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애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룡천역 사고로 인한 피해사망자들에 대해 삼가 명복을 빌며 하루빨리 복구되길 기원합니다.

4월 22일 우리의 반쪽나라 북 평안북도 룡천역에서 열차폭발사고가 있었다.

지금의 정전협정이 하루빨리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북과 미국간의 실질적인 평화보장을 위한 관계전환이 있지 않은 한 북은 항시 미국의 전쟁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미국에 의한 경제 봉쇄로 부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의 반쪽나라이다.

이 나라에서 지난 4월19일~21일까지 세계가 주목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이 있었다. 이번 방문은 남북간 경제 관계 활성화와 핵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를 모았다. 실제 남측의 총선이후 전망과 맞물려 6자 회담을 앞둔 이번 중국방문의 행보는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자세히 알려지기도 전에 북은 대참사를 겪게 되었다. 바로 지난 2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경을 지나 9시간 후에 평안북도 룡천역에서 열차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북의 공식적인 피해집계상황에 의하면 사망자 150여명, 부상자 수는 1,300여명이며 행방불명자수는 아직 공식 집계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괴된 공공건물과 산업 및 상업건물수는 30여동이며 8,100여세대의 살림집이 파괴되였다. 그중 완전 파괴된 살림집수는 1,850여세대, 부분 파괴된살림집수는 6,250여세대에 달한다.
우리의 반쪽인 북은 갑작스런 엄청난 사고로 인해 지금 이 시간에도 같은 동포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만은 어김없는 사실인 듯하다.

범국민적 지원, 동포애와 민족대단결의식의 반영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만이 베푸는 손길에 인정이 넘친다고 했던가.
우리는 1984년 9월 대규모 수해로 전국이 물난리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소식을 접한 북에서는 그 어떤 조건없이 동포애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며 우리는 그때 북에서 내려온 쌀과 담요, 의약품, 생필품으로 민족의 정을 느끼며 어려움을 극복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 룡천역 소식이 전해지자, 지금 남측에서는 84년 그때의 일이 어제같이 느껴질 정도로 북에 대한 지원과 도움의 뜨거운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범국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ARS 모금은 폭주를 하고 언론과 여러 매체들에서 일반인들의 북을 돕자는 호소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여기에 광범위한 시민단체들이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 '북한 룡천역폭발사고 피해동포돕기 운동본부'등 전국각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종교단체들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이미 긴급구호 모금센터를 설치한데 이어, 불교와 천주교 종단에서도 구체적인 모금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사회단체들 뿐아니라 국내 마라톤의 산증인인 서윤복(81) 함기용(75) 황영조(34)씨 등도 육상 관계자를 상대로 한 모금운동에 나서 마라톤화를 전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린다. 룡천역 사고돕기 사랑의 바자회등도 자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로 엄청난 피해를 경험했던 전북 익산시는 각 기관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익산시민운동본부를 발족, 구호대열에 동참했다.

이러한 민간차원의 움직임만이 아닌 정부와 정당단체들까지도 지원입장을 공식화하고 있다.
정부는 2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룡천역 열차 폭발사고 사태파악 및 구호대책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남북화해협력과 인도적 견지에서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국내외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정부를 견인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김배곤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번 사건은 또 하나의 크나큰 비극으로 정부당국뿐만 아니라 남북이 한마음으로 재난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놀라운 것은 북한지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한나라당도 이번에는 정부의 지원대책을 환영하며 북한 지원에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외동포들도 겨레사랑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데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미주 전역 196개 한인회별로 모금을 전개하기로 하였으며,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재중국한국인회 또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뉴질랜드, 필리핀 등지의 한인회에서도 지원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각계각층의 룡천역 돕기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데에 대해 이전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겠다.

