오씨 자리는 비어 있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KAL858기 사건을 파헤친『파괴공작』의 저자인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野田峯雄)씨는 이 토론회에 참석해 특별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지난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입국을 거부당해 다시 일본으로 되돌아갔다.

노다씨는 메시지에서 "저는 입관 당국에 분노를 느끼지만 그보다도 입관 당국에 '노다의 입국거부'를 지시한 국가정보원에 대해 더욱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국가정보원이 즉각적으로 이같은 자의적, 위법적 조치를 해제하기를 강력히,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사건의 진상규명"이라며 "그 길에는 국경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며 강한 연대의 의지를 표명했다.

노다씨는 "저는 저널리스트로서 사건의 진상규명을 지향하는 움직임을 가로막는 자들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진실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명확하게 항의하며, 모든 분들과 함께 끈기있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출판 창해의 전형배 대표(왼쪽). 노다 미네오씨의 『파괴공작』을 번역출간해
국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노다 미네오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대책위는 신성국 집행부위원장이 낭독한  '국정원은 더 이상의 은폐행각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노다 미네오씨를 입국 금지시킨 것도 바로 그 군부독재시대 행태의 연장선상"이라며 "참여정부조차도 이러한 국정원의 행태를 경험해야 한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노다 미네오씨를 입국 금지시킨 문제를 비롯해, 국정원이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갖가지 비상식적 행동들이 결국 국정원이 자멸하는 길"이라고 경고하고 △국정원은 노다 미네오씨 입국금지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 △국정원은 즉각 사죄할 것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을 전면 개혁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책위가 주관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사)언론인권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KAL858기 가족회, 통일연대가 공동 주최했으며, 민족21, 시민의 신문, 월간 말, 통일뉴스, 도서출판 창해가 공동으로 후원했다.

▶ 민주노동당 이정미 최고위원(맨 오른쪽)이 가족회 간부들에게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하고 있다. 맨 왼쪽은 진재영 선생.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