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7일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조엘 위트 브루킹스연구소 객원 연구원= 부시 행정부 출범이 한 달을 갓 지난 상태이므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미가 다소 이르다는 지적이 있으나 대북 정책이 수립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적기라고 본다. 부시 행정부에게서 많은 것을 기대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다 끝난 다음에 오는 것은 무의미하며 지금 미국을 적극 교육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강경한 것 같지만 공화당의 기존 색깔을 강조했을 뿐 실제 정책 변경을 의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지금 한창 대북 정책의 가닥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태평양센터 소장= 정상회담의 성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려우나 일부 언론처럼 부시 대통령이 대북 강경 노선을 밝힌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부시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관해 이야기한 게 전혀 없고 북한을 보는 시각을 일부 언급했을 뿐이다.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이므로 바꾸고 말고 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DJ의 햇볕정책을 반대한 것도 아니며 다만 어조를 강하게 하면서 투명성을 강조한 게 전부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포용 정책을 대체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국 국내의 시각에서 보면 햇볕정책 지지는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회의는 야당의 입장과 같으므로 균형을 맞춰 준 셈이다.

▲돈 오버도퍼 전 워싱턴 포스트 도쿄(東京) 지국장= 김-부시 정상회담은  실패작이기는 커녕 좋은 출발이었고 양국 관계에 매우 유용했다고 본다. 두 지도자의 어조가 다소 달랐으나 실제 한미 또는 대북 협상에 들어가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미국이 포용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분명하며 다만 대북 정책의 재검토에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이야기했지만 미국이 북미 관계를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피터 벡 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부장= 정상회담 직후에 나온 공동 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의 논조가 크게 다른 점으로 미뤄 부시 대통령이 엇갈린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 김 대통령과 그의 햇볕정책은 강력히 지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조기 협상 재개 가능성 배제 등 강경 노선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 재검토가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단순한` 재검토라면 몰라도 클린턴 행정부의 노선을 수정하려는 것이라면 북한을 벼랑으로 몰아 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대북 정책 수립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신경전에 말려들 공산이 크다.

▲샐릭 해리슨 세기재단 선임 연구원= 대북 강경 노선은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등 지금까지의 북미 합의는 대화가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성립되는 것이므로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다.(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200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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