하나는, 이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ARS 모금에서부터, 헌혈, 의료, 약품지원 이외에도 자발적으로 바자회를 연다거나 마라톤선수들의 신발, 옷등의 지원들도 펼쳐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과 단체, 정부,정당을 넘어선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대북지원에 부정적이었던 단체, 정당들까지도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자유총연맹등의 단체들을 포함하여 조선일보, 한나라당에서 조차 지원에 협력하고 있고, 재일단체인 민단에서도 총련과 협의하여 지원활동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움직임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룡천역 폭발사고 돕기운동은 615공동선언 이후 보다 성숙하고 광범위해진 민족대단결의식의 반영이며, 민족의 재난을 함께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겨레의 동포애가 바탕이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재난과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들은 참으로 많다. 이러한 나라들에 인도주의적 차원의 도움과 지원은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지원의 손길이 한데 모이는 데에는 바로 같은 민족, 같은 동포라는 민족애와 동포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615공동선언 이후 남과 북은 이미 더 이상 남일 수 없다. 서로가 냉전의 논리속에서 적대시하던 대상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치고 통일을 지향하며 원래 하나였다는 강한 민족적 유대감, 대단결의식, 동포애가 널리 형성된 것이다.

또한 재난앞에 함께 가슴아파하고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우리 민족의 집단적인 재난극복의 본성적 요구로 볼 수 있겠다.

우리 민족은 재난 앞에서 꿋꿋하며 진정한 온정을 나눌 줄 아는 인정 많은 민족이다. 그 사이에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 장애도 없으며, 군사분계선 같은 철조망도 찾아볼 수 없다. 여러 보수단체들도 함께 동참한데에는 이러한 민족적 본성이 사상과 정견, 입장을 떠나 함께 힘을 합쳐나가자는 민족성을 기초로 나타나는 것이다 볼 수 있겠다. "너도나도 동참하자"는 민족적 구호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떠나 함께 동참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같은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현실 앞에 통크게 단결하고 민족대단결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함께 일어서는 우리민족의 고유한 정신이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일부 언론의 시대착오적인 보도행태

그러나, 지금의 이러한 민족적 행보 앞에 몇몇 언론의 시대착오적인 구태의의한 보도행태들이 615시대를 역행하고 민족단합과 대단결의식을 훼손하고 있기에 이 글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사고의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들이 난무하고 있다.
북이 공식적으로 전기사고로 인한 폭발이라고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시기 낡은 대북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언론들은 북에 대한 공식보도에 대해 먼저 의심부터 하려드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사고의 원인에 대한 추측보도를 일삼는데 여념이 없었다.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반정부 테러라느니 하며 홍콩발 외신을 슬쩍 인용하여 앞다투어 보도하는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보도들은 대부분이 추측성 보도들이며 근거가 명확한 사실보도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결국 북의 체제에 대한 비난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언론들이 사고의 원인에 대한 이러저러한 추측성 보도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바로 피해참상현장에 대한 보도행태이다.
사고 피해현황을 보도할 때는 어디까지나 사실보도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약이 비약을 낳아서 사고현장 보도가 체제비난 보도로 이어지는 것은 또한 지금의 본질을 흐리고 민족대단결을 해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언론들은 룡천역 사고피해 상황을 전쟁 참사와 같은 처참한 상황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주로 어린아이가 캐비넷 위에서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 곳곳에 구호물품이 부족해 아수라 장이라는 것, 피해지역 민심을 운운하며 반정부여론이 높다는 기사들이 폭주하고 있다.

