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진시황의 분서갱유`, `중세 마녀사냥`, `히틀러의 대학살` 그리고 `1950년대 초반 미국의 메카시즘` 등 이들 일련의 역사적 사건과 공통점이 있는 우리나라의 법은? 답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면, 힌트로서 보통 이들의 공통점 두 개가 소개된다. 하나는 `기본 질서` 수호라는 미명하에 적대적 실체를 가정하고 집단적 히스테리를 일으켰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본질을 벗어난 대상 또는 상대적으로 약한 개인을 희생양으로 택했다는 점이다.

◆ 그래도 모른다면 이 법이 악법인 이유를 몇 가지 대겠다. 먼저, 이 법은 한국인의 표현 및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법이다. 한때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이 법의 제재를 받았다. 둘째, 유엔 인권위원회가 1992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법을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궁극적으로 폐지되어야 함을 권고한 바 있다. 셋째, 6.15 남북공동선언과 활발한 남북교류로 사실상 사문화 되었음에도 아직 살아서 법률적용의 공평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 이 법의 역사와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이 법은 일제때 치안유지법을 모체로 만들어졌고, 1948년 12월1일 제정 공포되었고, 1980년 전면 개정, 1991년 부분 개정 등 여러 번 개정의 역사를 거쳤다. 이 법은 `반국가 활동`, `찬양 고무`, `반국가 단체`, `국가기밀`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너무 모호해 이른바 `이어령비어령`이다. 그래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 확보를 목적으로 하지만 정권안보와 이데올로기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 마침 1일 이 법이 제정된지 55주년을 맞아 한 단체에서 참여정부에서의 이 법의 피해 현황을 조사.발표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올해 2월25일부터 11월25일까지 9개월 동안 이 법의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는 58명으로 집계되었다. 구속자 58명 가운데 7조(찬양.고무 등) 위반으로 구속된 사람은 54명으로 전체 구속자의 93.1%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이 법에 의해 11기 한총련이 다시 이적단체 유죄판결을 받았고, 송두율 교수가 3조(반국가단체 가입) 위반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 이 법은 자기 생일에도 맹위를 떨쳤다. 제정일인 1일 공안당국은 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자 현 통일연대 사무처장인 민경우 씨를 이 법 위반으로 체포.구금했다. 사문화 되었다는 이 법이 그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큰 사회적 폐악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하나의 레토릭일 뿐이다. 악법은 지켜야 할 게 아니라 폐기되어야 한다. 이쯤 되면, 아니 이미 처음부터 이 법의 이름을 다 알고 있을 터다. 이제 입에 올리기도 수치스럽다. 그래도 우리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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