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해법이 안보인다.”

북한미사일문제만 나오면 정부당국자들이 토해내는 푸념이다. 지난달말 평양에서 열린 제4차 북미미사일협상을 끝내고 사후브리핑차 서울에 온 로버트 아인혼 미국무부 부차관보등 미국협상단도 “북한과의 협상은 원래 끝없는 `미로학습`으로 악명이 높지만 그중에서도 미사일협상은 아예 실마리조차 보이지않는 지루한 실랑이” 라며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북미미사일협상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사일협상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북·미간의 이견이 너무 크기 때문.

미 “국제문제”, 북 “주권문제” 팽팽

미국은 북한 미사일문제를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차원에서 접근하고있다. 당연히 미국은 북한에 미사일, 특히 중·장거리미사일의 개발과 배치및 수출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있다. 북한은 이에대해 미사일개발은 주권에 속하는 문제라며 미국이 간섭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김대중대통령도 지난달 LA타임즈지와의 회견에서 북한미사일문제의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며 이 점을 인정하기도했다. 실제로 선진국 등으로 구성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라는 비확산기구가 있긴 하지만 국제법적으로 규제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비공식 계약기구에 불과하다. 북한은 다만 수출문제에 관한한 금전적보상(북한은 3차협상때 3년간 매년 10억달러를 주면 수출을 잠정중단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었다)을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협상에서도 미국은 “미국의 우방과 해당국 주둔미군, 나아가 미국본토를 위협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것은 북미 관계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은 양국 관계개선 이후 미사일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북미관계 개선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억지되지 않는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이 만일 추가로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경우에는 북미관계개선은 물론 인도적 대북식량지원, 경제제재 완화 등 미국이 준비중인 광범위한 대북지원활동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대해 북한이 기존입장을 되풀이했음은 물론이다.

한·미·일 해법찾기에 골머리

그러나 북한미사일 문제의 해결책이 ‘난망’ 하다고 해서 협상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게 한국과 미국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한국으로서는 미사일문제가 김대중정부가 추구하는 ‘포괄적 대북포용정책’의 성패여부를 가늠할 가장 큰 고비이기 때문이고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미사일개발을 중지시키지 않으면 인도와 파키스탄, 중동국가 등의 핵무장과 장거리미사일개발을 제지시킬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문제에 극도의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본 등 3국은 긴밀한 협조체제아래 해법찾기에 골몰하고있다. 그리고 미미하긴하지만 해법의 단초가 될만한 조짐을 이번 협상에서 찾아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협상대표단은 이번에 기자와 만나 “북한은 외화벌이를 미사일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수출 대신 다른 방법으로 외화를 얻을 수 있도록 미국기업의 북한내 투자 등 경제제재를 완화해 주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북한에 마냥 돈과 식량만을 내주고있다’는 미국내의 비판적 여론 때문에 ‘금전보상’은 불가능하지만 금전보상에 버금가는 효과를 줄만한 차선책을 찾아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이스라엘식 해법’을 참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식 해법이란 북한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판매한 스커드미사일로 곤욕을 치른 이스라엘이 92년 북한과 비밀리에 접촉, 스커드미사일의 대중동판매를 중단할 경우 평북운산금광을 매입하는 등 대북경제지원을 해주겠다고 한 것을 일컫는다. 당시 북한과 이스라엘의 협상은 성사직전까지 갔었으나 이를 눈치챈 미국이 ‘대북경제지원불가’를 주장하는 바람에 결렬됐었다.

수출 중단에 따른 손실 ‘보상’이 돌파구 될수도

북한은 최근까지도 미사일수출로 매년 1억달러정도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수출중단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반대급부를 현금지원이 아닌 형태로 지원해줄 경우 협상의 돌파구는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관계자는 이에대해 “평양협상당시 북한측 협상단도 아닌 김계관외무성부상이 미측대표단을 이례적으로 만찬에 초대하는등 환대해줬다”며 “96년 시작이래 1년에 한번씩 ‘연례적이고도 형식적’ 으로 열리던 협상이 앞으로는 보다 자주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전하고있다. 또 미국협상관계자도 “북한이 그간 미사일 부품과 장비는 물론 개발기술까지 파는 바람에 수입국들이 자체생산 기반을 구축, 북한미사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게다가 북한이 같은 종류의 미사일을 사거리만 연장해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경쟁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사일장사가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있어 북한이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미사일협상도 어차피 여타 대북협상처럼 정치·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당근’을 주고 해결해야하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며 “이를위해서는 북한의 미사일개발·수출중단으로 이득을 보는 국가들, 예를들면 한국을 비롯 미국, 일본, 이스라엘 등이 적절히 비용을 분담하는 이른바 제2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식 해법도 아이디어차원에서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간한국 199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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