여기에 26일 저녁에 있었던 모방송사의 뉴스보도는 이러한 보도행태들의 연장선에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바로 북의 군창건기념대회에 대한 보도였는데, 이미 준비해왔던 정부의 행사에 대해서 "룡천은 전쟁참화를 방불케하는데 한쪽에서는 호화찬란한 당간부들의 잔치를 하고 있다"는 견해를 붙여 보도하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아도 실제로 1984년에 대홍수때나 1995년 대구지하철참사 등등의 재해가 있었을 때 정부행사를 모두 폐기하고 복구에만 나선 적은 없다. 어느 나라도 그런 적은 없다. 그러한 보도를 하는 것은 그 행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의 문제인 것이다. 행사자체를 삐딱하게, 혹은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미 준비되어 왔던 북의 '군창건기념대회'를 두고 그런 식의 보도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5월1일 열리게될 남북한 노동자 통일대회도 그런 맥락에서 보도할 것이 아닌가 "룡천역사고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 노동자들은 서로 희희낙락하며 놀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또한 각계각층의 성금으로 모아진 구호물품을 조달하는데 대하여 북이 일방적으로 육로 전달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도들은 또 무엇인가?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용천역으로 구호물품들이 전달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시급히 복구가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 어떤 교통편이든 빠르게 전달만 되면 되는 것이며 그 어떤 것에도 토를 달거나 다른 이유를 붙일 필요가 없다. 일단 우리는 도와주기로 한 이상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북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보도는 앞뒤, 옆을 잘라먹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한데 불구하다. 과연 그러한 언론들은 북에 대해서라면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병이라도 걸린 것일까?

북이 우리의 지원물자에 대해서 거부하고 있다니?
사실은 이러하다. 북은 구호물품의 전달경로와 관련해서 "육로수송대신에 남포항으로 보내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새 '거부'로 표현되어 순수한 민족적 동포애를 이간질시키고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북에 전달되는 구호물품들이 하루빨리 전달되길 바라고 있으며 이는 북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남쪽 동포들의 도움의 손길이 더 따뜻하고 힘이 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실로 분단이라는 엄청난 아픔을 겪고 있다.
무엇 하나 오가고, 전달하고 전달받는 것들이 분단이라는 현실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분단체제 하에서 미국의 통제 하에 군사분계선을 넘어서기란 말 그대로 마음만 앞서서 될 문제가 아닌 것이기에 구체적 협의를 위한 남과 북의 구호회담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가까운 육로를 통해 평안북도까지 확 가버리면 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분계선에서 관할권을 갖고 있는 것이 미국이고 미국의 허락 하에 가능한 절차들이 있는 조건에서 '하루빨리'를 요구하고 있는 민족의 요구에 육로고집은 어쩌면 '시간이 더 걸리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이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이 육로전달을 거부하고 있으며 그 이유가 북의 체제가 외부에 드러날까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의 비약을 넘어선 억지 논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언론의 바른 보도행태는 무엇인가?
우선적으로는 민족적 동포애로 이어지는 구호행렬에 대한 의미를 높이고, 구호품 전달과정에서 나서는 어려움들이 본질적으로 분단 체제에서 오는 어려움임을 일반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27일 개성에서 열리는 구호회담에 대해 잘 알려주고, 그 사항과 별도로 29일 해상을 통해 구호품을 전달하기로 한 사실에 대해서 보도하는 것에 색안경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동포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돕기 위한 같은 민족의 도움의 손길에 대해 정겹게 이야기하고, 하지만 육로로 빠르게 가지 못하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함께 이야기하면서 해상으로 전달되는 구호품이 잘 전달되어서 빠르게 복구되길 바라는 진심을 보도 하는 것이 옳다.

옳게 보도해야 한다. 분단과 대립을 넘어서서 통일과 화합으로 이어져 나갈 밝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지금의 구호행렬이 자랑스럽게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보도해야한다.

빨간 안경쓴 앵무새처럼 앵앵앵거리며 6.15시대를 역행하는 구태의의한 보도행태를 벗어나서 진정 민족애 동포애로 넘쳐나는 통일지향적인 건실한 보도, 진실된 보도로 룡천역 동포돕기 운동에 나서는 숭고한 민족적 동포애를 전 세계에 과시하자.
룡천역 동포돕기 운동을 통해 우리 민족의 드높은 통일 의지를 전 세계에 앞장서서 알리며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떨쳐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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