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준) 청년학생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첫째 날 3월 20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 ‘남북해외청년학생단체대표자회의’에 참가하기 위한 남측의 대표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원래 집결시간은 7시30분이었으나, 역사적인 회의에 참가하는 설레임 때문인지 다들 서두른 듯 하다. 물론 여러 번 행사에 참가했던 대표들 중에는 수속시간에 딱 맞춰온 사람도 있다.

그렇게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29명의 참가자가 무사히 인천을 떠난 시간이 오전 9시 30분. 목적지인 중국 심양은 우리나라보다 약 한 시간 정도가 빠르다. 그래서 심양에 도착한 시간은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심양공항에 도착하자 중국쪽 대표자들과 먼저 들어온 문성순 상임집행위원장이 반갑게 남측 대표단을 맞아 주었다. 환영인사를 마치고 준비된 버스에 올라 회의장소인 칠보산 호텔로 가는 길엔 남쪽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넓은 들이 펼쳐져 있다. 주변에 높은 산들이 보이지 않는, 그리고 조금은 낡은 건물들을 수리하고 대규모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이쪽 신도시의 모델이 남쪽의 강남지역이란다.

심양은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가 약 850만 명 정도라고 한다. 물론 땅이 넓으니까 인구밀도야 남쪽보다 높지는 않겠지만 시내에 들어서니 건물도 사람도 역시나 복잡하다. 그리고 중국의 동부쪽이라 그런지 황사가 엄청 심했다.(22일 공동관광을 하고 돌아오니 구두에 뿌옇게 먼지가 앉을 정도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모자, 마스크, 스카프로 완전무장한 사람들이 흔하게 보인다.

설레임으로 도착한 칠보산호텔. 1층 로비에는 남측보다 하루먼저 도착한 북측대표들이 박수로 우리 대표단을 맞이해 주었다. 참가자 중에는 몇 번 행사에서 만나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얼마만이냐며 감격스레 악수를 나누었다. 반갑기도 하고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실질적인 대표자회의 일정에 접어들었다.

간단히 짐을 풀고 남측대표단끼리의 점심식사를 하였다. 칠보산호텔은 북측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라 한식식당엔 다행히도 우리말을 쓰는 ‘접대원동무’들이 일을 보고 있었다. 접대원동무들은 조국에서 3-4년을 주기로 번갈아 나와서 일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부산 아시안게임 때 응원단으로 온 동무도 2명이나 되고, 모두가 춤과 노래를 겸비한 예능인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남측의 대표들을 환영하는 공연이 진행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반갑습니다’와 ‘휘파람’, ‘홀로아리랑’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정말로 음반하고 똑같이.

남측대표단 자체 모임을 통해 전체 일정을 공유하고, 오후시간엔 실무협의를 진행할 공동집행위원장단을 제외한 대표자들에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말도 안 통하는 중국거리를 다들 목적지(주로는 ‘서탑’)를 한자로 종이에 적어 호텔을 떠났다. 호텔에서 조금만 택시를 타고 가면 ‘서탑’이라고 조선족들이 많이 살아서 우리말 간판을 종종 볼 수 있는 거리가 있다. 나는 실무협의를 하느라 호텔에 머물러 있었지만, 대부분 저녁까지 두 손 가득 무언가를 사들고 왔다. 남쪽보다 물가가 싸서 더 많이 샀다고들 한다.

일본쪽 대표단이 첫날 오후에 도착하고 21일 오전에 미주 쪽에서 도착하게 되어, 21일 오전부터 진행하기로 한 대표자회의를 오후2시부터 진행하기로 하였다. 가능하면 해외측과 저녁식사를 동석으로 하려고 하였으나 해외측 대표들도 심양에 처음 온 사람들이 많아서 시내로 구경을 가서 아쉽게도 첫날은 남측대표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 3월 21일

▶21일 열린 '남북해외청년학생단체 대표자회의'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필자(가
운데). [사진 제공 - 청학위]
오전시간은 오후 회의시간까지 남측 대표단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왠지 일정이 조금은 뜻하지 않게 비어서 다들 좀 당황하긴 했지만, 쉬기도 하고 어제 다 못한 시내 구경을 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실무협의 과정에서 마무리가 미비하여 전체회의가 지연되기는 하였으나, 공동선언문과 올해의 공동사업에 대한 합의를 정리하고 3시 30분이 되어서 본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번 회의는 ‘6.15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해외청년학생단체대표자회의’라는 명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으로 남과 북, 해외의 청년학생단체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성사시켰다는 큰 의의가 있다. 그런 만큼 본 회의에서 발언하는 각 대표들도 그러한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또한 지난 시기의 남북간, 남북해외간의 교류사업의 성과를 이어 공동사업과 공동행동 등 질적으로 발전된 사업을 진행하고, 주변환경에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청년학생들이 이어나갈 것이 강조되었다.

