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우리식 사회주의`의 고수와 개혁.개방을 통한 변화모색이라는 양날사이에서 내부적으로 갈등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1월 중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 방문 이후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21세기에 맞는 `신사고`를 고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줄곧 `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신념을 굳히기 위한 사상선동에 주력해 왔다. 그 이유는 `신사고` 바람이 몰고 올 개혁과 개방은 필연적으로 북한주민들의 억제된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로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와 체제이완을 초래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 언론들은 연일 자본주의의 폐해와 위험성을 부각시키면서 `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사상적 신념과 확신을 굳히기 위한 사상선동을  반복해 왔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이 북한식 사회주의의 불패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선전하고 있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다. .

평양방송은 12일 `우리식 사회주의의 불패성`이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사회주의에 대한 우리 인민의 지지와 신뢰는 확고부동하다`면서 `오늘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인민이 주체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김정일동지의 두리에 조직사상적으로 도덕의리적으로 굳게 뭉쳐 하나의 공고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양방송은 이어 북한식 사회주의가 제국주의의 반사회주의 책동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수령-당-대중의 일심단결`을 근본원천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정치적 생명체`가 체제결속의 근간이 되고  있음을 과시했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현재 북한에서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의 이상향인 동시에 수령제를 정통화하고 설명하는 이데올로기로 되고 있다.

김정일 총비서는 지난 91년 5월에 사회주의는 `수령,당,대중이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루는 사회`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김 총비서는 당시 동유럽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후 북한식 사회주의사회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할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86년 주체사상에 관한 `7.15 담화`를 통해 `사회정치적 생명론`에 대해 `개별적인 사람들의 육체적 생명은 끝이 있지만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생명체로 결속된 인민대중의 생명은 영원하다`고 설명했다.

즉 인민대중인 각 개인은 지도자, 당과 함께 유기체적인 하나의 정치사회집단을 형성하여 살아갈 때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는 것으로 된다는 뜻이다. 개인의  존재는 수령인 김 총비서의 지도아래 결속할 때만 의의를 갖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정치적 생명체` 속에서 수령은 인민대중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총괄하고, 하나로  통일시키는 일심단결의 중심으로 되는 존재다.

따라서 수령과 인민대중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명령과 복종의 관계만이 아니라 혈연적 충성심과 혁명적 의리로 묶어져 있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다.

오늘날 북한 사회에서 수령은 모든 것의 중심인 동시에 그것을 상징하는 최상위의 절대권력자로 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 총비서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형성하는 인민대중의 `최고뇌수`인 것이며 모든 것이 그와 연결되는 사회구조로 되어 있게 마련이다.

개개인의 관계나 행동양식을 수령이 규정하고 모든 선행의 중심에는 언제나 수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체감은 북한 주민들이 보이는 집단적인 궐기모임 등을 통해 표출되고 있고, 이는 곧 체제결속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북한은 급변하는 외부세계의 변화물결에 적응하기 위해 21세기의 `신사고`를 고창하는 다른 한편으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통해 `우리식 사회주의`를 굳건히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정상용기자 200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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