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6시 아트시네마 극장에서 비전향 장기수를 주제로 한 독립영화 '송환'
시사회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8일 오후 6시 종로구 화동 아트시네마 극장에서 열린,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을 소재로 한 다큐 영화 ‘송환’의 시사회장에는 ‘주연배우’인 장기수 어른들을 비롯해 많은 통일.민주운동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영화감독과 배우들, 또한 일반 영화팬들도 자리를 같이해 시사회장은 더욱 빛났다.

영화는 92년 3월7일 김동원 감독이 한 요양원에서 출소된 뒤 갈 곳이 없던 비전향 장기수 조창손, 김석형씨와의 만나면서 시작한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을 중심으로 63명의 비전향 장기수가 2000년 9월 북으로 송환될 때까지의 사연과 삶을 담았다.

김 감독은 '우직한 고집'으로 총 500개가 넘는 테이프에 800시간 넘는 분량을 촬영해 12년만에 한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는 남과 북, 분단시대가 만든 비전향장기수라는 어찌보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김 감독은 그들의 있는 그대로 진솔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상과 이념을 넘어선 일상의 문제로 재해석했다.

남쪽 지인들과 함께 간 야유회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는 모습에서 동네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친숙함이 묻어난다.

송환을 앞두고 추억을 남길겸 떠난 여행에서 이들은 오랜 수감과 모진 고문을 견딘 장기수가 아닌 어느새 장난기 가득한 천진난만한 아이들로 변해 서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친다.

아이들을 안으며 북녘에 두고 온 가족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보는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설령 남쪽에 부모가 있더라도 다른 가족들의 반대로 만나지 못하는 현실 앞에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장기수의 뒷모습에서 분단이 가져다 준 가족 간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케 했다.

영화 중간중간에 수건을 꺼내들고 눈물을 닦은 이는 비단 장기수뿐이 아니었다. 관객들은 ‘기록, 그 자체가 만들어낸 감동’에 손수건을 하나씩 꺼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사이 박수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이 소리는 마치 아직까지도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치는 듯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이들은 대개 화려한 영상과 잘 짜여진 구성의 일반상업영화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간의 희노애락이 적절히 담겨있는 감동적 영화였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19일 개봉되는 스크린은 전국 10개 예술영화 전용상영관이 등록된 '아트플러스' 소속 5개 극장으로 서울의 아트큐브, 하이퍼텍 나다, 광주 광주극장, 부산 DMC 6관, 제주 프리머스 5관등이다.

▶시사회를 마치고 영화에 등장한 비전향장기수 안학섭(오른쪽) 선생이 김동원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다음은 시사회를 마치고 나온 관객들의 영화소감이다.

안학섭(44년 복역, 비전향 장기수)

(우리를) 빨갱이라고 하는데 여기 사람들처럼 복잡한 생각 않고... 감회가 깊다. 이걸 보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이 다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역사의식을 가지고 민족적 양심으로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한다. 또 이 영화가 그 길에 기여했으면 한다.

문정현 신부

남북문제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영화다. 역사의 길을 걸어 현재까지 왔다. 아직 가야할 길도 많다. 여기까지 오는데 분노, 아쉬움,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가. 얼마나 더 눈물을 흘려야 전진할 수 있을지, 앞으로 갈 길이 너무 험난하다. 현주소를 얘기하는 드문 작품이다.

▶문정현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김영식(1934년생 26년 복역, 2차 송환대상 장기수)

나는 영화평 같은 것은 잘 못한다.
1920년, 30년 이때 태어난 사람들이 머리 하얘지도록 징역에서 고생했다.
해방이 됐어도 또 미국이 식민지로 완전히 먹으려기 때문에 머리가 하얘지도록 싸웠다. 민족이 화합해야 하는데 남쪽에서 미국이 자꾸 방해해 못하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
영화는 다 잘 됐다.
진 영감 묘소에서 지나치게 한 것 같아 아쉽다. 너무 부애(부아)나고 땅속에 사람은 못 찾는데 풀보고 땅보고 절하고 '내가 왔소' 해도 대답도 없고... 선생(관객)들이 단순히 보기에 뭐 하겠지만 당사자가 돼서 겪어 봐야 알 것이다.

권해효(배우)

혹시나 해서 손수건을 챙겨왔는데 유용하게 썼다.
지금도 감정적인 격앙이 가라앉지 않는다.
최근에는 엄청난 대작들이 전쟁과 분단을 얘기 했지만 이 다큐가 진정 전쟁과 분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볼링 포 콜롬바인' 같은 영화가 없는 것을 부러워했는데 이젠 부럽지 않다.

▶시사회를 마친 김동원 감독은 느티나무 카페에서 축하 뒷풀이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박찬욱(감독)

대개 이런 류의 영화가 촌스럽고, 계몽적일 거라 걱정하면서 봤는데 영화내내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봤다. 예술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다. 여느 오락영화보다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했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지의 위대한 영화를 제작한, 대학선배 김동원 감독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한다.
흥행을 전망한다면 아마 공동경비구역 JSA만큼 하지 않을까 한다(웃음).

안성기(배우)

일단 재밌게 봤다. 단순 재미가 아니라 어떤 유머도 있고 인간의 희노애락이 적절히 잘 들어가 있어 재미가 있었고 감동적이었다. 다큐영화 중 비교적 잘 알려진 영화는 과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등이 있지만 장르로 보면 (다른 영화에 비해)미미하다.
다큐영화도 일반영화와 함께 공존해야 한다. 이번 ‘송환’을 계기로 다큐영화가 활성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비전향장기수의 삶을 극화한 영화 '선택'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김중기씨.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강제규(감독)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김동원 감독에게 같은 감독의 입장에서 존경의 뜻을 전한다. 특히 선댄스 영화제에서 '표현의 자유상' 수상은 한국영화사의 큰 쾌거이다.
독립영화의 어려운 점이 많다. 모든 영화인들이 실마리를 풀고 더불어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중기(영화 ‘선택’ 출연 배우)

전체적으로 남북문제나 분단문제를 초점에 맞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폭넓고 감동적으로 이야기로 다가왔다. 특히 김영식씨의 순수하고 때묻지 않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분을 주인공으로 다큐를 만들고 싶기도 하다.
비전향장기수에 대해 편향적이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장기개봉하면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

▶싸인하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김동원(‘송환’ 감독)

시사회라는 무대에 선 것이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가난한 독립영화에 홍보페이퍼 제작지원을 해준 강제규 감독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런 특별한 혜택이 저 개인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이루어져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회가 새로운 것은 영화에 출연했어도 송환된 장기수 어른들이 못봐서 안타깝고, 나중에 보실 수 있을지 담담해진다.
다시 한번 민가협 어머니, 범민련, 민자통, 장기수 모임 통일광장 어르신들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장기수 어르신들이 일상적으로 남북이 왕래할 수 있는 그날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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