대표자회의의 결과를 ‘6.15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해외 청년학생 대표자 선언’으로 발표하였으며, 그 내용은 “우리민족이 제일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깊이 간직하고 민족적 존엄을 높이 떨쳐 나갈 것, 온 민족의 단합을 더욱 튼튼히 다지며 민족의 안녕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에서 선봉적인 역할을 다할 것, 조국통일의 이정표인 6.15 공동선언을 철저히 고수 이행하기 위한 통일애국운동에 적극 앞장서 나갈 것” 등을 담고 있다. 또한 그것과 함께 지난 시기 성과적으로 진행되었던 ‘남북해외청년학생통일대회’와 ‘북녘유적답사사업’을 올해 안에 진행할 것을 합의하였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회의는 남과 북, 해외 대표들의 발언과 대표자선언 낭독을 끝으로 참가자들의 우렁찬 박수와 함께 역사적인 대표자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진행된 북측에서 준비한 연회는 회의를 성과 있게 마무리한 후 진행되는 만큼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서로의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정을 나누는데 전체 연회장의 열기가 후끈했다. 젊은 청년들이니 만큼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셋째 날 3월 22일

심양에 있는 고궁을 공동으로 관광하기 위해 전체 참가자들은 조금은 이른 시간에 1층 로비에 집결했다. 전날의 연회를 너무 즐겁게 한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다들 차에 올라 고궁으로 향했다.

심양은 청나라 때 3대 왕의 즉위식까지 했던 옛 궁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너무 짧은 안내인의 설명이었지만(그게 중국식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쫓아다니며 둘러보고, 어울려 사진도 찍고, 어제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고궁에 이어서 심양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하는 상업거리를 관람했다. 간판만 중국어 일 뿐 너무나도 남쪽 번화가와 비슷해서 조금은 놀라웠다. 맥도날드에, KFC에, 엄청나게 큰 모델광고판 등 자본주의문화가 많이 들어왔구나 싶었다. 그렇게 관람을 마치고는 해외 측에서 마련한 점심식사를 했다. 심양에서 아주 유명한 오리요리전문점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미안하지만 중국요리가 향과 맛이 잘 맞지 않아서(거기다 술도 쎄서-중국은 제일 도수가 낮은 술이 42%란다) 좀 고생을 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호텔에 들어갈 사람은 들어가고 더 쇼핑을 할 사람은 하고 해서 오후시간을 보냈다.

3박 4일이라는 처음엔 시간이 길 것 같았는데, 벌써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게 참가자 모두에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남측에서 준비한 마지막 연회는 늦게까지 진행되었다. 자리를 옮겨 다니며 서로에게 술을 권하고 이틀의 시간이 너무 짧을 새라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남, 북, 해외의 대표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전체 참가자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기차놀이도 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를 목청껏 부르며 마지막 밤을 아쉬워했다. 그 아쉬움을 숙소 로비에 다시 모여 밤새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 3월 23일

모두가 전날의 연회로 인한 피곤한 모습으로 하나 둘 호텔 로비에 모이기 시작했다. 남측 대표단이 가장 먼저 떠나게 되어 북측과 해외측의 대표단들이 먼저 나와 배웅을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올해 함께 하는 사업을 정하기는 하였으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의 건강을 바라며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 피곤하기는 하지만, 참가자들 모두가 3박 4일 동안의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되돌아보며 올해 남북해외의 청년학생들이 뚫고 나갈 통일운동을 생각해보았으리라.

특히 남측의 참가자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남북해외의 청년학생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회의를 성사시킨 만큼, 진정 우리민족 모두가 하나가 될 때 더 큰 힘이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또한 통일운동 속에서 우리 청년학생단체가, 그리고 단체의 대표자로서 더욱 역할을 높여야 함을 되새기게 되었다.

나 또한 청년학생위원회의 책임을 함께 맡고 있는 지금, 6.15공동선언의 기치에 맞게 청년학생위원회가 단결.단합력을 높이고 성과 있게 올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함을 다짐하게 된다.

통일조국의 미래이고, 통일운동의 선봉대인 청년학생들이 올해 첫 공동사업의 포문을 연 만큼 올해는 통일조국으로 더욱 큰 걸음을 내딛을 것이라 확신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