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진짜 두 번째 미사일을 쏠까?

북한이 과연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쏠까. 쏘면 또 어떻게 될까.
궁금증을 넘어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간추리면, "주권국가가 위성개발을 한다는데 웬 간섭이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ICBM을 가져? 가질 것을 가지려 해야지"라는 태도다. 코언 美국방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돌면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솔솔 풍기고 있어 한반도의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

어리둥절하게 돌아가는 북한 미사일의 두 번째 라운드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듯한데 꼭 그런가 하는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진짜 쏘기는 쏘는 건가. 미국은 왜 그렇게 강경하고 일본은 왜 그리 호들갑인가. 북한은 뭐 때문에 그리도 미사일에 집착할까 등이 의문부호의 언저리에 있다. 짚어보자.

가장 먼저 궁금한 것 : 북한은 진짜 두 번째 미사일을 쏠까?

당장은 쏠 것 같지 않다.
미사일을 쏘려면 가장 먼저 미사일 발사대에 미사일의 핵심 부분인 추진체(propellant)를 장착해야 한다.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소재한 대포동 발사기지를 미국의 정찰기와 군사위성이 면밀히 추적하고 있는데 아직 추진체가 포착되고 있지 않다는 게, 당국자들의 말이다.

북한이 이번에 쏘려는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5,500km를 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이쯤 되는 미사일의 경우 추진체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데만 적어도 4주는 걸린다는 게 정보당국의 예상이니까, 아직 추진체가 발사장에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서둘러도 앞으로 1달 이내에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 최소한 달포 전에 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 5월 초부터 무수단리의 발사장 주변과 발사대 개보수 작업을 시작해 대부분 공사를 끝냈다. 발사대의 높이도 지난해 8월 말 발사 때 27m 정도에서 50m 정도로 확장됐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이는 `재발사` 혹은 `재발사 위협`을 위한 기초작업은 갖췄다는 뜻이다.

북한은 왜 그렇게 미사일에 집착할까?

미사일은 여러 면에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무기산업이 본래 고(高)부가가치 산업인데다, 미사일의 경우는 정치적 대가까지 있어 달러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품목인 것이다. 실제 북한은 미국과의 미사일 협상과정에서, 수출을 포기하는 대가로 매년 10억 달러를 3년 동안 제공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핵개발 위협으로 거의 5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경수로를 얻었고, 이번에는 미사일 카드로 30억쯤 받아보려 하는 것이다.

또다른 측면은, 미국과 대항하는 나라들이 택할 길이 거의 공통적으로 `핵과 미사일`이었다는 점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에 대항해 자기보호와 실익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길이 핵과 미사일이기 때문에 북한은 국가의 총체적 에너지를 미사일에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와 남아공, 리비아 등 미국의 봉쇄를 경험한 나라들이 걸어온 길은 거의 예외없이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맥락은 다르지만, 70년대 후반 카터 행정부의 계속되는 주한미군 철수 위협에 시달리다 미국과의 결별을 결심했던 박정희 정부가 가장 먼저 선택한 것도 핵과 미사일 카드였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위성을 쏘아 올리는 거라고 주장하는데…

장거리 미사일과 위성 발사는 같은 얘기다.
위성을 쏘아 올리는 행위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장거리 미사일은 대기권 밖에 나갔다가 재진입하는 탄도를 그리기 때문에, 미사일의 꼭대기에 탑재된 어떤 장치가 위성이든 탄두이든 기술적으로는 같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쏘는 것이 위성이든 뭐든 상관하지 않고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단지 통신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라고 홍보하면서,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포동 2호는 정말 미국에 `위협적`인가?

그게 위협이라면, 사전에 나오는 `위협`의 의미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북한의 미사일보다는 회교 원리주의자들이 소지하고 있는 권총이 훨씬 미국인들에게 실제적인 위협일 것이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5,500km에 이르니까, 북한이 발사하고 미국은 가만히 있으면 미국 영토에 떨어질 수는 있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제들은 단 하나도 충족될 수 없는 것들이다. 미국의 탄도미사일 요격망을 뚫고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으려면, 이른바 `제2 가격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으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결국 미국이 느낀다는 `위협`은 위협이라기보다는 `거추장스럽다`는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이 대포동 미사일 때문에 새로운 위협을 느낄까?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기존의 스커드 시리즈의 미사일에도 이론적으론 노출돼 있어, 새롭게 위협을 주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고, 무슨 이유로 일본은 난리일까?

미국·일본이 추구하는 몇 가지 전략 목표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포동 미사일에서 위협을 느낀다기보다는 북한의 대포동 시험발사가 자칫 자국 주도의 미사일 확산통제 장치, MTCR의 힘이 빠질까를 걱정하는 것이다. `대량 살상무기의 비확산`, 즉 위협적인 무기를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속하는 문제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국 의회가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민주당이 클린턴 행정부의 무능을 공격하는 정치쟁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이 문제가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지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다. 여기에다, 막대한 수천 억 달러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추진하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계획(NMD : National Missile Defense)을 위해서는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을 어느 `깡패국가(rogue country : 미국은 북한을 이렇게 부른다)`가 개발하고 있다는 적절할 위기감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이 일본과 손잡고 NMD의 부속품으로 동아시아에서 구축하려는 전역미사일방어계획(TMD : Theatrical Missile Defense)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앞세우지 않고는 추진이 쉽지 않다.

일본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거의 신경질에 가깝다. 일본열도 위를 북한의 미사일이 날아 지나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점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지난해 8월 대포동 1호가 발사된 이후 지금까지 1년 동안 일본은 군사대국화를 가로막고 있던 각종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어 진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 미사일에 군사적 대응을 한다는데, 말이 되나?

말이 잘 되지 않는다.
코언 미국 국방장관이 `경제적 외교적 수단이 아닌 어떤 수단`이라면서 냄새를 풍기고, 국내의 일부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이른바 군사대응이란 북한에 대한 직접적 군사제재를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군사대응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보다는 핵개발에 한결 관심이 많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재발사하더라도 핵동결을 위한 제네바합의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마당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직접 군사행동을 취해, 전쟁행위에 들어가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공격을 한다면, 순서상 무수단 미사일기지에 앞서 영변 일대의 핵의혹 시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이 얘기하는 군사적 대응이란 아주 넓은 의미의 군사대비책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만에 하나 탄두를 탑재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것은 아닌지 등을 관측하는 것은 군사정보활동의 통상적인 범위에 속하는 문제로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군사조치는 과잉대응`이라는 외교부장관의 발언에 시비를 거는 것은 비논리이거나 무지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쏜다면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북한은 상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미국·일본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없겠지만, 북한은 외교적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제네바합의에 대한 심각한 회의론이 한·미·일의 조야에 제기되면서, 그나마 평화를 유지하던 골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희망을 반영해 지난 2년 동안 추진돼온 포용정책은 궤도를 이탈하고, 북한은 무시와 방관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의 방관이 `호의적 방관(benign neglect)`이었다면, 앞으로 격을 일은 강대국들의 `악의적 방관(malign neglect)`일 것이다. (MBC  1999.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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