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길은 늘 아쉽기 마련이지만 올해 마지막까지 국회만을 쳐다보며 애를 태웠던 많은 이들의 연말은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비리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빨리 부결시키는 '기동성'을 과시하는가 하면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대한 집시법 개정안도 후다닥 해치웠다.

농민들은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저지를 위해 차가운 거리에서 이틀째 노숙투쟁을 불사하며 온몸으로 막아나섰지만 결국 일시적 유보라는 '절반의 승리'를 거두는데 그쳤다. 신년 초부터 국회앞에서 다시 투쟁할 생각을 하면 한숨이 절로 날 것이다.

'죽음의 행진'을 초래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에 맞서 농성중인 외국인 노동자들과 재외동포들도 해를 넘겨 농성장을 고수해야 할 형편이며 재외동포법 제.개정은 내용상의 가닥은 잡혀가고 있지만 국회에서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

국회앞에서 칠순 고령에도 불구하고 20여일째 단식농성중인 이라크파병저지 범민련 단식농성단도 정부의 파병방침이 국회에서 뒤바뀌기를 염원하며 목숨을 건 힘겨운 단식농성을 이어가며 새해를 맞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작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세인들의 관심에 묻혀있는 법안들도 한 둘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임이 부끄럽다며 국적 포기를 선언한 이른바 일제 '위안부' 이금주 할머니는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이 국회에서 진척되지 않고 있어 유서를 발표하기도 해 주변을 숙연하게 하고 있다.

50년이 넘도록 어둠에 묻혀있는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 역시 과거사특위까지 통과됐지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국회가 국민을 위하지 않고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국민과 역사의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 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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