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한국진보정치연구소 소장)


역사적인 4.15 총선이 끝났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역대 어느 총선치고 정치적 격동을 수반하지 않은 선거가 없었듯이 이번 4.15 총선도 격심한 정치적 격동 속에서 치러졌다. 그만큼 이번 총선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 또한 결코 범상치 않다.

열린 우리당 과반 의석 확보, 민주노동당 원내 교두보 확보, 한나라당 개헌저지선 확보, 민주당, 자민련 몰락이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이 거둔 성적표이다. 이러한 총선의 성적표를 놓고 각계각층에서는 4.15 총선의 성격과 의미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이러한 토론과 논의에 보탬이 되고자 본 글을 쓴다.

1. 4.15 총선의 본질적 성격

이번 4.15 총선은 여야의 대결, 친노 반노의 대결을 뛰어 넘어, 20세기 정치와 21세기 정치의 대결이었으며, 이 대결에서 21세기 정치가 승리하였다.

그러면 20세기 우리사회의 정치의 현주소는 어떠했는가?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의 정치는 국민대중의 이익을 외면한 채 외세와 기득권세력들의 이익을 수호하기에 바빴고 온갖 정경유착과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되어왔다. 또한 의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특권층의 방패막이에 불과했다. 민의의 대변자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민의에 관심을 갖는 척이라도 하는 것은 기껏해야 선거 때뿐이었다. 그로 인해 정치인들은 존경과 믿음의 대상이 아닌 경멸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것이 20세기 한국정치의 현 주소였다.

20세기 한국정치는 국민대중은 없고 미국이 주인 노릇하는 정치이며, 미국의 이익을 제일로 앞세우는 정치이며, 반공반북을 외치며 민족분단과 대결을 추구하는 정치이며, 관권금권의 정치, 부패정치이며, 기득권의 이익을 옹호하는 특권정치, 지역주의 정치이다.

20세기의 낡은 정치는 정치방법에서도 그 특징이 나타났다. 즉 20세기 정치에서는 국민대중은 철저하게 지배와 관리의 대상, 표의 대상으로 될 뿐이었다. 주체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봉쇄당해왔다. 그 결과 정당 활동과 선거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구경꾼으로 전락하거나 기껏해야 표를 얻기 위한 금권 관권의 동원 대상으로 될 뿐이었다. 그리하여 정당에는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할 국민대중은 없고 정치꾼들만 득실거릴 뿐이고, 선거는 금권관권선거로 얼룩졌으며, 그 결과 대중들은 정치인과 선거에 대한 혐오만을 키워왔다.

21세기의 정치는 20세기 낡은 정치의 이러한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새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21세기의 정치는 명실상부하게 대중이 정치의 주인으로 되는 대중주체의 정치를 특징으로 하고 민족자주와 민족통합, 민주개혁과 민생안정을 추구하며,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이다.

이번 선거는 국회를 장악하고 낡은 정치를 유지 온존시켜온 20세기 낡은 정치세력과 대중의 자발적인 힘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21세기 정치를 추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간의 일대 결전이었다. 이것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이 외쳐졌던 구호가 '새 정치의 구현', '정치개혁의 실현'이라는 데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 가장 많이 영향을 끼쳤던 요인이 탄핵 심판론이었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탄핵 심판론의 본질은 바로 새 정치의 실현인 것이다. 탄핵심판론은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 구하기'가 아니다. 그것은 기득권세력들의 낡은 20세기 정치로 되돌리려는 반동적인 의회쿠데타에 대한 대중적 심판인 것이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새 정치를 실현하자는 데 그 본질이 있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대결에서 21세기의 정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인 개혁진보정치세력들이 승리함으로서 지난 50여년 이상 20세기 낡은 정치세력들이 틀어쥐고 있던 낡은 의회권력을 분쇄하였다. 그로 인해 의회에서 새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2. 4.15 총선의 특징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친미수구세력의 패배와 개혁진보세력의 승리이다. 이번 선거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국회의 쟁취이다.

