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우(독도본부 위원장)


영토는 국가의 성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국가사이의 땅뺏기, 바다뺏기 싸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땅과 바다가 다른 나라에 넘어 가는데도 가만있는 국가는 스스로 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독도문제의 본질은 일본의 독도우표 발행 간섭이 아닌 독도 영유권의 온전성 문제

한국에서 발행하는 독도우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내라느니 말라느니 간섭을 하고 나섰습니다. 주권국가에 대한 있을 수 없는 행패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 났는가요. 물론 일본의 영토팽창 야욕 때문이지요. 그러면 영토팽창 야욕을 가진 국가는 일본뿐인가요.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모두 땅을 키우고 바다를 넓히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물론 나쁘지만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아니면 중국이 나올 수 있고 미국이 덤빌 수도 있고 러시아가 군침을 삼킬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독도를 저들 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줄창 해온 일입니다. 그런데 땅주인은 입을 다문 채 먼 산만 쳐다보며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나가는 강도가 내 팔을 칼로 자르고 있는데 눈감고 가만있는 격입니다.

아무리 국민이 강경대응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경제가 어렵거나 다른 문제가 나쁘면 우리가 시간을 가지고 고치면 됩니다. 그러나 날아간 영토는 이제는 전쟁으로도 찾지 못합니다. 영원히 없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국가 역시 없어지고 말겠지요. 우리가 쿠르드족의 처지가 되어야 하겠습니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정신상의 문제가 제일 큰 일입니다. 사실 조선시대부터 국가안보는 명나라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임진란이 일어나고 국가가 없어질 지경에 처한 것입니다. 그때도 명나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국가를 내 힘으로 지켜가야 한다는 안보의식이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내가 책임지고 지키지 않으니 내 나라에 대한 책임도 애착도 없습니다. 그냥 놀고 즐기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결국 식민지로 굴러 떨어졌다가 해방이 되었지만 안보무책임은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책임지고 지킬 필요가 없으니 영토가 넘어가건 말건 그만입니다.

외침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내전에만 골몰하게 됩니다. 같은 동족끼리, 같은 씨족끼리 골육상쟁(骨肉相爭)만 벌이고 외세를 끌어들이게 됩니다. 한국의 문제는 대외침략자에 대한 안보의식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내가 책임지고 나를 지키고 유지해야 한다는 의식의 부재. 군대는 골육상쟁에 쓰는 것이지 외침과 외국 외적을 막자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지금 우표문제가 언론보도에 오르내립니다. 언론이야 색다른 보도 소재가 나타났다고 좋아하겠지만 일본이 우리 우표문제까지 간섭하고 들도록 독도문제가 심각한 것인지, 혹시 우리가 저들에게 무슨 약점이 있거나 잘못을 저지른 것은 없는지 깊이 따져 보아야 합니다.

1996년에도 97년에도 98년에도 99년에도 시위를 하고 항의를 했지만 무엇 때문에 했는지 지금은 모두 잊어버리고 삽니다. 그때 주제는 영토를 내어 주는 새 한일어업협정이었고 독도를 포함한 동해바다가 일본과 공유상태로 바뀌는 문제로 국민이 들고일어났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때 독도문제에 대해 해양법이나 국제법 입장에서 볼 때 완전 백치수준에도 못미치는 희한한 발언을 했었습니다.

지금 일본이 우표발행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저들이 확보한 한국과 같은 수준의 독도 권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지금 문제는 일본이 건방지게 우표문제를 건드린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일본이 확보한 권리를 정식으로 행사하려고 들면 과연 한국이 이를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혹시 국가 사이의 조약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일본이 국제기구에 독도문제를 들고 나갔을 때 한국이 과연 영토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겠습니까.

민간의 운동도 딱한 면이 있습니다. 국민의 인식도 문제가 있습니다. 서류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일본도 다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이니 허가니 이름변경이니 무슨 법적 차원의 권리 부여니 어느 것이건 일본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피로만 쌓이지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또 국제법적인 효력도 없습니다. 결국 소용이 없는 일에 정력을 쏟은 후 자기위안으로 삼고 맙니다. 실제로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습니다. 군작전 면에서 보더라도 일본 비행기들은 독도주변을 초계합니다. 한국은 항속거리가 짧아 독도 주변을 초계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독도문제의 본질은 일본이 독도 우표 발행을 간섭하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독도 영유권이 온전한가 아닌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독도영유권 위기를 초래한 것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 자신임을 우리가 먼저 냉정하게 이해하고 분명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침묵은 묵인이고 묵인이 쌓이면 영유권이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 목표는 남북한 모두를 중국에 통합하기 위한 수순

요즘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중국역사에 집어넣겠다고 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한국 언론은 색다른 보도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합니다. 중국은 몇천년에 걸쳐 1000여개 이상의 주변 국가를 잡아먹고 커온 나라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이 일본 욕할 자격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라는 것이지요.

생뚱 가만있다가 갑자기 고구려 역사를 중국역사 속에 집어넣겠다고 나오는 발상 자체가 벌써 검은 야심이 묻어 나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중국의 야심은 과연 고구려 역사만 집어먹고 말겠다는 것인지 그 뒤를 이어서 다른 욕심을 채울 고리로 고구려 역사를 들고 나오는 것인지 아직은 겉으로 드러난 건 없습니다.

