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한국민권연구소 연구위원)


6·15 공동선언 발표 4돌을 기념하여 인천에서 '우리민족대회'가 개최되었으며, 여기서 '민족대단합선언'이 채택되었다.

많은 민족공동행사에서 선언문, 결의문들이 채택되었지만 이번 '민족대단합선언'은 특기할 만한 사건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것은 '민족대단합선언'이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남북해외 온 겨레가 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민족대단합선언'의 전문이다.

민족대단합선언 전문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민족의 발걸음이 더없이 힘찬 오늘 남과 북, 해외의 온 겨레는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발표 네 돌을 기념하여 인천에서 우리민족대회를 개최하였다.

우리는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발표 네 돌 기념 우리민족대회에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와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온 겨레의 의지를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첫째, 온 겨레는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인 민족자주의 원칙에 기초하여 단합할 것이다. 6·15 공동선언은 그 어떤 나라도 우리 겨레보다 소중할 수 없으며,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이 귀중하다는 진리를 깨우쳐 준 민족자주선언이다.

둘째, 우리는 통일을 위한 길에서 이념과 제도의 차이를 뛰어넘어 단합할 것이다. 6·15 공동선언은 우리 민족 모두의 능력과 지혜를 모아 겨레의 숙원인 조국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민족대단합 선언이다. 우리는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함께 손잡고 단합해 나갈 것이다.

셋째, 우리는 민족의 생존을 지키고 나라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길에서 언제나 단합할 것이다. 6·15 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평화선언이다. 오늘날 세계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긴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어떤 외부 세력도 이 땅에 긴장을 고조시킬 수 없다.

우리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맞게 민족공조로 평화와 통일의 새 지평을 열어 갈 것이다. 내년은 6·15 공동선언 발표 5돌이 되는 해이자 조국광복 60돌, 민족분열 60년이 되는 해이다.

남과 북, 해외 온 겨레가 단합하고 또 단합하여 뜻깊은 내년을 조국통일의 원년으로 만들자!

이제 민족대단합의 역사가 온 누리고 펼쳐지고 있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이루자는 온 겨레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남과 북, 해외의 온 겨레여!
6·15 공동선언의 기치를 더욱 더 높이 들고 나아가자.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만세!
전민족대단합 만세!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 만세!

6·15 공동선언 발표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
2004년 6월 15일
인천

'민족대단합선언'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항에서 남과 북 해외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천명하였다. 7·4 남북공동성명의 첫 번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며 특히 중요한 것은 "6·15 공동선언은 그 어떤 나라도 우리 겨레보다 소중할 수 없으며,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이 귀중하다는 진리를 깨우쳐 준 민족자주선언이다"라는 대목이다.

이는 6·15 공동선언은 곧 민족공조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며, 민족공조만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고 조국의 통일을 앞당겨 올 수 있다는 것을 남과 북 해외 온 겨레가 합의한 것이 된다.

내년을 '조국통일 원년을 만들자'는 결의는 1995년 통일원년과는 또 다른 의미

이는 여전히 한미동맹을 주장하며 민족공조에 소극적인 남측 당국에 대한 엄중한 항의의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한미동맹을 내세워 남과 북의 관계 진전과 자주적 평화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또한 그 어떤 외세의 지배와 간섭도 배제하고 민족의 자주적 힘으로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민족자주정신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항에서는 민족대단결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는 민족대단결의 원칙과 방도에 대해서 천명하였다. 이념과 제도, 계급의 차이를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과 제도의 차이를 뛰어넘어 단합"할 것을 천명한 것이다.

또한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함께 손잡고 단합해 나갈 것"을 선언함으로써 민족대단결의 기치는 '6·15 공동선언'이며 민족구성원 중 그 누구의 배제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범민련 남측본부, 범청학련, 한총련 등의 '애국단체'들을 배제한 남측 정부 당국의 반통일적 행각에 대한 엄중한 규탄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셋째 항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였다. 우선 "6·15 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평화선언"이라고 천명함으로써, 반통일세력들이 줄곧 이야기해왔던 6·15 공동선언의 취약성을 반박하였다. 지금까지 반통일세력들은 공동선언의 문구에 '평화'가 없다는 것을 빌미로 불완전한 선언이라는 여론 공세를 펴왔었다.

셋째 항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석해야 할 것은 "그 어떤 외부 세력도 이 땅에 긴장을 고조시킬 수 없다"는 대목이다. 전세계적으로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을 설정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의 호전적인 세계 제패 야욕은 한반도에서의 긴장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그 어떤 외부' 세력은 주되게 미국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셋째 항목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체의 외부세력의 한반도 긴장 조성 책동을 민족의 힘으로 분쇄하겠다는 한반도 평화의지를 천명한 것이 된다.

최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의미있는 합의와 군사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조건에서 천명한 이같은 평화의지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실현하고 '우리 민족 대 미국'과의 (정치군사적) 대결구도를 실천으로 해결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것은 '6·15 공동선언 발표 5돌', '조국광복 60돌', '민족분열 60년'이 되는 내년을 '조국통일 원년을 만들자'는 대목이다. 분단과 대결이 60년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남과 북 해외의 결의를 모은 것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 발전하는 남북 관계의 양상을 고려한다면 이번 대회에서 내년을 통일원년으로 만들자는 결의는 과거 1995년 통일원년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즉 과거에는 반세기를 넘기지 말자는 추상적 의지의 표현이었다면 이번 통일원년의 결의는 구체적 정세와 민족 역량의 축성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남측 당국이 화답할 때

이제 남측 당국이 화답할 때이다.

이제 공은 남북 당국으로 넘어갔다. 공동선언 발표 4년의 기간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민족의 재결합을 반대하는 외세와의 공조를 통해서는 결코 공동선언을 이행할 수 없으며,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 그리고 한반도 평화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4년은 경험적으로 보여주었다.

6월 3일 장성급 회담과 남북경협회담은 남북 당국관계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가 실행되고 있으며, 군사분계선에서의 선전활동이 중지되고 선전수단이 제거되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의 연결이 내년까지는 완료된다.

또한 6월 15일 남북 정상들의 메시지 교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리종혁 북측 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을 통해 "남북이 현재의 좋은 흐름을 계속 끌고 나가 남북 관계를 크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이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의 남북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남북 관계의 보다 큰 발전을 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화답은 실망스럽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간 협력은 더욱 본격화될 것이며 우리는 그 때에 대비해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진전을 여전히 '북핵 문제의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다는 점은 부정성을 뛰어넘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의 '우라늄 개발 증거 요구'에도 일언반구 없고, 고이즈미 총리의 북미 정상간의 직접 대화 제의도 일축하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대미 굴종적 입장의 반영이거나 핵문제의 기본도 알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우리민족대회'에서 천명한 자주와 대단결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민족대단합선언'의 의미를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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