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외교정책 수립과정에서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치면서 점점 클린턴 전행정부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작년 대선 유세중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과 같은 독재자에 강력히 대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이른바 `미국식 국제주의`를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부시 외교정책팀은 대체로 클린턴 행정부가 중단한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심지어 지난주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처음 시사했던 대북관계 강성 발언도 클린턴 전대통령이 구상했던 대북개입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LA 타임스는 북한의 경우 클린턴 전대통령이 한국의 `햇볕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진전을 이룩했던 곳에서 부시 외교팀이 기본적으로 (협상을) 시작하는 또다른 지역이라며 향후 북미협상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과 핵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더 광범위한 것이 될 수 있으나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의 대북개입노력을 토대로 미사일확산 종식을 설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문은 외교전문잡지 `외교정책`(Foreign Policy)의 제임스 기브니 편집장의 말을 인용, "미사일방어와 다른 몇몇 문제를 제외하면 부시 행정부는 자신들이 차별화하고 싶어했던 사람들(클린턴 행정부)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기브니는 "부시 행정부는 발칸반도 미군 철수,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과 같은 논란많은 선거공약에서 뒤로 물러서 있다"며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이라크와 같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동맹국들과 보조를 맞추길 원한다면 부드럽게 페달을 밟아야(soft-pedal) 할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언 푸어스 전 앨 고어 부통령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은 "이 세계에는 현실이 있다"면서 "부시 외교정책팀이 현실과 만나면서 전임 행정부가 전념했던 일련의 정책을 계승하도록 (진로를) 수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는 것을 흥미롭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논평가인 로버트 캐건과 윌리엄 크리스톨은 시사잡지 `위클리 스탠더드`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 이라크 제제 효율화 계획은 클린턴의 취약한 대 이라크 접근방식을 보완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새 제재가 과거 제재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영구적임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논평가는 보수주의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행정부의 `위험한 중국 구애`정책을 계속할지 모른다는 데 놀라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부시는 유세중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보다는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캐건과 크리스톨은 "부시가 올 가을 장쩌민(江澤民) 중국국가주석을 서둘러 만난다면 클린턴의 외교정책이 그의 재직기간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LA 타임스는 정책의 지속 현상이 조금도 새로운 게 아니다며 외교정책은 전통적으로 행정부가 교체돼도 가장 변화가 적은 영역이라고 밝혔다.

새무얼 샌디 버거 전 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은 "모든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정책을 검토한 뒤 참신하고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길 바라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이 직면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과 (현실적) 제약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새 행정부는 종종 외부에서 보이는 것보다 좁은 선택의 범위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200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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