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상봉은 이번 대회의 백미

 

평양에서 3박 4일간 열린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참가단은 모란봉에서 명절을 지내고 있는 북 주민들과 감격적인 상봉을 나누었다.
이 만남은 이번 대회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북의 노동자 대표들은 손을 맞잡고 세계노동절인 5.1절을 경축하며, 우리 민족의 단결과 통일 열망을 내외에 과시했다.

남쪽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북쪽의 조선직총의 단장들은 '6.15 공동선언 이행에 노동자가 앞장서자', '외세의 간섭 없이 민족공조를 이루자'고 한결같이 주장했으며, 남북의 노동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이를 지지했다.

특히 남북 공동결의문에서는 '전쟁을 막고 나라의 평화를 수호'하자는 절박한 호소가 담겨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 국가적 명절인 평양의 5.1절 분위기를 한껏 느낀 모란봉에서의 평양시민들과의 감격적인 상봉은 이번 대회의 백미로 남북 민간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모란봉에서 만난 장은금(오른쪽, 22)씨가 써준 기념글. 북 일반 주민을 대규모로
만날 수 있었던 최초의 일로 기록될 것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남측 참가단은 모란봉에서 만난 북 주민들의 뜨거운 동포애와 통일열망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으며, 일반 주민들과의 접촉을 거의 무제한적으로 허용한 북측의 적극성과 개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개개인의 소감이나 판단을 들어보면 꼭 이런 공식적 대회의 흐름과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은연중의 문화적 이질감이나 정서적 차이도 있고, 평소의 정치적 견해에 따른 비판적 평가들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남북의 노동자들이 분단 역사상 최초로 평양에서 5.1절 대회를 함께 치르며 3박 4일간 서로 만나고 둘러보며 느낀 것은 역시 '한 핏줄, 한 형제'라는 것이며 더 늦기 전에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었다.
 

과도한 룡천 '욕심'

이번 대회에서 남북 민간교류의 현주소를 가장 잘 드러낸 사건 하나가 모란봉에서의 북 주민과의 상봉이었다고 한다면 또 다른 사건 하나는 룡천 방문요구와 푸에블로호 견학이었다.

사실 남측 양대노총은 출발전부터 룡천사고를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큰 사고로 아파하는 북에 가서 잔치판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쪽에서도 전 국민이 룡천돕기에 나섰고 양대노총도 지원물품 전달은 물론 집단 헌혈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북측은 이에 대해 박봉주 내각 총리가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등 남측의 성의를 고맙게 수용했다. 예전에 비해 한층 성숙해진 남북 관계를 잘 반영해주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교조 등이 마련한 지원물품 전달식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북측은 룡천사고에도 불구하고 5.1절 행사를 계획대로 성대히 치르는 것이 현 시기 남북 노동자들이 조국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이고 성의 있게 행사를 준비, 진행해 결국 성공적으로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남측은 룡천 피해지역 방문을 북측에 제기했으며, 기자들도 어떻게든 룡천에 가서 현장취재를 하고 싶다는 바램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룡천에 대한 남측의 관심과 욕구는 너무 높은데 비해 북측은 이를 적극 수용할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집단헌혈만 하더라도 냉동차가 있어야 하고 룡천까지 전달 시간이 걸려 오히려 이를 '조직'해야 하는 또 다른 부담을 주는 것이다.

기자들의 룡천 취재 바램 역시 5.1절 통일대회를 잘 보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북측의 주장에는 반론이 무색할 수밖에 없었고, 더 주장하게 되면 '딴 목적'이나 '욕심'으로 내비쳐질 수밖에 없었다.


찬반 엇갈린 푸에블로호 견학

이에 반해 푸에블로호 견학에 대해서는 남측의 견해가 갈렸다.

북측은 이미 올해 들어 민간교류를 위한 실무접촉이나 제13차 장관급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진전이 필요하다고 제기하고 나섰다.

▶최초로 남측에 대중적으로 공개된 푸에블로호.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민간교류에서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는 가급적 배제하고 실속있는 사업이나 북미간 결전을 치르고 있는 북의 입장에서 정치적 의미가 있는 행사를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5.1절 통일대회 역시 민족공조와 전쟁반대라는 정치적 의미에 비중을 두었을 것이고 그 일환으로 푸에블로호 견학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남측의 입장은 대체로 두 가지로 갈렸다.
주로 민주노총 측에서는 주체탑과 국제친선전람관도 견학하는데 푸에블로호 견학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고 주로 한국노총 측에서는 순수한 노동자들의 대회가 북측의 정치적 목적에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푸에블로호 견학은 이번 대회의 뜨거운 감자이자 하나의 바로메터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결국 최초로 남측 참가단에게 푸에블로호가 대중적으로 공식 공개됐으며, 당시 체포결사대 조장의 생생한 증언과 선실 내부까지 살펴보는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참관이 이루어졌다.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이를 악의적으로 다루는 언론도 없었고, 남측에 부정적 파장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평양 견학 코스가 공식적으로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푸에블로호를 둘러본 참가자들의 반응 역시 다른 견학 대상지에 비해 특별하지 않았다. 관심있게 듣고 꼼꼼히 기록하며 살펴보는 사람부터 대충 둘러보는 사람 등 개인적 선호도에 차이가 있었고, 대체로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이지만 불만스런 입장을 표명한 사람들도 있었다.


6.15 공동선언, '감격' 아닌 '실천' 필요

남측의 룡천에 대한 관심이 북측에 부담을 줄 정도였다고 한다면 푸에블로호 견학을 둘러싼 찬반론은 아직 북측이 생각하는 외세를 배제한 민족공조에 대한 실천에 있어서 남측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은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지 4년이 지났지만 핵문제와 안정보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북미관계가 매듭을 풀지 못한 상황에서 4.15 총선으로 남측의 정치지형이 변화됐다고 판단하며 민족공조를 더욱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 4년간의 더딘 남북관계 개선의 배후에 미국이라는 걸림돌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다 본격적으로 제기해 나서고 있다.

▶6.15 4주년, 남북 민간교류도 새로운 단계로의 발전을 요구받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이에 대한 남측의 수용가능성을 측정하는 작은 바로메터가 바로 푸에블로호 견학이었고 내부 논란은 겪었지만 결국 큰 문제없이 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중요한 시점에 열린 이번 대회는 '노동자가 앞장서서 조국통일 앞당기자'는 구호가 이제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현실로 실현되는 과정을 맞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통일을 원하고 누구나 6.15 공동선언 이행을 외치고 있지만 외세배제와 민족공조에 대한 구체적 해석과 실천을 둘러싼 논란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실천과정을 거처야 가닥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5.1절 통일대회는 대회를 마친 남북의 노동조직들이 향후 어떻게 6.15 공동선언 이행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운동에 제 몫을 다 하느냐에 따라 궁극적인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이제 남북 민간교류에 있어서도 '감격'의 시대는 가고 '실천'의 시대가 성큼 다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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