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지금 우리민족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6.15 공동선언으로 열려진 자주통일시대를 상승 발전시켜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과 통일조국건설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내외 반통일세력들의 방해 책동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 않고 말 것인가?

현재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객관적 정세는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만 않다. 혹자는 미국은 이미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였으며 머지않아 북미국교정상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관적 바람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은 지금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자신들의 기존의 정책이 이미 효용성을 상실하였으며 더 이상의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우리민족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이성적인 나라라면 당연히 이러한 장밋빛 전망이 이미 현실화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당연한 현실이 아직 실현되고 있지 못한 것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미국은 그다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이며 광기에 휩싸여 있는 나라임을 우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그 어떤 죽어가는 나라와 민족이 자기의 운명을 자각하고 역사의 운명을 순순히 달게 받은 적이 있는가 ?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민족이나 계급들도 역사적인 승리의 순간에 다가설수록 더욱더 사활적인 투쟁을 벌였고, 그 사활적인 투쟁에서 승리한 민족과 계급들은 영광의 역사 승리의 역사를 맛보았고, 패배한 민족과 계급들은 굴욕의 역사, 패배의 역사를 맛보아야 했다. 우리는 미국이 결코 순순하게 이 땅에서 물러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 땅에서 승리의 역사, 영광의 역사를 열어 나가려면 장밋빛 바람에 젖어 있을 것이 아니라 현 정세에 대한 과학적이고 냉철한 판단에 기초하여 올바른 투쟁방향과 전술을 세우고 온몸을 던져 투쟁하는 전투적이고 열정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따라서 이글에서는 현정세의 본질을 분석해 보고 특히 이러한 정세에서 한나라당 해체투쟁이 갖는 전략전술적 의미를 밝혀 보려한다.

1. 미국이 북미회담의 마당에 나오게 된 것은 우리민족의 투쟁의 성과이다

미국은 최근 부시가 직접 이북을 무력으로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대북 안전보장을 서면으로 보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북과 미국사이에 제2차 6자회담의 개최를 둘러싼 협상이 막후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 사이에서도 제 2차 6자회담 개최를 둘러싸고 활발한 외교적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6자회담의 개최로 한반도 핵전쟁위기가 부분적으로 완화되고 한반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는 선 핵포기를 내세우며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던 미국이 비록 다자회담의 틀 내에서나마 자신의 기존 대화거부입장을 포기하고 대화와 협상의 자리에 나옴으로서 이루어 진 것이다.

선핵포기를 요구하며 이북과의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던 미국을 대화의 마당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미국은 부시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북의 무장해제를 노린 선핵포기를 강요하면서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정치군사적 외교적 압박공세로 일관하여 왔다.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급격하게 고조되었고 첨예한 대결정세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공세는 우리민족의 능동적 적극적 투쟁으로 파탄나, 스스로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으로 빠져 들게 됨으로써 더 이상 대결정책을 밀고 나갈 추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부시가 사활적으로 추진하던 대북대결정책은 실패로 끝나고 대화의 마당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대결정책이 실패로 끝나게 된 요인은 대략 다음의 네 가지이다.

첫째는 이북의 군사적 준비태세이다. 이북은 선군노선을 내세우며 미국의 군사적 공격에 맞설 수 있는 튼튼한 무장력을 갖추는 것을 제일의 국사로 삼아왔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악 조건 속에서도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욱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미국으로서는 북을 공격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과 위험요소가 뒤따랐으며 군사적 승리에 대한 확신마저 가질 수 없었다.

이북은 이러한 군사적 준비태세에 기초해서 미국의 군사적 협박과 압력에 대해 “강경에는 초강경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강력한 군사적 반격을 가할 수 있었고 이러한 이북의 군사적 반격에 대해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군사적 대결에서 미국은 이북을 굴복시킬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이북이 NPT탈퇴를 선언하고 핵 억지력 추진을 위해 핵 재처리 완료를 통보했음에도 아무런 군사적 대응도 못하고 오히려 대화의 마당으로 끌려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둘째는 이북사회내부의 정치사상적 단결력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여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그 사회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군사력만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하거나 지배할 수 없다. 이것은 인류역사의 교훈이다. 미국이 그 어떤 대화도 거부하면서 군사적 공갈과 협박과 압력을 가했던 것도 내부적 통합력과 단결력을 파괴하고 내부적 혼란을 부추켜 보려는 데도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북사회의 내부적인 통합력과 결속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여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어떠한 협박과 압력과 위협아래서도 그 어떠한 사회적 동요와 혼란과 분열이 생기지 않고 오히려 더욱 결속력이 강화되어 갔다. 이북은 선군노선을 내세우면서도, 군민일치를 강조하고 강력한 군대를 중심으로 전사회적인 정치사상적인 단결력을 부단히 강조하고 실제로 강화시켜 갔다.