그동안 한국의 의회는 친미수구기득권세력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국회는 온갖 부정부패와 특권정치, 사매매국정치, 민족분열의 정치, 지역주의의 온상으로 되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그들이 장악하고 있던 의회권력을 분쇄하고 개혁진보정치세력들이 의회를 장악함으로서 개혁진보정치가 싹트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였다.

물론 아직까지 친미수구세력의 본산인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선전함으로서 낡은 정치세력들이 의회에서 준동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남아있고 개혁 정치 세력들중 상당수는 민주주의와 개혁, 민족자주와 민족화해에 부정적이거나 불철저하여 과연 그들을 개혁정치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넓게 퍼져 있는 조건에서 개혁진보정치가 쉽게 싹트고 발전하리라고 단정하는 것은 속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던 의회 권력을 빼앗은 것만으로도 개혁진보정치의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 놓은 것이다. 게다가 참된 개혁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함으로서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추동력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민중들이 투쟁을 통해 거둔 위대한 승리이다.

둘째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대중정당이다. 한국정치사에서는 자유당시절 조봉암의 진보당 사건이후 진보정당의 활동은 철저히 금기시되고 국가보안법의 족쇄에 묶여 있었다. 그러다 지난 6월 항쟁으로 민주주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합법적 활동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으나 아직까지 원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원외정당에 머물고 있었다. 한국정치에 있어서 원외정당은 합법정당으로서 자신의 사명과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민주노동당은 일정한 자기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고 합법정치권에 요구되는 정치적 역할과 사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었다.

따라서 합법적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역할과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원내진출이 절대적인 과제로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단순히 민주노동당만의 과제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개혁과 혁신을 바라는 모든 국민대중들과 한국정치에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였다.

이번에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에 당당히 성공함으로서 이러한 시대적 역사적 요구와 과제가 실현되었으며, 향후 한국정치는 새로운 발전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게 되었다.

셋째, 지역주의 정치의 몰락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표적인 지역주의 정당들인 민주당과 자민련이 몰락함으로서 지역적 연고에 기초하고 지역감정을 부추켜 정치적 힘을 유지해왔던 지역주의 세력들과 지역주의 정치가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호남지역에서 열린 우리당의 몰표현상이 나타나고 한나라당이 영남권을 휩쓴 현상을 놓고 지역주의 정치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한다. 물론 영남지역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건재함으로서 지역주의의 뿌리는 아직까지 완고하게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시체에 불과하다. 이미 다른 지역주의 정당들이 완전히 몰락하고 지역주의 극복의 대중적 투쟁이 확대되고 있는 조건속에서 혼자 지역주의 정당을 고집할 수 없다. 지역주의 정치는 다른 지역주의 정당을 존립의 필수적 조건으로 한다. 한나라당이 지역주의 정당으로서 영남지역주의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스스로 고립되어 정치적 생명만을 단축할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비록 의석은 전 영남지역을 석권했을지라도 열린 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실제 득표율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러한 추세라면 다음 선거에서는 영남민중들의 탈지역주의 투쟁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낡은 선거방식의 몰락과 새로운 선거방식의 승리이다.

지금까지 선거는 돈과 권력에 의한 강제적 대중동원방식의 선거였다. 지난 시기 선거 때마다 얘기되는 한나라당의 숨겨진 5%의 비밀이란 다름아닌 바로 돈과 관권에 의해 동원되는 투표자 비율이다. 돈과 권력의 힘으로 대중들을 협박하여 강제적으로 표를 획득하는 것이 지난 시기 기본적인 선거방식이었다. 한나라당이 자랑하는 조직력이란 바로 이러한 돈과 권력에 의해 움직여지는 강제적 동원조직인 것이다.

