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일(對日)비난공세가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비난의 초점은 2002년도판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사실왜곡과 일본 정부의 과거청산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에 쏠리고 있다.

일본 문부성에 검정을 신청한 중학교 교과서는 과거의 침략행위를 `동아시아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정당화하고 종군위안부 문제는 삭제하는 등 고의적인 역사왜곡을 자행, 한국과 중국 등으로부터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중순이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주요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하루에도 수 차례씩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11일 `역사 위조자들의 파렴치한 수작` 제하의 논평을 통해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아시아 인민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면서 이 같은 역사왜곡은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군국주의 사상으로  무장시켜 또 다시 해외침략의 길로 내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특히 일본 정부와 우익보수계층, 일부 언론까지 나서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항의를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적이  매를 드는 파렴치하고 뻔뻔스러운 행위`라면서 `일본은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지난날의 죄악에 대해 성근하게(성실하게) 반성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지난달 23일 담화를 발표, 일본 역사교과서에는 1910년의 한일합병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면서 이는 `국제사회의 정의와 도덕에 심히 어긋나는 매우 비열한 정치적 협잡행위일 뿐 아니라 치욕스러운 해외팽창의 전철을 다시 밟으려는 군국주의 야망을 다시금 드러내 놓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특히 `과거 일본이 무력에 의한 위협과 공갈, 사기협잡의 방법으로 조작해낸 한일합병조약 등 구조약은 전체 조선인민의 의사에 배치되고 명백히 국제법을 위반한 범죄였다`고 지적하고 일본이 과거범죄를 반성하지 않은 채 군국주의 부활로 나간다면 `수치스러운 패망의 말로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북한의 25개 사회단체는 지난 3일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일본의 역사 왜곡책동을 저지시키고 사죄와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남북한 및 해외동포들이 가족적인 공통투쟁을 벌여 나갈 것을 촉구했다.

호소문은 `일제는 극악무도한 살인자, 약탈자들`이라면서 일본반동들이 한일합병과 태평양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저들의 전대미문의 전쟁범죄를 미화하려는 날강도적이고 파렴치한 역사날조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와 함께 3.1절 82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일제의 조선강점 비법성에 대한 북남공동자료전시회`와 공동학술토론회에 참가한 남북 역사학자들은 지난 2일 `일본 당국의 역사교과서 왜곡 책동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일본에 역사왜곡 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이처럼 대일비난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은 일본당국이 과거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커녕 오히려 일본 중학교 교과서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본과의 수교협상 문제에 있어 `과거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초 평양에서 열렸던 북-일 수교회담 제9차 본회담에서  과거청산 방안으로 △일본 정부 최고책임자의 사죄 △인적.물적 손해에 대한 보상 △문화재 반환 및 보상 △재일조선인의 법적 지위 개선 등 네 가지 문제를 일본측에 제시했다.

이어 지난해 8월의 제10차 본회담과 10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제11차 본회담에서도 과거청산 문제가 최대의 현안이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0월 29일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떠난  신뢰와 관계개선이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으며, 지난해 12월 3일에는 `일본으로부터 사죄와 보상을 받아내는 것은 우리의 당당한 권리이고 우리에게는 그 권리를 행사할 의지가 있다`며 대를 이어서라도 사죄.보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과거청산과 전적으로 배치되는 만큼 북한의 반발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과 일본의 정세 혼란 등이 겹쳐 북-일 국교 정상화 문제는 소강상태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김두환기자 200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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