흔히 외부에서는 이북의 선군노선을 군사력을 강화하는 노선으로만 피상적으로 보는데 이북내부에서는 전체 국민들의 통일단결이야말로 그 어떠한 핵폭탄보다 강하다고 주장하면서 군사력강화에 못지않게 그보다 더욱 중요하게 전 국민들의 정치사상적 단결을 강조하였고 이것이 선군노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북내부의 단결력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이끌었던 두 번째 요인이다.

셋째는 이남 민중들의 반미반전투쟁이다. 북미대결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에서 이남정세가 갖는 중요성은 실로 막강하다. 6.15 공동선언이전까지 이남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충실한 옹호자 집행자였다. 미국은 항상 이남 정부를 내세워 대한반도 정책을 관철하였다. 그래서 이남 민중들 내에 미국의 참모습이 가려져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남 사회의 민주화 자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결정적으로는 6.15 공동선언으로 사태가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6.15 공동선언은 이남 민중들에게 분단체제와 분단이데올로기의 포로상태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어 주었다. 6.15 공동선언이후 이남에서는 이북의 체제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이거나 반대하는 사람이거나 가리지 않고, 남과 북이 체제와 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뛰어 넘어 민족공동의 이익아래 화해와 단합을 이루어 공존.공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급속히 확대되어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여 부시정부는 대북 핵전쟁책동을 획책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아오고 이남 정부와 민중들을 자신들의 대북 핵전쟁책동에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다 썼으며, 이를 위해 6.15공동선언을 백지화하기 위해 남북화해와 협력사업들에 대해 온갖 시비질을 하면서 가로막아 나섰다. 그러자 이남 민중들은 대등한 한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전쟁반대의 기치를 내세우고 강력한 반미 반전투쟁에 나서게 되었다.

이남 사회와 민중들의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북미간의 힘의 역관계에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하여 미국의 대북핵전쟁책동을 저지하는 강력한 힘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부시정부의 군사적 대북 대결정책이 실패로 끝나게 된 데는 이남 민중들의 이러한 변화와 강력한 반미반전투쟁역량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넷째는 국제적인 역관계가 미국에게 불리하게 조성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되고 있다. 미국 부시정권의 패권적 모험적 군사주의적 대결정책에 맞서서 이북은 내부적으로는 군사적 준비태세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도 초기에는 평화적 공세와 외교적 공세로 대응하였다.

미국의 부시정권이 취임하면서 이북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호전적 언사로 군사적인 압박공세를 펼치고 있을 때 이북의 국방위원장은 상하이를 방문하여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과를 치하하면서 자본주의 나라들과 평화적으로 공존 공영할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세계여론에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 이후 계속해서 중국 러시아의 순방들을 통해 주변나라들과의 우호선린관계를 확대하고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국제적인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역으로 미국을 외교적으로 포위해 들어갔다.

이북의 눈부신 평화공세와 외교적 공세는 부시정부의 호전적 대북정책과 아주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세계여론들에게 누가 평화의 옹호자인가를 웅변해 주었다. 이로 인해 군사적 압박을 앞세워 이북을 고립시키려고 했던 미국의 전략은 실패로 끝나고 오히려 이북의 평화공세에 의해 역포위되어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외교적 실패와 이북의 외교적 승리도 하나의 요인으로 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네 가지 요인으로 인해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공세, 군사적 대결정책은 파탄나고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대화의 마당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미국이 대화거부 입장을 포기하고 대화의 마당에 나온 것은 부시정부의 군사주의적 대결정책의 패배이며 우리민족의 반미반전평화투쟁의 값진 열매이다.

2.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이 북미대화의 마당에 나온 현실을 놓고 일부 사람들은 미국이 이제 기존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정책으로 전환하였으며 조만간 북미국교정상화를 포함한 북미일괄타결이 성사되어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대북정책이 바뀌었는가? 과연 대북 적대시정책은 포기되었는가? 이제 한반도 핵전쟁의 위기는 사라졌는가? 그렇지 않다. 현 정세를 그렇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미국은 아직까지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지도 않았으며 포기할 의사와 의지도 갖고 있지 않다. 한반도의 핵전쟁의 먹구름은 6자회담이 운운되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짓누르고 있다.

