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연식기자 = 해방 전 심리소설을 주로 썼던 소설가 최명익(1902.7∼1972.10)의 해방 이후 활동에 대해 북한의 문학 전문잡지 `조선문학`이 자세히 소개했다.

평양을 무대로 활동했던 최명익은 해방 전 이효석, 유향림 등과 문학단체 `단층`을 조직해 활동하다가 지난 36년 단편소설 `비오는 길`로 등단했으며, 김동리 등 순수문학 문인들과 어울리면서 단편소설 `무성격자`(1937), `봄과 신작로`(1939), 창작 소설집 `장삼이사`(1941) 등을 발표했다.

북한의 문학 전문잡지 `조선문학`(2003.7)에 따르면 최명익은 6.25전쟁 이전에는 주로 시대상황을 반영한 작품을 썼고, 전후에는 역사소설에 관심을 돌렸다.

해방 이후 북한에서 문예총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북한 국어교과서인 `우리말` 편찬에 참여하는 한편 북한의 개혁정책 찬양, 서민들의 생활 등을 다룬 작품을 주로 창작했다.

단편소설 `마천령`(1947)을 비롯해 `담배 한 대`(1946), `맥령`(1946), `제1호`(1947), `남향집`(1948), `공동풀`(1948), `기계`(1949) 등이 당시 그가 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해방과 함께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던 중 6.25전쟁을 맞은 그는 당시 북한의 문학인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작품을 주로 썼다. 그는 북한군의 투쟁 등을 소재로 한 `조국의 목소리`(1951), `기관사`(1951), `소년 권동수`(1952) 등을 내놨다.

전쟁 후 그의 관심은 시대상황을 반영한 작품에서 역사물로 옮겨갔다.

잡지 `조선문학`은 "최명익은 지혜와 정열을 다 바쳐 역사소설 창작에 전력했다"면서 "우리 문단의 역사소설에 뚜렷한 자국을 새겼다"고 밝혔다.

그는 1956년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장편 역사소설 `서산대사`를 창작했고 이후 중편역사소설 `임오년의 서울`(1962), 단편역사소설들인 `섬월이`(1962)와 `음악가 김성기`(1962), `학자의 념원`(1962), `떳떳한 사람 이야기`, `지리학자 김정호`, `론개이야기`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또 만화사화(史話)집 `행주산성싸움`, `의병장 정문부` 등도 창작했다. 사후에는 유고작품인 장편역사소설 `리조망국사`가 발행되기도 했다.

`서산대사`와 `임오년 서울`은 북한에서는 드물게 1993년 재판(再版)되기도 했다.

그는 역사소설을 쓰려고 `이조실록`, `병서`, `징비록`, `평양지`, `임진록` 등 다양한 역사서적을 탐독하고 묘향산 유적 등 역사유적을 일일이 답사하는 열정을 보였다. 주변 동료들이 역사서적을 탐구하는 그에게 `전기를 쓰려고 하느냐`고 농담을 건낼 정도였다고 잡지는 전했다.

그는 노년에 소설 창작을 접고 농촌에 내려가 `글에 대한 생각`(1960) 등 신인작가 양성을 위한 글을 쓰는데 여생을 바쳤다.

그의 노년 생활과 관련, 이 잡지는 해방 전에 두 딸을, 6.25전쟁 때 아들을 잃었고 부인마저 갑자기 사망해 정신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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