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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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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11.29  2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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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
-KAL858기 실종사건 16주기에 즈음하여


1. 고통의 세월이었던 지난 16년, 우리들은 쉬임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서울로 날아오던 비행기 속에서 그리운 가족들과의 상봉을 눈 앞에 두고 기쁨에 들떠 있었을 우리의 사랑하는 남편과 형제, 부모와 아들딸들이 졸지에  하늘 위 저 어딘가로 사라져 갔던 그 날로부터 꼭 16년이 되었습니다.

그 16년간은 우리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신과 유품 하나도 찾지 못하고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망연자실 지냈던 기막힌 세월이었으며, 그들을 못내 잊지 못해 눈물지으며 외로움과 슬픔에 지쳐 살아왔던 고통의 세월이었습니다. 115명 귀중한 생명의 희생을 군정연장의 호재로 악용한 인면수심의 위정자들에게 우리들은 위로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한낱 반공궐기대회에 동원되어야 할 인형들이었고, 그들의 추악한 의도에 저항하는 가족들에게는 감시와 탄압이 퍼부어졌던 한많은 인권유린의 세월이었습니다. 폭파살인범이라는 김현희는 권력찬탈극의 일등공신으로 대접받으며 호의호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물로 빼앗긴 우리들은 용도폐기된 부속품 대접을 받았던 비정의 세월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진상규명을 위해 싸웠으나, 탄압과 외면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무력함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던 분노의 세월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 모든 아픔을 딛고, 기어이 흑막 속에 가려진 음모의 진상을 밝혀내어 가신 분들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며, 음모의 책임자들을 역사와 국민 앞에 끌어내고야 말리라는 굳은 결심을 품고 일어서고 또 일어섰던 의지와 용기의 세월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은 지난 16년간 쉬임없이 음모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호소하고, 탄원하였으며, 기자들을 만나고, 당국자들을 면담하고, 농성도  시위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는 묵살되거나 외면당하고 심지어 탄압받기도 하였고, 진상규명의 날은 요원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았습니다.

우리들이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진상규명활동을 흔들림 없이 진행해 왔던 것은 이 일이야말로 가신 분들에 대한 살아남은 우리들의 도리이기도 하거니와, 추악한 음모에 의해 또 다른 생명들이 희생되는 비극이 다시 없도록 하는 길이며, 그럼으로써 뒤틀리고 찢겨진 이 나라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우리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기어이 진상을 밝혀내고야 말 것입니다.


2. 국민들의 힘으로만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KAL858기 실종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들의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있었던 천주교 사제님들의 선언이 기폭제가 되어 국민들 속에서 이 사건의 진상을 해명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참여정부의 간판 밑에 개혁을 외치는 국정원이 우리들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진상규명 요구에 타당한 답변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협박하고 은폐공작에 몰두하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실망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우리들은 오직 진상규명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동참이 있어야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굳게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를 내놓고 국민들과 함께 이를 반드시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1) 정부는 뒤늦게나마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 국민 앞에 그 실상을 낱낱이 공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최근 국정원은 기존 수사결과가 일부 잘못되었다는 것을 자인하면서도 그것은 초동수사의 잘못에 불과한 것처럼 호도하였지만, 사실상 기존 수사결과는 이미 무너진 것입니다. 이제 의혹은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헛된 은폐공작을 그만두고 당장 재조사에 착수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데에서 선구적 기여를 한 소설 ‘배후’의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고소 및 소송제기는 진상규명활동에 대한 탄압일 뿐입니다. 즉각 사과하고 소송을 철회하여야 합니다.

(2) 이 사건의 진상을 아는 관련자들은 양심선언을 하여야 합니다. 특히 김현희는 더 이상 국민들을 속이지 말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고백하여야 합니다.

(3) 언론인들에게 호소합니다. 언론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부디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온 국민들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여전히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어리석은 언론인과 언론사가 있습니다. 조갑제 기자는 진상규명활동을 하는 우리들을 ‘선동에 넘어가 부화뇌동하는 일부’라고 모욕하였고, 동아일보는 진상규명활동의 정당성을 어떻게든 훼손해 보려고 발버둥쳤습니다. 방해활동을 중단하고 사과하여야 합니다. 

(4) 정치인들은 문제의 중대성을 깊이 깨닫고, 우리들의 천추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보다 중요한 민생문제, 이보다 막중한 국사가 있을 수 없습니다. 

(5) 온 국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오직 국민들의 힘으로만 진상규명을 이룰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도와주셔야 가신 분들과 우리들의 한이 풀리고, 우리의 역사가 바로 잡힐 것입니다. 우리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시고, 진상규명활동에 대하여 물심양면의 격려를 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진실과 정의를 찾고 역사와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노력에 동참하여 주시길 발랍니다.  

200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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