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의 숙소로 이용되는 롯데월드호텔 로비에서는 북측 가족을 찾는 `박상히 외삼촌 환영합니다`라는 피켓이 유달리 눈길을 끌었다.

남쪽의 유만희씨 가족이 북측 방문자인 외삼촌 박상히(70)씨를 위해 남쪽에서는 쓰지 않는 북한식 표기법으로 `히`자를 써놓은 것이다.

박씨도 북한식으로 표기된 자신을 이름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 남쪽의 가족을 놀라게 했다.

박씨의 경우처럼 북측 방문자 중에 남쪽에서 거의 쓰지 않는 `히`자를 쓴 사람으로 경남 출신의 강득히(71)씨, 충북 출신의 강히중(72)씨 등이다.

그런가하면 북측 방문자 중에는 충남 출신 김희복(68)씨, 서울 출신 서희석(65.여)씨, 경기도 출신 양희지(72)씨, 전북 출신 최병희(72)씨 등 `희`자를 쓴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방문단 외에도 북한 사람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지난달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신의주 현지지도를 수행했던 김히택 당중앙위 제1부부장, 전 노동당 서관히 농업담당 비서를 비롯해 `히`자를 사용한 경우가 상당수다.

또 월간지 조선예술(2000.11) 등 북한 출판물은 최근 인공기 도안자인 신해균 화백을 소개하면서 그의 삼촌으로 남한에서 초대 국회의장을 지냈던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 선생의 이름을 `신익히`로 표기했다.

원래 우리 나라에서는 이름자에 `히`자를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북한에서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히`자를 사용하게 됐는지 알 수 없다. 또 `히`와 `희`의 구분에 대한 기준도 명백치 않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히`와 `희`의 구분 기준이 특별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름을 지을 때 주로 남자에게는 `히`자를, 여자에게는 `희`자가 각각 붙여지는 것이 일반적인 풍토"라고 전했다.

또 남자의 이름에 `희`를 붙일 경우에도 주로 첫자에 쓰고 끝자에는 `히`자를 붙이는 경우가 많으며 여자의 이름자에는 `히`를 쓰지 않는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그러나 "남자의 이름에 `희`를 쓰느냐, `히`를 쓰느냐는 순전히 부모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선영기자 200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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