시중에는 조선족의 충성심이 흔들리기 때문에 고구려 역사를 집어넣으려 든다는 말이 떠돕니다. 중국에는 소수민족이 많아 조선족이 흔들리면 나머지 소수민족도 위태로우니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이것은 중국공산당에 충성하는 조선족이 만들어낸 헛소리지요.

중국이 역사왜곡을 시작한 건 문화혁명의 잔재가 채 가시기도 전인 1970년대 초반입니다. '동북공정'이라는 정책이 싹이 난 건 지난 1988년입니다. 한중수교가 시작되기 훨씬 전입니다. 지금 중국이 만주에 관련된 모든 한국사료를 수집하는데 조선시대 말까지의 관련된 모든 자료가 포함됩니다. 자료 수집비용으로 한국 돈 3조원이 책정되었습니다. 중국이 통이 크다지만 한국에 얼마나 자료가 있다고 웬 3조원입니까. 자료는 좁쌀만큼 있는데 가마니 들고 나오는 격이네요. 그리고 고구려사를 중국역사에 집어넣는데 왜 한국자료 수집에 미쳐 나섭니까. 그것도 조선시대 말까지 말입니다. 그러니 중국공산당에 충성하는 조선족 출신 인사의 말씀은 자신의 섣부른 짧은 추측이거나 아니면 중국 공산당이 이미 오래 전에 세워둔 선전문구를 한국에 퍼뜨리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서 단군무덤을 다시 세운 게 지난 1994년이라고 기억됩니다. 조사와 설계와 짓는 과정을 고려하면 5년 이상은 앞으로 당겨야 할 것이니 1980년대 말에 이미 단군 무덤을 반드시 세워야 할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때 1990년대 중반에도 한국 정보기관이나 철없는 인사들은 북한이 남한과의 정통성 시비에서 밀리니 단군무덤을 세워서 단군의 권위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소설 같은 주장들을 하고 위안을 삼았지만 제가 그때 듣기로도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중국과의 역사전쟁에 대응하기 위하여 단군무덤을 다시 세운 것으로 판정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이미 그때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먹히느냐 마느냐의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국이 몇십조인지도 모르는 정보기관 유지비를 쓰고 엄청난 해외 연구인력을 내보내고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면서 잘난 척 했는데 이런 민족 생멸(生滅)에 관한 쥐꼬리만한 정보 한 토막 못얻어 들은 것은 누구 탓인지요.

결국 지금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공정의 궁극적 목표는 조선시대 말까지를 중국의 본토로 규정하고 남북한 모두를 중국의 역사정도가 아니라 현 중국의 강역(彊域)속에 집어넣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북한 모두를 중국에 통합하기 위한 공작에 착수했다는 말이지요. 국제법적으로 해석하면 역사적 권원(權原)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요. 조선시대의 사대정책과 중국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으로서는 조선왕조를 자기네 땅에 관리 파견한 정도로 보겠지요. 대부분의 한국인은 지금 제 말을 들으면 "그럴 리가 있나, 너무 심한 말이군." 아마 이런 반응을 보이겠지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지금 동아시아 정세는 심하게 흔들립니다. 동아시아 정세, 아시아 정세의 혼란 속에는 옛부터 지금까지 한국이 중심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우리가 있습니다 지금 북한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무슨 흥정을 하고 있는지 혹은 끝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만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한국 전체를 두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서로 먹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다툼질을 벌이겠지요. 얼마전 러시아가 북한 진주를 위한 군사훈련을 벌여 김정일 위원장의 노여움을 샀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북한이라는 고기를 다른 나라에 넘겨줄 위기에 처한 러시아의 초조한 마음을 나타낸 것이겠지요.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일본이 조선을 병탄(倂呑)한 이후 만주 침략을 하지 않았다면 또는 만주까지만 차지하고 중국 본토에 쳐들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한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벌이지 않았다면 아마 한국은 없었을 것입니다. 거대한 일본이 아시아의 중심국가로 세계의 초강국으로 우뚝 서 있겠지요. 한국은 자력으로 독립을 이룬 게 아닙니다. 일본 패망의 결과물이란 걸 우리는 뼈저리게 되새겨야 합니다.

나는 자력으로 민족해방을 이룬 국가를 존경합니다. 엄청난 정신력을 가진 국민으로 그들을 우러러 봅니다. 우리는 아닙니다. 소멸해 없어졌을 국가의 국민이 운 좋게 독립해서 서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운이었다 하더라도 앞날은 그래서는 안되며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겁니다.

민족 절멸의 위기에 서서 우리는 이제 자력으로 민족을 세우고 앞날을 열어 나갈 기개를 가져야 합니다. 무식한 기자들이 항상 내세우는 말이 국수주의(國粹主義) 욕입니다. 한국에 무슨 국수(國粹)가 있었습니까. 그러나 이제 우리는 국수, 즉 나라의 알맹이를 만들고 정신을 세워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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