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만난 뒤부터는 북한 식량난이나 태풍피해 등 북한에 대한 걱정이 정말 남의 일로 들리지 않습니다. 북쪽도 우리 식구가 살고 있는 곳이란 생각이 피부로 와 닿습니다"

지난달 1차 남북이산가족 방문단 교환때 서울에 온 오빠 리래성(68)씨를 만난 이지연(52) 아나운서는 최근 제12호 태풍 `프라피룬`과 집중호우로 북한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오빠를 만난 소식을 하루라도 빨리 어머님께 전해드리려 3일 군산시 임피면의 묘소를 다녀왔다는 이지연 아나운서에게 요즘의 심경과 근황을 물어봤다.

 -- 요즘 심경은 어떤지.

▲한동안 앓아 누워 있어야 했다. 반세기 동안 쌓이고 쌓인 통한의 눈물을 사흘동안 쏟아내느라 몸이 많이 피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빠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 다짐으로 몸을 추스려 어제는 군산의 어머님 묘소에 다녀왔다. 추석날에는 고향에서 오빠의 큰절을 받으시라고 말씀드렸다.

-- 다른 식구들은 어땠는지.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이산가족을 만나고 나면 한동안 아플 것이라고 말해 그럴리가 있느냐고 했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일시적이었지만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면회소 설치 얘기가 나오는데.

▲일시적 한풀이는 될지언정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대통령도 말씀하다시피 서서히 재결합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우선은 편지왕래가 실현됐으면  좋겠다.

-- 1차 상봉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말에 대해.

▲이번 1차 상봉의 기회를 가진 식구들 모두가 그 말에 괜스리 미안해지고 또 그 말에 대해 일일이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 같다. 가능한 비용을 줄이면서 계속 상봉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 오빠를 비롯한 서울 방문단 모두가 `통일`을 강조하는 경향에 대해.

▲오빠도 대화중에 자주 `통일`을 언급했지만 우리는 되도록 다른 방향의 대화를 유도했다. 다른 가족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북한 이산가족들이 통일을 강조하는 말이 `북한체제로의 남북 통일`로 들려 거부감을 느끼는 듯했다. `연방제-연합제`통일방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는.

▲대통령께서도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 북한의 체제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북쪽 가족들이 `김정일 장군님`을 말하는데 대해 남쪽 가족들은 `그렇겠구나` 또는 `어쩔 수 없구나`하며 그저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 다른 사람들의 생사확인 부탁을 많이 받았었는데.

▲평소 `오빠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북으로 끌려갔다`고 말해 내 말을 듣고 식구들이 거제도에 있었던 분들이 많이 부탁해왔는데 오빠는 사실 인민군에 자진 입대한 것이어서 거의 알 수 없었다. 다만 오빠와 함께 인민군에 입대한 윤복남(尹福南.70살 가량)씨가 평양에 살고 있으며 예술영화촬영소 경리과장을 지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분이 식구들과 헤어질 당시 주소는 `익산시 마동`이라는 것 밖에 몰라 어떻게 가족들을 찾아야 할는지 막막해 하고 있다.

-- 추가 상봉이 예정돼 있는데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북쪽 가족에게 현금을 포함해 전해줄 의사가 있다면 이를 허용해 줬으면 좋겠다. 선물을 준비해도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몰라 난감했다. (연합 200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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