이번 선거는 강제적인 대중동원 선거방식과의 투쟁이라는 측면도 갖고 있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 우리당 내 일부 개혁정치세력들은 강제적 대중동원방식을 거부하고 대중의 자주적인 참여에 기초한 새로운 대중주체의 선거운동을 창조하였다. 그것은 돈과 권력으로 표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대중들의 자주적 참여와 의사를 끌어내어 동의를 얻는 새로운 선거운동방식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대중 참여형 정치활동은 새로운 대중주체의 정치활동과 선거활동의 모범으로 되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선거문화를 창조해 나갔다.

이번 선거에서 농촌지역에서의 투표율이 대폭 낮아지고 대도시 선거율이 대폭 높아진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농촌지역에서 투표율이 낮아진 것은 돈 선거 관권선거가 불가능해지면서 강제적으로 대중을 동원할 수 없었던 데에 원인이 있으며, 반대로 대도시 지역에서 투표율이 대폭 높아진 것이 인터넷 등을 통한 새로운 주체적이며, 창조적이며, 자발적인 대중 참여형 선거운동으로 대중들이 주체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3. 4.15 총선승리의 요인

이번 4.15 총선은 친미수구세력과 개혁진보세력과의 한판의 정치적 대결이었다. 이번 대결에서 친미수구세력이 패배하고 개혁진보세력이 승리하였다.
개혁진보세력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1) 이번 총선은 뭐니뭐니 해도 촛불의 승리이다

기존 제도권 언론에서는 "이번 총선은 '탄핵심판론'과 '거여견제론'의 대결이었으며, 이 대결에서 '탄핵심판론'이 이겼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올바르다. 탄핵심판론은 이번 선거의 가장 중심적인 쟁점이었으며 이번 총선의 기본성격을 규정해 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거여견제론을 물리치고 탄핵심판론이 승리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촛불에서 나왔다.

2004년 촛불의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2004년 촛불의 힘은 단결의 힘이다. 촛불은 단결의 구심이었으며 상징이었다. 그것은 이번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특히 이번 촛불의 힘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사회에서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의 통일단결이야말로 승리의 열쇠이다. 민족민주운동진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의 통일단결, 변혁적 진보정치세력과 부르조아 개혁정치세력의 단결단합이야말로 역사발전의 중심적 열쇠로 된다. 그 어느 한편의 힘만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개혁, 자주와 통일의 역사를 창조할 수 없다.

둘째, 2004년 촛불의 힘은 대중투쟁의 힘이다. 투쟁만이 역사를 전진시켜준다. 3.12 탄핵사태가 벌어지자마자 바로 그날 밤부터 대중들은 촛불을 들고 투쟁의 마당으로 떨쳐 일어섰다.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결코 그대로 앉아 있지만은 않았다. 손에 손을 잡고 투쟁의 노래를 부르며, 광화문으로 모였다.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가지고 투쟁의 노래를 부르고 투쟁의 구호를 외쳤다. 이러한 단호한 투쟁에 탄핵세력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개혁진보세력들이 정세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하면서 총선정국을 선도해 나갔다. 바로 이러한 대중적 투쟁의 힘이 이번 총선승리의 견인차였다. 대중투쟁과 선거투쟁을 올바로 결합하는 것이 선거승리의 비결이라는 것을 이번 촛불 투쟁은 보여 주었다.

셋째, 2004년 촛불의 힘은 대중참여의 힘이다. 촛불은 새로운 대중참여형 투쟁방식인 것이다. 촛불이라는 새로운 대중참여방식이 없었더라면 이번 탄핵반대투쟁에서 수많은 대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었고 그랬다면 정세의 주도권을 쥘 수 없었을 것이다. 촛불은 단순히 단결과 투쟁의 상징일 뿐 아니라 새로운 대중참여방식인 것이다. 대중이 주체적이고 창조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적 추세이며 흐름이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와 흐름에 호응하는 방식의 투쟁방식을 찾지 않으면 대중이 절대로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 촛불이 상징하는 새로운 대중참여의 힘이 이번 총선승리의 비결이었다. "대중을 주체로 나서게 하라" 이것이 향후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절대명제이다.

