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3월 20일 오후 6시. 시민들은 삼삼오오 손을 잡고 광화문네거리로 모여들었다.
“탄핵무효, 민주수호”의 촛불을 들고......

이날 광화문네거리에는 수십만명의 애국시민들로 꽉 메워졌으며, 전국적으로도 수많은 대중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날 온 나라는 탄핵무효의 촛불로 뒤덮였다. 3.12 수구세력들의 친미반동적 의회쿠데타는 3.20 대중항쟁으로 범국민적 심판을 받았다.

분명히 친미반동 의회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러한 상태에서 제2, 제3의 쿠데타 행동을 감행할 여력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탄핵반대투쟁을 중간 평가해 보고 향후 우리들의 투쟁과 활동의 방향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1. 탄핵정국에 대한 중간 평가

지금까지 탄핵반대투쟁은 매우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전개되었다. 민족민주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은 국회에서 대통령탄핵이 결정되자마자 550여개 단체가 모여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준)’을 결성하고 범국민적인 대중투쟁을 전개하였다.

범국민행동은 즉각적으로 매일 저녁 오후 6시에 광화문에서 탄핵무효 촛불집회를 열고 탄핵규탄투쟁을 전개하였으며, 3월 13일과 3월 20일에는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하여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규모의 대중적 진출을 과시하여 탄핵정국의 정세를 일거에 반전시켰다.

이처럼 범국민적인 탄핵반대 대중항쟁을 성공적으로 조직 전개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신속하면서도 일치단결된 공동행동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친미수구세력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30%정도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부분적인 국민적 저항이 있더라도 친노와 반노의 대결로 몰아가게 되면 범국민적 투쟁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하고 무리하게 대통령 탄핵소추를 밀어붙였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첫날 의사당 주변에 모인 대중들은 대부분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 중심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통일연대 등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서 탄핵반대투쟁이 친노-반노의 대결로 변질되지 않고 친미수구세력과 애국민주세력의 대결, 즉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범국민적 투쟁으로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민족민주운동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은 친미수구세력들이 이번 투쟁을 친노-반노의 대결로 변질시키려는 음모를 파탄시키고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적 투쟁으로 벌여나가기 위해 노사모와 열린우리당 등의 친노세력들을 범국민 공동행동에 참가시키지 않았다.

이처럼 민족민주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이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서 초기에 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투쟁의 성격을 친노와 반노의 대결전선이 아닌 친미수구와 애국민주의 대결전선, 즉 민주수호의 범국민적 항쟁으로 만들어 나갔던 것이 주효하였던 것이다.

이와 함께 민족민주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이 부분적인 견해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이라는 공동의 목표아래 대동단결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된다.

사실 “탄핵무효, 민주수호”의 기치아래 6월항쟁 이래 최대의 군중들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들 수 있었던 것은 민족민주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의 통일단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단결이야말로 생명이며, 승리이다. 특히 민족민주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의 단결이야말로 대중적 행동통일의 기본 열쇠이다. 이번 투쟁은 단결의 힘을 과시한 투쟁이었으며, 다시 한번 단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투쟁이었다.

그러나 이번 탄핵반대투쟁이 초기에 성공적으로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이상과 같이 초기에 애국민주세력들(민족민주운동진영+시민사회운동진영)이 신속하고 일치단결된 투쟁이 주효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6월 민중항쟁과 6.15 공동선언으로 열려진 공간을 통한 대중의식의 성장과 발전의 힘이 이번 탄핵사건을 계기로 혁명적으로 분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투쟁에 참여했던 대중들의 대다수는 조직된 군중들이 아닌 자발적인 참여군중들이라는 데서 잘 드러난다. 대다수의 대중들은 인터넷공간에서 토론을 하고 참여를 결심하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우리들은 광범한 대중들이 왜 이처럼 투쟁에 참여하였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이 제기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단순히 총선이라는 정치적 계기를 맞아 정국의 주도권과 지배력을 장악하려는 정쟁이 아니라 6월항쟁 이후 발전되어온 민주와 개혁을 뒤엎고 수구반동적 질서로 되돌리려는 의회쿠데타라는 것을 간파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친미수구세력들의 의회쿠데타를 방치하게 되면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을 권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자신들이 권력을 찬탈할 것이며, 그들이 권력을 찬탈하고 벌일 짓거리란 바로 그들이 지난 일년 동안 보여준 행태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친미사대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이며, 반개혁적이며 반민주적인 행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탄핵행동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자주와 통일에 대한 도전으로 대중의 힘으로 가꾸어온 민주와 자주통일에 대한 쿠데타라고 본 것이다. 즉 그들의 탄핵책동은 겉으로는 노무현에 대한 탄핵책동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주 민주 통일에 대한 탄핵책동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2. 탄핵정국의 향후 전망

