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정책 수립이전 상호대화 필요성 커

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부시 행정부의 `회의`적인 대북 인식에도 불구하고 북-미간의 교류와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 한-미정상회담 기간 중 파월 국무장관은 김정일위원장을 다시 한번 "독재자"로 규정해 부시정부의 대북 인식을 대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 상원의원 일행의 북한 방문이 금명간 있을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북한인사들의 미국 방문이 줄을 잇고 있어, 당국간 회담에 앞선 분위기 조성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는 미국 상원 의원 4명이 금명간 남북한을 연쇄 방문할 것이라고 10일 보도한 바 있다. 뉴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필 그램(공화.텍사스) 의원을 비롯한 미 상원 의원 4명 정도가 금명간 남북한을 연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의원들은 방북기간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 북한 최고인민회의 관계자들과 만나 북-미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북한의 식량 및 전력사정을 파악할 것으로 전해져 정부간 회담에 앞서 의원외교를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북-미 교류

이미 부시정부 취임이후 북한예술단이 지난 2월 10-22일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을 순회하며 공연을 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을 단장으로 4명의 경제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국제상거래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관계자들, 미 정계인사들과의 비공식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북한의 큰물피해대책위원회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홍수피해 방지와 농업생산량 증대 방안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12일 밝혔다.

물론 이같은 북한인사들의 미국 방문 자체를 양국간 공식대화의 징후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들의 방문은 경제적, 기술적 학습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영국, 호주 등 해외 5개국에 90명의 연수생을 파견해 시장경제 연구 및 첨단 농업기술 도입 등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문화 등에서 북한인사들의 미국 방문에는 ▲북한관리들이 포함되어 있고 ▲적성국 관계에 있는 미국이 이들의 입국을 허용하는 정치적 판단을 내릴 뿐만 아니라 ▲북한인사들의 미국 공식활동외에도 비공식차원에서 미국 정치인들과의 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들은 북한인의 미국 방문이 단순히 경제, 문화적인 교류차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최근 부시정부 들어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 국방 등 고위 외교안보인사들의 부정적인 대북발언이 있었다. 그러나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미국의 공식 입장으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국무부 바우처 대변인도 지난주 양국간에 미사일문제를 둘러싸고 협의가 진행중임을 확인한 적이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부시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전단계에서 금명간 있을 미 상원의원들의 북한 방문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북한, 미국과 대화 원해

그래서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나타나는 모든 발언과 행동은 정책 수립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 이를 결정된 정책의 단면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 북한은 물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북한은 이미 부시정부 등장 이후 두차례의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제네바 합의 이행 ▲클린턴정부기의 대북 합의 존중 ▲북미간 대화 의지 등을 표명한 바 있다. 동시에 북한은 부시정부의 미사일방어망 구축과 편향된 대북인식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반발하였다. 이같은 북한의 입장 역시 부시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외교적 조치로 풀이된다.

대화는 불신과 대립을 보여온 양자관계를 해소하고 상호 이해와 공동인식을 형성해나가는 기본 자세이자 방법이다. 이제 대화는 남북은 물론 북-미 양국에게 더욱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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