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체제수호의 일환으로 강조됐던 `모기장 전략`이 다시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 최근호( 2월22일자)는 미국 등 제국주의자들이 북한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기 위해 부르주아 사상문화와 퇴폐적인 생활양식을 유포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그 어느때보다도 모기장을 든든이 쳐야한다`고 주장했다. `모기장 전략`이란 모기에 비유된 자본주의 풍조가 북한내부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그 통로를 차단하고  봉쇄하자는 것을 말한다.

북한의 `모기장 전략`은 지난 9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옛 소련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붕괴와 이에따른 사회주의 이념의 몰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계층의 사상이완 현상은 북한당국의 가장 큰 고민이었고 `모기장 전략`은 이들의 사상성 강화의 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 `우리식대로 살자`는 슬로건도 이 무렵의 산물이었다.

지난 48년 공산정권 수립 이후 `최대의 시련기`였다는 90년대 초반과 현재 처해있는 북한의 대내외 정세는 그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어려운 경제형편이 그렇고 정치쪽 역시 김정일 총비서체제가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본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외교분야도 유럽연합국가 등과의 잇단 수교로 국제적인 고립에서 어느정도 탈피는 했지만 최대 현안인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개선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어 운신을 어렵게 하고있다.

2~3년전 부터 등장한 `고난의 행군``붉은기 정신` 등 여러가지 슬로건들은 북한의 이러한 어려움과 고민을 대변해 주고있다. `모기장 전략`의 재등장은 이들 어려움과 고민을 90년대 초반처럼 내부결속을 통해 극복하자는 정책의 하나로 지적되고있다. 당 정책홍보의 `위력한 무기`인 문학쪽에서 한때 뒷전으로 밀렸던 `계급교양주제` 작품이 다시 중시되고, 가요쪽에서 70~ 80년대의 체제찬양물들이 자주 소개되고 있는 것은 여기서 연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계급교양주제의 작품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소재로 해서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내용인데 최근호 조선문학을 종합한데 따르면 지난해 이후에만 해도 10여편의 성과작이 나왔다. 자주 소개되는 70~80년대 가요는 `동지애의 노래`와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등으로 평양의 언론매체들은 이 노래들을 전체 주민이 새롭게 불러야 할 가요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북한의 `모기장 전략`은 그러나 90년대 초반과는 내용상 크게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90년대 초반에는 사회주의 이념의 몰락이라는 조류를 막기위해 어쩔수 없이 선택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개혁과 개방을 위한 발판의 구축수단으로 이 전략을 선택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모기장 전략`은 김정일 총비서의 `신사고 정책`을 뒷받침 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며 실제로 이 점은 주민들의 문화생활에 어느정도의 다양성과 오락성을 가미하고 있는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바둑 기타 등의 권장과 수중발레의 TV 방영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지금 북한에서 다시 등장한 `모기장 전략`의 숨은 뜻은 무조건 외부사조유입을 막자는 것이 아니고 `어차피 막지 못할 바에는 면역이 될 만큼 조금씩 시차를 두고 들어오게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척호기자 200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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