친미수구세력들의 의회쿠데타 시도는 대중의 반격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탄핵정국 이후 탄핵반대여론이 70% 이상을 상회하고 있으며, 6월항쟁 이후 최대의 대중이 탄핵반대 대중투쟁에 참여하였다. 현 상황은 사실상 제2의 6월항쟁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탄핵소추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계속 심화되는 추세이다.

대중들의 탄핵반대 여론은 자연스럽게 총선심판론으로 발전하면서 이번 4.15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중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에 꿈꾸었던 제2, 제3의 쿠데타행동을 시도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멸할 뿐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현재로 보면 탄핵정국은 총선정국과 결합되면서 총선시기동안 총선국면이 탄핵정국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대중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총선으로 모아질 것이다.

이러한 정세인식을 반영하여 “범국민행동”내에서는 촛불집회를 일시 중단하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는 상당히 타당한 의견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현 시기에서 촛불집회를 일시 중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친미수구세력들은 워낙 거센 대중의 반발에 일시적으로 움츠러들어 있지만 우리들의 투쟁전선이 조금이라도 이완될 조짐이 보이면 그 틈새를 노려 그 어떠한 도발적 행동을 감행할지 모른다. 지금도 야당일각에서는 총선보이콧론이 새어나오고 있으며, 극렬수구세력들의 탄핵찬성 맞불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에서는 국론분열, 극단적 대립 등을 부각시켜 혼란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현재의 역관계로 보아 친미수구세력들이 총선에서 대중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며, 거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식물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지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이다.

지금 그들이 마지막으로 잡고 있는 동아줄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이다. 그들은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비리 차떼기 부패정당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탄핵사태로 쏟아지고 있는 대중적 분노를 약화시켜 기사회생의 길을 모색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쇼로서 대중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그들이 자신들이 마지막 잡고 있는 동아줄마저 끊어져 벼랑에서 떨어질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면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총선보이콧”또는 “총선연기론”을 들고 나올 개연성은 매우 높다.

이처럼 현 정세는 여전히 유동적이며, 많은 가변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상적 측면에 매몰되어 정세를 안이하게 인식하고 수동적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 고도로 경각성을 갖고 예상되는 도발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태세를 확고히 확립해야 한다. 설마라는 안이한 인식이 도발을 불러온다.

현 탄핵정국에서 친미수구세력들의 쿠데타 기도를 봉쇄하고 정상적으로 총선이 치러지도록 하여 총선심판을 통해 수구척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촛불집회이다. 현 시기에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수호의 횃불이며, 버팀목이다. 그리고 친미수구세력들의 반동적 쿠데타 기도를 봉쇄할 수 있는 물리적 억제력이다. 따라서 총선국면이 도래한다하더라도 촛불집회는 계속 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광화문 촛불집회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대중의 수와 규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탄핵반대, 수구청산” 광화문 촛불집회는 이미 사천만 민중들의 정치적 지지와 동의를 얻었으며, 정치적 정당성과 상징성을 부여받았다.

총선시기에 총선캠페인에 참여하느라 직접적인 참가가 축소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대중적 정치적 영향력과 정당성과 지지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광범한 대중들은 광화문에서 민주수호의 촛불이 밝혀져 있는 동안 안심하고 총선활동에 참가하여 수구세력들을 총선에서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지난 87년 6월항쟁 때 수구세력들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하고 대선을 맞아 군부독재권력을 연장시켜 주었던 쓰라린 악몽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구세력들을 완전히 척결할 때까지 광화문의 촛불을 지켜져야 한다. 투쟁의 기세를 멈추지 말고 견결하고 완강하게 투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

3. 향후 투쟁방향

1) “탄핵무효, 수구척결” 기치 들고 완강하게 투쟁해야

당면 탄핵정국에서 우리들의 투쟁의 구체적 목표는 무엇인가? 물론 탄핵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가장 선차적인 목표이다.

