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 (경실련통일협회 고문, 통일뉴스 상임고문)



신년 초 북한에서 발표된 신년사를 대신하는 공동사설 내용과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중국 방문을 둘러싸고 이른바 `신사고` 또는 `중국식 개방`을 북한이 추구하는 것으로 보도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인 부시정권의 한반도 정책과 연결시켜서 해설하는 등 이러저러한 혼선들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몇 가지로 정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첫째 신년을 맞이해서 발표된 공동사설과 북한 언론에서 표현되고 있는 용어들에서 이른바 `신사고`에 대한 문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1월 1일 공동사설에서는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이 20세기를 총화 평가하고 새로운 21세기에 대해 언급한 점이다.

북한의 새로운 용어들은 `신사고` 개념과는 다른 것

사설에서는 20세기를 한 마디로 말해서 <빛을 잃었던 우리 조선이 주체사상의 조국으로 영웅 조선, 천리마 조선으로 존엄 떨친 영광의 세기이며 우리식 사회주의가 승승장구하여 온 긍지 높은 세기이다. 고난의 행군을 단행하여 우리의 이념, 우리의 제도, 우리의 위업을 끝까지 고수하고 세기의 마무리를 잘한 것은 우리 당과 인민의자랑이다 라고 평가하고, 21세기는 <역사의 풍파속에서 검증된 김정일 동지의 정치가 전면적으로 꽃펴나는 영광스러운 세기이며 우리 조국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으로 위용떨치는 보람찬 세기이다라고 전제하고, 새 세기는 혁신적인 안목과 기발한 착상, 진취적인 사업기풍을 요구하는 세기이기 때문에 낡은 관점에서 벗어나 참신하게 사고하고 더 높이 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상 교양사업을 해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실효성 있게 하고 경제조직사업을 해도 실리가 나게 효율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21세기를 맞이한 북한의 입장에서 북한 인민들에게 내용과 형식 그리고 방법에 있어서 생동하고 새로운 관점과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세기에 해온 모든 사업과 방법들을 21세기라는 새로운 세기의 요구에 맞도록 요구성을 높이며 과거에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관행과 제도들을 대담하게 고쳐 나갈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노선상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기에 부합되는 사고와 관점을 요구한 것이다.

21세기는 다 알다시피 과학기술의 시대이며 그를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모든 것이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간 북한에서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문제라고 볼 수가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사상과 과학기술, 총대 등이 강성대국의 3대 기둥이라는 것을 얘기한 바 있으며 과학기술 발전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참신하게 사고해야 한다는 것 등의 북한의 용어들은 `신사고`와는 전혀 개념이 다르다. 신사고라고 할 때 소련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중국 등소평의 개혁개방노선 등을 지칭할 수가 있는데 북한의 신문 사설 등에서 새로운 용어들이 나왔다 하여 그것을 신사고로 연결시킨다는 것은 비약된 해석과 잘못된 관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경제정책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노선변화로 볼 수 있는 신사고 개념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둘째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중국 방문을 지나치게 북한의 개혁개방정책과 연결시키고 있는 점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있어서 그간 소원했던 것이 지난 해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통해 새로운 친선과 선린우호관계로 전환하게 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작년 북-중은 `우리식` 사회주의와 `특색있는` 사회주의에 서로 견해일치를 이룸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강택민 당 주석과의 만남은 국가간 정상회담이 아니라 당의 총비서와 당 주석이라는 관계에서 회담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회담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노선상의 문제가 일차적으로 토의가 되리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며 그러한 토의에서 두 당의 지도자들은 견해일치를 본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중국은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북한은 중국의 `특색있는` 사회주의에 서로 이해하고 공감과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이러한 것이 전제가 되는 조건하에서 북한과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해 나가는 입장에서 서로 협력하고 선린우호관계를 한층 발전해 나갈 것에 합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밖에 두 당의 지도자들은 국제 정세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등 관심 있는 분야에서도 완전합의를 보았다고 볼 수가 있다. 예컨대 사회주의에 대한 노선상의 문제가 합의된 것으로서 양당관계는 새로운 차원에서 협력해 나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것이 전제가 되어 21세기를 맞이하는 첫 달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주의라는 노선상의 문제에 있어서 양당이 견해일치를 본 조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상해를 비롯한 포동지구를 방문했으며 중국의 특색있는 사회주의 노선에 대해서 찬사를 보낸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장은 중국이 특색있는 사회주의 건설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방법상의 하나로서 자본주의 나라들과 개혁개방 정책을 추구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상해지구를 참관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마치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추구하기 위해서 상해 지구를 비공식 방문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견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창조해 나가려면 어디까지나 현실적 상황을 바탕으로 출발되기 마련인 것이다.

북한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경제 강국을 추구해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시장이 붕괴되고 자본주의 시장만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로 비(非)사회주의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모색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러할 경우 북한은 북한자체의 대내외적인 현실적 바탕에서 출발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중국과 같이 자본주의 나라들과의 경제 교류협력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사회주의를 추구해 나가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먼저 발전시켜 나가는 정책을 추구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 말해서 그간 중국에서 이룩된 과학기술적 성과들을 북한과의 합작 또는 그밖의 방식으로 협력관계를 맺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그밖의 자본주의 나라들과는 북한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협력관계를 맺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개방은 중국식 개혁개방이 아닌 자주적 개방

요컨대 우리식 사회주의를 추구해 나가는 북한으로서는 개방의 경우 자주적 개방이 될 것이며 북한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개방과 협력모델을 창조해 나갈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식 개혁개방과는 거리가 멀며 그렇게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방법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한반도에 대한 주변 4강들의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북미간의 적대적 관계의 해소가 부시행정부 출범으로 지연되고 있는 상태이며, 북일 관계 역시 획기적인 개선전망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북한이 비사회주의 나라들과의 경제협력에서 신중을 기할 것이 틀림없다. 또한 중국과는 달리 외부로부터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없다.

한편 우리가 관심을 돌려야 할 점은 북한에게 개혁개방을 요구하고 그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6.15공동선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의 실천을 통한 민족대단결, 그리고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 그리고 양 제도가 공존하는 바탕위에서 민족중심의 통일국가를 어떻게 성취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우리 나라 경제가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에 무방비 상태에서 휩쓸려 나감으로서 초국적 자본과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빈부의 격차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자아내게 하는 무제한적인 개방화정책에 대해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자주적 민족통일 위업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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