이북을 군사적 공격으로 붕괴시키기 위한 한반도 핵전쟁계획은 여전히 중지되지 않고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말로서는 이북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의사가 없다느니, 이북의 안전보장을 문서로 담보해 줄 수 있다느니 하면서 요란하게 떠들면서도 실상으로는 이북을 향한 핵전쟁계획을 전혀 중단시키지 않고 착착 진행시켜 가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제의 추진,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의 개발, 주한 미군전력증강계획과 재배치계획의 지속적인 추진, 한국군의 전력증강사업의 강요 등등, 한반도 핵전쟁준비계획은 6자회담이 운운되고 있는 현재에도 전혀 포기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핵전쟁계획이 멈추지 않고 계속 추진되고 있는 데도 대북 적대시정책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미국은 정권의 안보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느니 하면서 이북정권에 대한 비방 중상을 계속하고, 이북 정권의 붕괴를 노린 정치외교적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북 탈북난민 보호법을 의회를 통해 통과시키고 황장엽을 미국으로 불러들여 반북 캠페인을 계속하는 데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보다 결정적으로 미국은 6자회담에 나선 마당에까지도 선핵포기 요구 입장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북미직접대화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것은 이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지난 8월말에 있었던 베이징 6자회담에서 미국이 이북의 선핵포기만을 요구하여 회담이 실패로 끝난 것도, 제 2차 6자회담이 쉽사리 열리고 있지 못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미국이 여전히 이북의 붕괴를 노린 대북 적대시정책 즉 대북 핵전쟁책동을 조금도 버리지 않고 있음을 웅변해 주고 있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에 나온 것은 비록 근본적으로 우리민족의 투쟁의 힘에 의해 강제된 것이긴 하지만 내심 미국 나름대로의 속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첫째 이북의 정치군사적 공세를 피해 보자는 속셈이다. 미국은 이북을 향해 전쟁전야를 방불케 하는 군사적 압박을 계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북의 강력한 정치군사적 반격에 부딪혔다. 이북은 “강경에는 초강경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미국의 정치군사적 압박에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맞받아쳐 나갔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정치군사적 반격에 미국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으며 대응수단을 전혀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였다.

1990년대 이후 한반도 정세의 특징에서 우리가 주목하여야할 점은 이북의 강력한 정치군사적 반격이 미국의 또 다른 정치군사적 강경대응을 불러 일으켜 한반도 정세를 더욱 첨예한 대결로 격화시켜 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로 ‘미국에 의해 조성된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화와 협상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벼랑 끝 전술’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적중하였다.

미국이 선 핵포기를 내세우며 일체의 대화를 거부한 채 정치군사적 압박공세를 강화해 나가자 이북은 미국의 압박공세에 굴복하기는커녕 NPT탈퇴, 핵재처리시설 재가동, 핵억지력추구 선언, 핵재처리 완료 통보 등등 강경한 정치군사적인 반격을 하였다. 이러한 반격에 대해 미국은 아무런 대응수단을 강구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대화에 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일단 소나기는 피해놓고 보자는 속셈으로 대화의 마당에 나온 것이다.

그것은 둘째 다자회담의 틀을 활용하여 한반도 핵문제를 국제화함으로서 대화공간을 대북압박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속셈이다. 한반도 핵문제가 발생한 근본원인을 무엇으로 보는가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에 따라 한반도 핵문제의 해법이 달라진다. 미국은 한반도 핵문제의 발생 원인을 이북의 핵개발의혹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북의 핵개발의혹문제는 이북이 NPT조약과 체제를 어기는 국제적 약속위반사항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이북의 핵개발의혹문제는 이북과 미국사이의 양자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이므로 북미직접협상이 아닌 관련당사국사이의 다자적 틀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북미양자회담을 결단코 반대하고 다자회담을 끝가지 주장하여 관철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다자회담의 틀을 이용하여 한반도 핵문제 발생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뿐만 아니라 이북의 국제적 협정과 약속위반을 부각시켜 이북의 선핵포기를 국제적으로 강요하고 강압하기 위한 압력의 틀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단순히 여기에 그칠 뿐만 아니라 그렇게 이북을 압박함으로서 이북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획책하고 있다. 특히 이북과 우호협력관계에 있는 나라들인 중국과 러시아를 자기편으로 끌어당기고 이남정부를 강력하게 한미일 공조체제에 묶어둠으로서 남북대결을 격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북 핵전쟁 책동을 관철시킬 수 있는 여건을 다시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다. 즉 미국은 자신들의 의도가 관철되면 이북이 국제적 압력에 굴복하던가 아니더라도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남북대결구조가 다시 복원되어 대북 핵선제공격을 밀고나갈 정치적 외교적 물리적 조건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보고 집요하게 이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속셈을 알지 못한 채 미국의 기존 대북 압박정책이 우리민족의 투쟁에 의해 파탄나고 어쩔 수 없이 대화의 마당으로 끌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만을 과대평가하여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였다고 보는 것은 미국의 본질을 모르는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대화의 자리에 나오기는 하였지만 대북적대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으며 대화의 탁자에 마주앉아 이북의 정치군사적 공세의 예봉을 피하고 더 나아가 대화의 마당을 대북 압박의 공간으로 변질시키려고 다자회담을 고집하여 관철시켰던 것이다. 제1차 6자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6자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대결국면이 끝나고 대화국면이 열릴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대결이 끝났다기보다는 오히려 6자회담공간을 대북 압박공간으로 변질시키려는 미국과 진정한 대화와 협상공간으로 상승발전시키려는 우리민족이 6자회담을 둘러싸고 치열한 대결을 펼쳐나갈 것이다.