그러나 이번 3월 대중항쟁에 수천만명의 민중들이 분노하고 수십만명의 대중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은 단순히 탄핵저지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것도 아니다. 대중들은 이 땅의 민주와 개혁의 역사가 좌절되고 파쇼와 수구반동의 역사가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민주와 개혁을 수호하기 위한 일념으로 투쟁에 떨쳐 일어선 것이다.

이러한 민중들의 요구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핵저지를 뛰어 넘어 친미수구세력 척결을 목표로 내세우고 끝까지 완강하게 투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

이 땅의 친미수구세력들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세력이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보수세력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민주수구세력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반대하고 민족의 분단과 대결을 부추기는 반통일세력이며, 외세에 빌붙어 민족의 이익을 외면하는 사대매국세력인 것이다. 친일 반역의 무리를 뿌리로 하는 민족반역의 무리들이다.

이 땅의 친미수구세력들이 작년 일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대북송금 특검을 실시하여 남북화해에 발목을 잡고, 이라크 파병에 앞장서 우리들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으려 하고, 대선자금수사에 발목을 잡아 정치개혁을 가로막는 등 사대매국적이고 반통일적이며, 반민주수구적 작태뿐이었다. 이러한 그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논하고 민족의 운명을 논한다는 것은 수치이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민족자존과 민족화해에 암적인 존재들일 뿐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곧 민주주의를 말살하려고 하는 반민주세력과의 투쟁을 통해 그들을 정치의 무대에서 몰아내는 과정인 것이다. 해방이후 친일파 청산을 소홀히 하여 한국의 현대사가 얼마나 많은 질곡에 빠져 민중들이 고통을 겪었던가? 민주와 개혁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반민주적이고 파쇼적인 수구세력을 완전히 척결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들은 탄핵저지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비롯한 친미수구세력 척결을 투쟁의 구체적 목표로 삼고 그들을 완전히 척결할 때까지 완강하게 투쟁해 나가야 한다.

2) 진보정치 실현을 향한 대중적 열망 결집해야

현재의 탄핵정국은 친미수구세력들의 친미반동적 의회쿠데타로 인해 형성되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낡은 정치의 산물이다. 친미수구세력들은 낡은 정치를 토양으로 싹이 트고 자라났으며, 낡은 정치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다. 낡은 정치의 토양이 사라지면 친미수구세력이 유지 온존될 수 없다.

따라서 친미수구세력들을 근원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서는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미수구세력들이 일시적으로 제거될 수 있을지라도 다시금 다른 형태로 되살아나 한국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다.

새 정치는 진보정치이다. 이 땅의 진보정치는 민주주의와 개혁을 추구하는 정치이며,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치이며, 부패하지 않는 깨끗한 정치이며, 지역갈등을 조장하지 않는 통합과 단결의 정치이며, 민중생존권이 보장되는 민생정치이다.

진보정치의 적은 보수정치 일반이 아니다. 진보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적은 수구정치세력들이다. 친미수구세력을 척결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하는 세력들은 진보정치의 적이 아니다. 따라서 진보정치를 실현하는 투쟁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전선으로 국한될 수 없다. 진보정치를 실현하는 투쟁은 진보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친미수구세력과의 투쟁이며 전선인 것이다.

우리들은 “수구척결”의 기치를 내세우고 대동단결하여 완강하게 투쟁을 벌임과 동시에 새로운 진보정치의 구체적인 내용과 상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교육선전과 토론을 통해 진보정치 실현의 대중적 열망을 결집하여 진보정치 실현의 대중적 토대를 비약적으로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낡은 정치와 결별하고 새 정치를 구현하지 않는다면 친미수구세력들이 되살아나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협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려 나가야 한다. 지난 일년 동안 노무현 정부에 대한 대중적 실망과 분노는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단지 새 정치를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친미수구세력들의 척결투쟁이 선차적이고 중대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잠시 뒤로 미루어 둔 것이다. 문제는 친미수구세력 척결 이후에도 과거의 모습이 되풀이 된다면 대중들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는 불문가지이다.

“친미수구세력 척결”과 “진보정치 실현”의 기치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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