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울기만 하느라고 정작 말은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두고두고 아쉽네요. 이번에 만나는 분들은 원없이 얘기들 나누세요"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난 8월 역사적인 상봉을 했던 이산가족들은 그때의 감동을 다시 떠올리면서 한결같이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게 최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또 상봉에 앞선 마음가짐과 삼가야 할 말, 후유증 극복법 등 다양한 `상봉기법`을 소개하면서 선물은 너무 거창하지 않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재혼한 남편과 함께 평양에 가 두고온 자식들과 재회했던 이송자(82)씨는 "서로 만나서 울지만 말고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 울고 나면 얘기 나눌 시간이 너무 짧다"며 "북에 있는 가족들이 다들 먹고사는데 어려움이 없다고들 하니 특별히 선물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오빠를 만났던 아나운서 이지연(52)씨는 "만일 우리 가족이 다시 못보더라도 2세들은 다시 만나야 하니 가족들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 인적사항을 모두 적어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한번도 못본 새언니에게 들려달라고 `감사하다`는 음성을 녹음한 테이프와 녹음기를 오빠에게 줬었다"며 "전자상가에 가면 북한식에 맞는 녹음기가 나와있다고 하더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덧붙였다.

최고령 상봉자였던 김정호(90)씨는 "딸이 살아있다는데 안 나타나 못 보고 온게 가장 섭섭했다"고 말했고 이재걸(75)씨도 "나온다던 동생들이 보이지 않아 항의도 해봤지만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1차 상봉 당시 살아있는 줄 알았던 가족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거나 가족이 상봉장에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는 만큼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상봉 불발`에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오빠를 만났던 백문옥(66)씨는 "정치적인 문제 같은 쓸데없는 얘기들은 하나도 안했다"고 말하는 등 많은 1차 상봉자들은 말조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국내 신경정신과 권위자로 북에서 무용가로 성공한 누나 김옥배(68)씨를 만났던 김유광 박사(57)는 "상봉의 충격이 큰 만큼 단단히 마음을 먹고 상봉장에  들어가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만나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상봉 후에는 다들 적든 크든 후유증을 앓게 되지만 건강하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바쁘게 살다보면 후유증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차 상봉자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형제의 사진을 준비하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야할 준비물의 하나라며 1차때와는 달리 날씨가 추워진 만큼 따뜻한 옷을 챙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연합 200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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