어쨌든 미국의 부시정권이 그 어떠한 대화도 거부하고 군사적 대결을 강행함으로서 한반도에 핵전쟁의 위기가 급속히 고조되고 있던 상황에서 부시정권이 마지못해 대화의 마당으로 나옴으로서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부시정권이 비록 다자적 틀을 완강히 고집하고 있긴 하지만 대화 거부입장을 포기하고 대화의 마당으로 나옴으로서 전면적 대결국면으로부터 대화와 대결이 교차하는 즉 대화있는 대결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화가 있는 대결국면은 대화와 협상이 벌어지고 있긴 하지만 양측간의 적대적 대결이 여전히 정세발전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 정세를 말한다. 대화가 있는 대결국면은 본질적으로는 대결국면이지만 대화가 이루어짐으로서 진정한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포된 정세를 말한다.

이러한 상황을 오판하여 대화를 절대시해서는 안 된다. 대화를 절대시하여 마치 대결국면이 종식되어 가고 새로운 북미관계가 곧바로 수립될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하게 되면 미국의 음흉한 술책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되고 필연적으로 투쟁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은 성급한 낙관적 기대보다는 6자회담에 나선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미국의 의도를 분쇄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

3. 한나라당 해체 투쟁은 현 시기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술 분쇄의 중요한 고리이다

미국은 기필코 6자회담 공간을 대북 적대시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대북 국제적 압력공간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우리민족은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공간을 실질적인 북미직접협상의 장으로 삼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실질적인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양자의 치열한 대결속에서 6자회담이 대화와 협상의 마당으로 될 것인가, 아니면 대북압박공간으로 변질될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민족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마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질적인 대화와 협상의 마당으로 만들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무력화시키고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를 쟁취해 내야 한다.

그렇다면 6자회담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6자회담의 운명은 결코 회담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민족과 미국과의 총체적인 대결 속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그 대결의 중심은 이남의 정치정세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미국이 6자회담에서 노리는 바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이북의 정치군사적 공세를 일시적으로나마 둔화시켜 보자는 것이다. 최소한 회담이 공식적으로 깨지지 않는 한 핵무기 보유선언 등의 정치군사적 공세를 중지할 것이라는 타산을 하고 이것을 통해 시간을 벌어보자는 것이다.

둘째는 이남의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정치군사적 대결정책을 일시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남의 정세이다. 즉 이남민중들의 반미 반전 평화투쟁이 자신들의 예상보다 격렬하였으며 그러한 상황아래서 대북전쟁책동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없었다.

미국이 대북전쟁책동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이남의 정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성되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으로 된다는 것을 깨닫고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것을 관철해 보자는 것이다. 즉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을 벌어 두고 그 기간동안 이남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변시켜 놓자는 것이다.

