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통일은 됐어!"

오늘따라 목사님 하시던 이 말씀이 '사무친다'. 10년이란다. 목사님 남기신 뜻 이룬 게 없는데 강산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제 모습을 바꾼다는 10년이 벌써 지났단다.

90년쯤이던가? 평양 다녀오신 목사님이 '통일은 됐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천상 시인이다'였다. 통일이 됐다니? 민주화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고, 국제사회의 냉전질서가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통일은 이미 다 됐다'는 말씀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었다. 아니, 통일을 바라는 사무치는 심정으로 하신 말씀인 줄만 알았다.

오늘, 다시 목사님의 깊은 뜻을 되새기니 가슴이 저리다. 그저 간절히 바라고 기원하자는 '시인의 시어'만은 아니었구나…. 후진들이 간절한 염원을 가슴속에 날카로운 결의로 벼리고 한치도 어김없이 노력하라는 당부였구나….

햇볕정책이 본격화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을 때, 다시 목사님을 떠올렸다. 성성한 백발 휘날리며, 그 맑으신 눈망울 환하게 웃으시며 '통일은 됐어'하고 외치는 목사님의 모습을 눈앞에서 뵙는 것만 같았다. 목사님의 그 말씀 홀로 우뚝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의 참담한 현실을 생각하면 면구스럽기만 하다. '근태야' 하고 그리도 정답게 불러주시던 목사님의 음성, 꼭 잡아주시던 그 따스하던 손길이 떠올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김근태'는 죄스럽기만 하다.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현실에 감당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만이라도 이뤄냈으면 달라졌을텐데 하는 자책감에 가슴을 친다.

이럴 때 목사님이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할 일을 중국이 대신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시원한 호통 한번 칠 분! 미국과 북한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막힌 곳을 뚫고 끊어진 곳을 이어줄 사람! 오늘은 문익환 목사님이 정말 사무치게 그립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통일은 우리 가슴속에 다가와 있어!' 하시던 말씀을 되새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끝나기 전에 실타래처럼 얽힌 북한 핵문제를 풀어내고 한반도에 드리운 불안정과 위험성을 걷어내야 한다. ‘평화’를 이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통일은 됐어' 하시던 말씀을 우리 한반도에서 실현할 때가 왔다. 지금껏 못다 감당한 책임을 목사님 가신지 10주년을 맞는 오늘 '감당하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이 진정으로 목사님을 추모하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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