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기자(mskim@tongilnews.com)

26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단체상봉을 기다리는 가족들과는 달리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입구에서 기다리는 친인척들은 그 시간이 길기만 하다.

상봉단에 끼지 못한 친인척들은 상봉장 입구에 두 시간 전에 미리 나와 북쪽에서 온 방문자 이름이 적힌 플랭카드를 들고 설레는 마음을 다잡았다.

멀리서 김두식씨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조카들 [통일뉴스 김선민기자]
김두식(북한방문자)씨의 조카 김용일(33, 회사원)씨는 분홍색 풍선에 `김두식 큰아버지 반갑습니다`를 크게 써 얼굴도 모르는 큰아버지와 눈길이라도 마주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김용일씨는 "100만이 넘는 이산가족 중 우리가족이 포함될 줄은 몰랐다"며 이념문제로 남북이 갈라져 있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대승적 견지에서 화해하는 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며 그러나 남북의 단절이 너무 오래돼 골이 깊기 때문에 너무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 방법으로는 문화, 경제문제 등을 먼저 교류한 후 그 성과를 가지고 정치적, 군사적인 문제를 다뤄야 통일의 문턱에 이룰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김두식(71)씨는 전쟁당시 대학생으로써 피난길에 올랐다 가족들과 헤어졌고 상봉단에는 김두식씨의 어머니 허계(94, 광명)씨와 형제들이 참석했다.

김매월(88,정읍)씨는 아들 조기운씨에게 줄 금반지와 목걸이 등을 선물로 챙겨 상봉장에 들어갔고 상봉단에 끼지 못한 가족들은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른다며, 나중에 후손들이 서로 알아보아야 한다고 족보를 들고 나왔다. 가족들은 `조기운`이라고 이름이 적혀 있는 곳을 펴 보이며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 있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조기은씨의 아버지가 10년 전 돌아가시면서 아들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돌아가셨다며 이산의 아픔이 얼마나 깊은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실토했다.

오래동안 어머니와 동생이 간직해온 강서구씨의 성적표와 일기들 
[통일뉴스 김선민기자]
북측 방문자 강서구(69)씨의 가족들은 앨범에 강씨의 어렸을 적 행적과 가족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왔다. 앨범 속에는 강씨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의 옛날 사진과 현재 사진을 스크랩하여 집안의 대소사가 한눈에 들어왔고, 강씨가 예전에 살던 동네의 사진을 크게 확대시켜 가가호호 누구의 집인지를 표시했다.

또한 강씨의 학생시절 성적표와 상장, 일기장 등을 보관하고 있었다. 강씨는 평소 강직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반성일기장`의 내용은 주로 농촌생활의 어려움과 지식인으로서의 내면적 갈등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라고 가족들은 전했다.

북측 방문단 박상히 외삼촌 할아버지를 만나러 온 초등학교 학생 2명은 이산가족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통일이 되면 금강산에 제일 먼저 가보고 싶다며 할아버지랑 함께 살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북한 어린이들과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함께 신나게 뛰어 놀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밖에 상봉장 입구에는 이번 3차 상봉단에 끼지는 못했지만 고향이 같은 사람이 방문해 그를 만나 남편의 생사를 물으러 온 할머니와 이산가족은 아니지만 고향이 이북이라고 향수에 젖어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산가족의 한결같은 바램은 서신교환을 하거나 면회소를 설치하여 수시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통일이 돼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단체 상봉이 끝난 후 상봉단은 6시부터는 메리어트호텔에서 저녁만찬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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