셋째는 이북의 핵문제를 국제화시켜 이북의 굴복을 강요하고 그것을 거부할 경우 국제적 압력을 가하고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노림수 중에서 미국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게 바로 이남 정세를 냉전적 대결정세로 바꾸어 보자는 데에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그렇게 보았을 때 6자회담의 운명은 바로 이남의 정치정세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지금 이남의 정세를 자신들의 대북 핵전쟁계획 수행에 필수적인 냉전적 대결정세로 돌려놓기 위해 사활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노무현 정권에 대한 온갖 회유와 협박을 가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대등한 한미관계 수립을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정권은 대등한 한미관계수립을 염원하는 민중의 기대와 요구를 배신하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행동으로 일관함으로서 민중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은 대한반도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노무현 정권에 대해 온갖 압력을 가하고 회유를 통해 노무현 정권을 자신들의 대북적대정책 관철의 하수인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의도는 기대만큼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

노무현 정권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개혁적 정치세력들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려 하지 않고 이러저러한 핑계를 내세워 반발함으로서 한미관계의 불협화음이 공개적으로 노정되어 이남민중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반미의식과 반미투쟁을 확산시킴으로서 이남 민중에 대한 지배력과 장악력을 심대하게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무현 정권을 회유하고 협박하는 방식으로서는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미국은 친미사대매국세력들을 내세워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사주를 받은 사대매국세력들은 퍼주기 논쟁과 이데올로기 대결을 부추켜, 민족의 화해와 단합분위기를 깨뜨리고 6.15 공동선언을 무력화시켜 냉전적 대결구조를 복원시키려고 온갖 것을 획책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사대 매국반통일 세력들을 내세워 이남 정세를 6.15 공동선언 발표이전인 냉전적인 대결정세로 바꾸어 내는데 성공하게 되면 다시 한번 이북을 정치군사적으로 강력하게 압박할 여력을 갖게 되어 대북핵전쟁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작이 실패한다면 대북적대시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마지막 디딤돌마저 상실하고 이북과의 평화공존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6자회담 공간이 명실상부한 대화와 협상의 자리로 될 것이며,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길이 열리고 우리민족의 자주와 평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시기 우리민족과 미국의 대결에서 가장 첨예한 대결장으로 되고 있는 곳은 바로 이 땅이며, 수구반통일세력들과 민족의 화해 통일세력들과의 투쟁의 현장이다. 바로 이 현장에서 어떠한 정세가 펼쳐지는가? 하는 점이 관건으로 되고 있다.

반통일수구세력들이 정세의 주도권을 잡는가? 아니면 6.15선언지지 세력들이 정세의 주도권을 잡는가? 바로 이에 따라 향후 우리민족과 미국의 대결정세가 좌우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 반통일 수구세력들을 내세워 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바로 사대매국적인 반통일수구세력들의 결집체이며 총본산이다. 현시기 미국의 대한반도 전술의 초점은 바로 한나라당을 내세워 이남 정세를 장악하는 데에 있다. 미국은 사대 매국적인 수구반통일세력들의 총본산인 한나라당을 현시기 대한반도 정책 수행의 앞잡이로 내세워 노무현 정권이 미국의 의도에 엇서는 것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6.15공동선언을 파탄내고 한반도에서 냉전적 대결정세를 조성하여 자신들의 대북전쟁정책수행의 정치적 조건을 마련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민족적 자주성을 되찾기 위한 우리민족의 반미자주화 투쟁은 바로 이러한 미국의 정치적 의도를 분쇄하는 데로 초점을 맞추어 미국의 대한반도 지배정책을 파탄시켜 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시기 반미자주화 전술의 핵심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나라당 해체투쟁은 바로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분쇄하고 대한반도 정책을 파탄내기 위한 투쟁의 중심고리라고 할 수 있다.

4. 한나라당 해체투쟁의 승리로 자주와 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

이상과 같이 현 정세에서 한나라당은 민족 자주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우리민족의 투쟁과정에서 중심적인 장애물 걸림돌로 되고 있다. 이 걸림돌 장애물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민족자주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한반도 핵전쟁위기를 다시 불러오게 될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모처럼 마련된 북미대화의 마당이 대북 압박공간으로 변질되느냐 아니면 한반도 자주와 평화를 담보하는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될 것인가는 바로 반한나라당 해체투쟁의 성과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다. 우리민족이 한나라당 해체투쟁을 승리하게 된다면 그리하여 이 땅에서 한나라당이 몰락하게 된다면 사대매국과 반통일세력들이 지리멸렬하게 되어 미국의 대한반도 지배정책을 관철시켜 나갈 힘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현시기 민중생존권과 민주민권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개혁과 민중생존권확보의 최대 장애물일 뿐만 아니라 자주와 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전민족적인 자주통일투쟁의 최대 걸림돌로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 해체투쟁은 반개혁세력을 반대하는 민주투쟁일 뿐 아니라 자주통일투쟁이기도 하다.

이 땅의 개혁과 진보를 지향하는 모든 세력들과 자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세력들은 서로 손잡고 역사의 오물인 한나라당을 해체시키기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야 한다. 그것이 현시기 우리민족의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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