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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투병, 비전투병` 논의 속에 가려진 `본질`
송정미 기자  |  jmsong@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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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11.14  2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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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안에 대한 윤곽이 나왔다. 3천명 이내의 재건지원 중심, 즉 비전투병 중심 파병을 청와대가 확고한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최근 이라크 파병안에 대한 논의 속에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본질은 어느새 물밑으로 감춰진 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 국방부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냐만 있을 뿐.

이를 지켜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도 언론의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 `국방부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냐` 식의 경쟁적 보도는 파병에 대한 본질은 물론, 국민들의 판단까지도 흐려놓고 있다. 마치 비전투병 파병은 침략전쟁에의 동참이 아닌 듯이 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인 듯 말이다.

지난달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원칙적 파병 결정을 전격 발표한 후, 정부는 파병규모와 성격, 지역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을 여러 루트를 통해 흘렸다. 언론은 이를 받아쓰며 국민들의 관심을 정부내 이견으로 몰아갔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3천명 내로 재건지원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정부내 이견을 정리해 내는 그림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파병은 더 이상 아무 문제도 없는 듯한 `착각`속에 빠져든다. 그리고 파병은 이제 전제가 돼 버렸다.

하지만 파병을 결정하기 전에도, 파병을 결정한 후에도 이라크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전쟁은 `침략전쟁`이라는 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상황은 급변해 미국은 종전 선언을 한지 6개월만에 다시 `사실상 전쟁` 상태임을 시인했다. 

더군다나 지난달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9박 10일에 걸쳐 이라크의 바그다드, 키르쿠크, 아르빌, 모술, 나시리야 등 이라크 6개 지역을 방문해 조사활동을 벌인 2차 이라크 현지조사단의 결과 보고는 전투병, 비전투병을 떠나 파병 자체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임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만복 조사단장은 "종전 이후 6개월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 등 동맹군에 대한 소규모 공격이 매일 발생함으로써 치안상태가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조사단이 면담한 이라크 지도층 인사 중에서는 "비전투병이라도 과격세력들의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파병 자체가 위험한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민중들에게는 우리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는 순간,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사법 연수생 500여명이 `미군의 이라크 전쟁이 자위권 행사와 무관한 것으로 헌법 5조 1항에 규정된 국제평화주의에 반하는 침략전쟁이며 파병 군인들의 행복추구권도 침해한다`며 파병 결정은 위헌이라고 이라크 파병 반대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간에 법조인들을 비롯해 파병 반대를 주장했는 이들이 지적해왔듯 우리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평화 재건`을 위한 목적으로 비전투병을 중심으로 한 파병을 결정한다 해도 그들은 이미 침략전쟁에 동의하는 침략자와 같이 취급되는 것이다.

또한 전쟁 상황에서 비전투병 중심의 파병은 현실적으로 전투병 파병보다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을 지키기 위한 전투병을 파견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전투병 파병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압력이다. 다른 나라에서 파병 결정을 철회하고, 파병을 미루고 있는 시점에서 파병 결정을 한 한국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방한을 앞두고, `한국군의 파병은 한국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허바드 미 대사는 비전투병 중심의 파병 논의로 무게 중심이 쏠리는 가운데, 13일 미국은 전투병 파병을 원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으며, 오는 17-18일 제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차 방한하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도 파병 `압력`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즉, 앞에서는 한국 정부의 자주적인 선택을 얘기하지만, 직.간접적으로 대규모 전투병 파병 요구를 한국측에 전달하고 있으며, 그 압력은 계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정부의 파병 결정으로 미국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따라서 이미 파병을 결정한 우리에게 `선택`이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언론이 `전투병, 비전투병`을 논하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혼탁하게 할 때 우리는 점점 파병의 목전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더 이상 전투병, 비전투병을 가지고 국민의 눈을 혼탁하게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론은 정부의 파병 결정을 고정불변의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이 전쟁이 침략전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비전투병 파병도 위험한 상황임을 알릴 의무가 있다. 이것이 바로 정론의 역할이 아닐까.

그리고 한미동맹 속에서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정부도 더 이상 언론을 부채질 해 파병 결정이라는 잘못을 비전투병 중심의 파병으로 덮어 버리려 해선 안될 것이다.

지금은 오직 `파병이냐, 아니냐`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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