2) 이번 총선승리는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장기적인 준비와 노력의 결실이다

이번 총선승리의 요인은 가깝게는 촛불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장기적은 준비와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먼저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진보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미 십여년 전부터 합법적 진보정당건설과 대중주체의 정치활동을 꾸준하게 준비해 왔다. 이를 위해 수많은 활동가들은 헌신적이며 열정적인 노력과 투쟁을 벌여 왔다. 온갖 실패와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새정치에 대한 신념 하나만을 갖고 험로를 헤쳐 왔다. 이러한 꾸준한 준비와 노력이 오늘의 승리를 가져왔다.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선도적인 노력은 민주노동당의 조직적 강화발전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라 전체 정치권에게 정치개혁의 시대적 흐름을 자각시켜주고 자극을 주어 새로운 정치개혁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에도 크게 일조하였다.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노력과 함께 기존 제도권정당 내에서도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 졌다. 여러 가지 인터넷 싸이트가 만들어지고 대중참여형 정치활동 모임도 만들어져 활발히 활동하였다. 그들은 새로운 대중참여형 정치활동과 선거문화를 만들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노사모와 국민의 힘과 같은 조직과 활동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로운 정치활동의 모범을 창조하고 정치문화와 정치활동방식을 개혁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주고 기여를 하였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새 정치 실현을 위한 꾸준한 준비와 노력이 없었다면 탄핵심판론 만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2) 이번 총선승리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산물이다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승리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총선승리는 어쩌면 6.15 남북공동선언이 가져다 준 선물인지도 모른다. 낡은 정치세력들이 국민대중을 협박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차지하는 가장 확실하고 기본적인 수단이 바로 반북 색깔공세임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반공반북 이데올로기가 횡횡하던 시대에는 그러한 색깔공세가 적중하곤 하였다.

그러나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국민대중들은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의 포로상태에서 벗어나고 색깔공세는 더 이상 효과적인 무기가 되지 못하였다. 이것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여실히 입증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색깔공세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었고 오히려 역효과만을 가져다 주었다. 이로서 친미수구세력들은 자신들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렇게 볼때 6.15 공동선언이야말로 이번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4. 향후 과제

1) 친미수구세력들을 척결하고 민주개혁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심적인 과제이다

4.15 총선에서 개혁진보세력들이 승리하고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함으로서 개혁진보정치의 공간이 확대되었으며, 전 사회적으로 개혁과 진보의 열망이 높아지고 개혁과 진보에 유리한 정치적 분위기가 창출되었다. 개혁진보정치세력들은 이러한 정치적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민중들의 민주주의적 열망인 민주개혁과 정치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민주개혁과 정치개혁은 결코 순탄하게 이루어 질 수 없다. 친미수구정치세력들은 대통령 자리와 의회다수당 자리에서 밀려났지만 여전히 의회에서 거의 과반수에 육박하는 세력을 유지하고 있고 게다가 사회구석구석에는 친미수구세력들이 틀어 앉아 있다. 아직까지 친미수구세력들은 사회지배세력, 기득권세력의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민주개혁, 정치개혁의 과정은 이들 친미수구세력들과의 치열한 투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권개혁정치세력들은 민주주의와 개혁에 결코 투철하지 못하다. 따라서 친미 수구기득권세력과의 타협에 대한 유혹을 끊임없이 받게 될 것이며, 개혁에 불철저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민주개혁 정치개혁을 지속적으로 확대발전시켜 개혁과 진보의 새 정치를 구현해 나가려면 민족민주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이 단결 단합해야 한다. 개혁의 속도와 내용을 둘러싸고 또는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상호의 이견과 이익을 앞세우게 되면 단결이 약화되고 민주개혁의 대중적 추진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민족민주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은 현 정세에서 친미수구세력 척결과 민주개혁, 정치개혁의 과제를 가장 선차적인 과제로 내세우고 대동단결하여야 한다.

현 시기에 가장 선차적인 민주개혁의 과제로서는 국가보안법폐지, 제반 반민주악법 철폐, 언론개혁, 정치개혁 과제 등을 들 수 있다.

