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은 대규모의 해병대를 상륙시키는 '프리덤 배너 04' 훈련을 휴전선 인근인 평택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최근 10년간 최대 규모의 해병대 야외기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오는 9월까지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탄핵정국, 그리고 연합전시증원훈련(RIOS)와 독수리훈련 등을 이유로 남북간 경제실무회담을 연기해 놓은 상태이며, 조선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시작으로 외무성, 조평통 등 이에 대한 규탄 입장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군사지 '성조지'가 25일 10만명이라는 최대규모로 비무장지대(DMZ) 인근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하고, 최대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을 DMZ 인근지역에서 실시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실제 북미를 비롯해 6자회담 관련국들이 약속한 '추가적 상황악화 조치' 금지를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핵 관련 6자회담이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그 회담 내용이나 결과는 기대에 못미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미국의 무성의가 주요하게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 북한을 '평화협상'에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6자회담의 진전이 없는 것을 북한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자국의 '이익'에 맞춰 진행하는 군사훈련이 두 나라가 합의했던 '추가적 상화악화 조치'의 본질을 흐리기 위함이 아닌지.

미국의 이지스함 동해 배치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6자회담 진행중에 MD 체제의 일환으로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 것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이나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아직 공식 통보받은 바가 없다면서 '추가적 상황악화 조치' 여부에 대한 질문은 아예 답을 피해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6자회담에서 선량한 중재자를 자임하며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의견을 달리 하는 두 상대가 일단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했으면, 이 대화에 충실하면 된다. 그리고 이 대화의 틀을 깰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은 삼가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 아닌가. 그래서 중재역을 맡은 사람의 중재와 감시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볼 때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미국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를 보면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미국은 알아야 한다.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하고,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최대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미국의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할 뿐만 아니라, '탄핵 정국'속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정부는 주도적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도 실제 미국의 추가적 상황악화 조치에는 늘 눈을 감는 태도를 더 이상 취해서는 안된다. 중재자는 두 상대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중재자가 균형감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한쪽으로부터 배척받을 것은 뻔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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