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군, TMD 방어체계에 `사실상` 참여 논란 일어


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패트리어트 PAC-3의 시험발사 모습
(사진=이성찬의 최신무기자료)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망(BMD) 구축이 국제적인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한국군이 미국이 주도하는 전역미사일방어망(TMD) 구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조선일보`는 군의 한 고위 소식통을 인용,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에 미국의 TMD 체계상의 해상 TMD 하층 체계를 구성하는 스탠더드 SM-2 블럭ⅥA 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검토 중"

한국정부는 그동안 미국정부의 TMD 참가 요청에 대해 경제적, 군사적 효용성 문제를 들어 공식 참가를 거부해 왔다. 1999년 3월 당시 천용택 국방장관은 "TMD 전력화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아니며, 주변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은 TMD에 참여할 경제력과 기술능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미 국방부의 요청에는 해상지역방위와 육상지역방위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해상지역방어체계의 경우, 이지스함은 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갖출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작전반경 5천 마일, 최저 20노트 이상의 속도를 가진 4척의 이지스함에 이같은 요격시스템 확보를 결정하고 요격미사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의 경우, TMD 참가를 공식 부인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TMD체계에 한 발 들여놓은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평화운동단체인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지난 1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비핵지대를 위한 한일공동회의`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정 대표는 국방부가 최근 내놓은 국방중기계획이 TMD에 대한 한국정부의 모호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가 TMD의 핵심 무기체계인 이지스급 구축함, 조기경보기, 차기 유도무기(SAM-X) 등의 제작 또는 도입 계획임을 언급했다.

특히 SAM-X 사업의 기종이 미국의 패트리어트 개량형인 PAC-3로 단일화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PAC-3는 현재 TMD의 주력 무기체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지스함에 요격시스템을 보유할 경우, TMD 체계에 사실상 편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단순한 의혹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한-미-일 : 북-중-러 대립구도 형성 우려

일본은 현재 4척의 이지스함을 갖고 있으나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은 아직 없으며 수백㎞ 상공에서 탄도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스탠더드 SM-3 미사일을 지난 99년 이후 미국과 공동 개발중이어서, 아시아에선 우리나라가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처음으로 해상 TMD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작년과 97년 이지스함에서 발사할 요격 미사일시험에 성공해 오는 2003년 경에 실전배치할 예정이고, 일본은 수 백km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미국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해군이 이지스함에 요격미사일 체계를 도입할 경우, 한-미-일 3국간에 TMD상의 해상방어체계가 확립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대만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어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이 야기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같은 범위에서 추진되는 TMD에 대해 북한과 중국의 위협의식과 반발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정부가 TMD에 공식 참가를 부인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점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미-일 주도의 TMD에 `사실상` 참여하게 되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이 평화체제 구축으로 발전하는데 상당한 난관이 조성됨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의 제도화가 강대국의 군사적 패권경쟁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하겠다.

4자회담 통한 평화체제구축 구도에 타격 예상돼

북한은 미국이 추진하는 이같은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어, 최근 이에 반대하는 러시아, 중국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식 언론을 통해서만도 북한은 러시아에 조기경보체제 또는 기술의 이전과 전투기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과도 고위 군인사 교류를 늘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분단의 냉벽이 화해의 온기로 붕괴되기 시작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TMD문제로 되돌려지지 않도록 신중하고 차분한 군사적, 외교적 접근이 절실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새해 들어 4자회담의 재개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뜻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라면 4자회담의 개최는 고사하고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으로 남북관계 개선국면이 평화체제 구축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교착 또는 정체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 점은 김대통령이 부시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확인할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 북미관계 정체라는 이중국면을 남북 및 북미 관계개선의 병행추진 국면으로 발전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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