2)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민중들의 새정치에 대한 지향과 열망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런데 대중들의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가로막고 있는 구조적인 장애물은 바로 한반도 냉전구조이다. 남북의 군사적 대결상태를 끝장내고 남북 화해와 평화구조를 정착시켜야 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극복하고 대등한 한미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미국의 대북 전쟁정책을 종식시키고 한반도 평화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냉전시대의 유물들인 이러한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새정치를 구현할 수 없다. 전쟁의 위기가 상존하는 조건에서 그 어떠한 민주주의가 싹트고 발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새정치를 실현하려는 대중들의 열망은 다름아닌 평화롭고 안정된 삶, 굴종에서 벗어나 주인다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열망에 다름 아니다. 한반도 냉전구조는 바로 이러한 대중들의 열망과 요구를 구조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따라서 새 정치의 가장 큰 적은 다름아닌 한반도 냉전구조인 것이다.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작업이 필요하다.

첫째는 미국의 대북전쟁정책을 북미평화공존정책으로 바꾸도록 투쟁해야 하며, 둘째는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새로운 대등한 한미관계로 바꿀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하며, 셋째는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완전히 전환하도록 투쟁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투쟁해 나가기 위해서 선결적으로 요구되는 당면 과제가 이라크 파병 반대투쟁이다.

3) 진보적 대중정당인 민주노동당을 더욱 튼튼히 강화발전시켜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획기적인 사변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자체적으로도 새로운 전환적 국면이다. 이번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누구나 예상했었지만 사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원내진출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하였다. 일거에 제 3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원내 활동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번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역사적인 승리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민족민주운동진영 내에 새로운 역사적 과제를 부여해 주고 있다. 이번 원내진출로 민주노동당은 그 이전과는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이제는 단순히 기존 정치세력들을 비판만 하였던 지난 시기와는 다르다. 이제는 책임있는 원내정당으로서 대중의 요구와 이익을 위해 어떻게 복무하는가를 직접적으로 심판받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과 조건에 맞게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과 정책, 그리고 활동방식에서 일대 혁신을 이룩하여야 한다. 특히 개혁과 진보를 지향하는 모든 대중들을 통일단결시킬 수 있는 정치노선을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서민의 생활적 요구를 반영한 서민 정책을 수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자 서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정책과 노력이 당의 대중적 토대를 강화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당당한 원내 책임정당으로서 모든 계급계층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점에 있어서 민주개혁과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 협력과 통일을 지향하는 대중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과 노선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서민의 목소리를 의회에 반영한다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정치발전을 주도하고 한국정치의 방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전체 국민대중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주는 정치적 청사진을 가져야 한다.

민주노동당을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데에 있어서 당의 대중적 토대를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대중노선을 확립하고 당활동방식에서 일대 혁신을 이룩하여야 한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소수 특권계급계층을 제외한 광범한 국민대중의 지지를 받는 정치활동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4)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반대하고 민중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

새롭게 형성된 정치적 조건에서 가장 선차적이고 중심적인 과제는 대중의 민주개혁의 열망을 반영하여 민주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친미수구세력과의 투쟁이다. 그리고 민주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혁진보세력들의 연대와 단결이 필요하다. 그래야 수구세력들의 저항을 분쇄하고 수구세력척결과 민주개혁의 완수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민족민주운동진영과 시민운동진영은 민중들의 생존권적 요구와 투쟁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에 의해 강요되고 있는 무분별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으로 경제적 토대는 약화되고 민중생존권은 나날이 절박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민중들의 생존권적 요구는 매우 절박하며 한시도 뒤로 늦출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의 강요에 굴복하여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 추진하면서 민중생존권을 위협한다면 노무현 정부와 강력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진실로 민주개혁과 민중생존권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관철하려고 노력하게 되면 협조할 수 있지만 민중을 배신하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사대주의적이고 굴종적인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면, 그리고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된다면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낡은 20세기의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21세기의 정치를 실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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