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헌(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권오헌 회장. [사진자료 - 통일뉴스]
정부는 오늘 26일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이른바 '대북송금사건'으로 처벌받았던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기는 하지만, 남북사이의 화해협력과 자주통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경제협력차원에서 대북송금을 했던 이들에 대한 특별사면은 당연한 조치로 환영할 일이다. 따라서 이같은 특별사면은 비록 실정법을 어겼지만 그 사건자체의 사회성과 역사성에 비추어 사법판단과는 달리 정치와 역사판단이 반드시 있어야 함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같은 특별사면에서 대북송금관련자들과 함께 반드시 사면되어야 할 대상자들이 있다. 바로 양심수들이다. 양심수들은 처음부터 구속되서는 안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나 소수이익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다수의 이익, 공동선을 위해 양심에 따라 행동하다 구속된 사람들이다.

양심수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불이익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확신으로 활동하다 고난당하고 있는 확신수이기도 하다. 이들 확신수의 주장이나 요구는 비록 실천으로 이어질 수는 없어도 사법제재로 탄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관례이다.

이들의 주장과 요구는 한결같았다. 이 땅의 민주주의 발전과 자주통일을 외쳤고, 전쟁과 살육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으며, 사회진보와 민중들의 생존권을 위해 활동했다.

대북송금 관련자들이 대북송금특검법이라는 잘못된 실정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오늘 감옥에 갇혀있는 양심수들은 국가보안법, 집시법, 노동관계법 등 반통일, 반민주, 반인권 악법으로 구속된 사람들이다.

온 민족에게 약속된 6.15공동선언 이행을 비롯하여, 사회정의를 세우고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려면, 그리하여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런 일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법과 제도, 관행을 없애거나 고쳐야 하며, 잘못된 법으로 억울하게 갇혀있는 양심수들은 석방하고 사면.복권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감옥에 갇혀있는 양심수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 유형을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양심수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대부분은 공안당국이 말하는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을 찬양고무했거나 그런 목적으로 단체를 결성하고 가입한 혐의로 또는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목적수행, 통신회합 등을 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시대에 이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은 이제 더 이상 존립 명분을 잃고 사실상 실효성도 사라지고 있다. 예로서 한해동안 수 만명이 이북을 다녀오면서 국가보안법이 말하는 잠입탈출, 편의제공, 금품수수, 통신회합, 찬양고무를 하고 있지만 처벌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늘의 국가보안법은 6.15공동선언을 낳게 했고 누구보다도 자주통일운동을 주장해오던 특정인이나 단체만 처벌하는 형평성을 잃은 낡은 냉전잣대 역할을 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1년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귀속된 양심수는 79명이었고 대부분이 한총련 대의원이었거나 한총련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이른바 '자주대오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올해만 해도 지난 5월 13일 정재욱 11기 한총련 의장을 구속하는 등 한총련 관련 대학생 27명이 강제연행되고 구속이 되었다.

한 일간 신문의 여론조사를 보면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89%가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주장하고 있다. 7.4남북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에 반하는 국가보안법은 당장 폐지돼야 하고 이같은 반통일 반인권 악법으로 구속된 재독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민주노동당 강태윤 고문, 통일연대 민경우 사무처장, 범청학련 김광수씨, 10기 한총련 김형주 의장을 비롯한 한총련 학생 등은 아무 조건 없이 석방하고 사면.복권되어야 한다.

특히 한총련 대의원으로 수배당하고 있는 100여명 학생들은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실상 양심수들이다.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을 보장하고 이렇게 쫓기고 있는 학생들을 조건 없이 수배해제 조치가 있도록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반영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구속양심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관계법(공안당국은 업무방해니 특수공무집행방해 따위로 왜곡하고 있음)이나 집시법 등 위반혐의로 구속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기층민중들이 있다.

이들은 노동자대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임단협 과정에서의 파업, 강제철거반대 등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다 구속된 사람들이다.

노동자(노동조합)들의 단체행동(파업)은 헌법상 권리일 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헌장,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등이 보장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였다. 또한 생산비에 못미치는 농산물 가격, 수입농산물 늘어나는 농가부채 등 파탄이 예상되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농업, 농민, 농촌을 지키기 위한 한.칠레 FTA 반대시위는 생존을 위한 정당한 투쟁이기도 했다. 최소한의 생존조건이 되고 있는 살림집이 강제로 헐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시빈민들이 강제철거에 맞서는 것 또한 생존권 투쟁이었다.

그러나 공안당국은 이 모든 생존권을 위한 활동을 공안탄압 대상으로 하여 업무방해니 특수공무집행방해니 집시법 위반이니 하면서 잡아 가두었다.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오늘 감옥에 갇혀있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들은 바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다 구속된 양심수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마땅히 석방되어야 하고 사면.복권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쟁과 살육을 반대하고 생명의 존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를 주장하고 실천하다 구속된 양심수들이 있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살육과 파괴를 낳게 한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다. 때문에 전쟁은 가장 잔인한 반인권 행위이기도 하다. 오늘 이라크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석유패권을 노린 제국주의 침략전쟁은 더더욱 온 인류의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권국가를 무너뜨리고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며 전쟁포로를 학대.고문 학살하는 더러운 침략전쟁과 야만적인 점령정책에 반대하여 병역을 거부하거나 귀대를 거부한 양심선언은 백번 정당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이유로 구속된 양심수는 마땅히 석방되어야 하고 사면, 복권되어야 한다.

또한 특정전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인간의 생명을 노린 총을 잡을 수 없다하여 병역거부 혐의로 구속된 사람들도 당연히 양심수이며 500여명이 넘는 이들 또한 특별사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양심수 사면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베푸는 은전이 아니다. 잘못된 법과 제도, 관행으로 잘못 집행된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고 원상회복조치이다.

그래서 다시 주장한다.
모든 기결양심수를 석방하고 사면.복권하라. 미결양심수는 공소를 철회하여 석방조치하라. 한총련 대의원 등 정치수배자들에 대한 수배해제 조치하라. 자격정지, 가석방,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 모든 양심수들을 사면.복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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