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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술과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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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2.2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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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그림은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북한 미술작품이다. 1993년 `코리아통일미술전`에 출품되었던 북한 화가 이철의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은 `상봉`이며, 크기는 대략 전지 정도이고 형식은 `조선화`이다. `조선화`가 뭐냐고 성급히 묻지 마라.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다.

▶상봉
이철/조선화/148*111.6/1993

아무튼 이 작품의 오른쪽 상단에는 이렇게 써 있다. `꿈에서 보았어요. 통일의 그 날. 할머니와 아버지가 얼싸안는 그 모습을...` 작품의 제목과 부제를 보면 이 작품이 무엇을 뜻하며 그린 것인지를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작품은 꿈속에서 본 장면을 그림으로 옮긴 듯 하다. 아니 화가는 의도적으로 통일이 되어 이산가족이 만나는 꿈을 꾸어 본 것이다.

흰머리가 조금 보이는 환갑 정도 나이의 아버지와 백발의 할머니가 통일이 되어 만났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는 애써 울음을 참고 있다. 비둘기가 날고 있는 것으로 봐서 평화적인 통일이 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안고 있는 아버지와 안긴 할머니의 자세로 보아 아버지는 북한, 할머니는 남한을 상징할 것이라고 빨간 눈을 두리번거릴 필요는 없다. 작품의 어느 구석에도 그런 상징이나 처리는 찾을 수 없다. 다만 북한 화가가 그렸기 때문에 당연히 아버지가 북한을 상징할 것이라고 여겨도 된다. 그렇다고 기분 나쁠 이유는 없다. 나 같으면 이렇게도 해석하겠다. 아버지가 북한의 상징이라면 할머니는 북한을 낳은 어머니니까...주절주절...아무래도 이건 말이 안되지?

작품의 스타일이 좀 특이하다. `조선화`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좁은 의미의 `조선화`는 북한, 그러니까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머릿글자 `조선`에다가 그림 화(畵)자를 붙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그림`이란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일본에는 `일본화`, 중국에는 `중국화`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동양화를 `한국화`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으니 이해가 쉬울 거다.

기법을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동양화적인 선에다 수채화 물감이나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유화의 텁텁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 간결하면서도 역동적인 맛이 느껴진다. 재미있는 것은 명암의 처리이다. 동양화의 일반적인 인물화는 선과 먹의 농담으로 처리하는데 반해, 선(線)과 농담을 사용하면서 명암도 함께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런 연유로 가볍지 않고 묵직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앞에서 초등학생도 작품의 의도를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북한미술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작품의 뜻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난해한 미술작품만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풍경화나 정물화 같은 형태가 비교적 뚜렷하게 묘사되고 화려한 색상을 사용한 작품이다. 감성이 발달한 민족이라 그런지 쉽고, 단순하며 화려한 그림을 좋아한다. 쉽고 단순하며 화려하다고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미술은 수준이 바닥이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북한 백성들의 밑바닥 정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조선 말기에 전성기를 이룬 민화(民畵)의 단순, 간결, 화려함과도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미술에서는 민화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미술작품이 사람들에게 쉽게 보이려면 일단은 사실묘사가 되어야 하고, 작품의 의도가 직접적이어야 하며, 색상은 화사해야 한다. 이것은 북한 `조선화`의 형식적 특징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통된 형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풍경화나 정물화가 향토적 서정성에 내용을 주로 담고 있는데 반해, 북한의 미술은 내용 면에서는 결코 가벼운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불편해 하는 다른 점이다.

위의 `상봉`이라는 작품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이산가족의 만남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였다. 거기에 단순하되 미려한 색상으로 표현했지만 분단과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며, 평화와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쉬운 방법으로 전달하려는 것은 북한미술의 한 특징이다.

나는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과 논리도 필요하지만 감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남북교류에 있어 문화 체육교류를 앞세우는 이유도, 이산가족을 찾고 만나는 일도 바로 마찬가지이다. `상봉`이라는 작품이 우리가 북한미술을 처음 만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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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애독자 () 2001-02-24 12:00:00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심규섭님의 직설적이고 명쾌한 해설이야기와 훌륭한 그림을 함께보며 남북통일을 이야기하니 통일문제가 훨씬 편안하게 풀려나가는것 같네요.
님의 글과,소장하신 그림을 계속 더 보았으면 합니다..
아무튼 다른 사이트에서 볼 수없는 통일뉴스만의 특징이 느껴지는 멋진 코너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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