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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202인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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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11.13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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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김현희 KAL858기 조작의혹사건의 진상에 대해 공개 답변하라
천주교 사제202인선언


1. 국가정보원은 김현희 KAL858기 조작의혹사건의 진상에 대하여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지난 11. 3. 우리 천주교 사제들 115인은 1987. 11. 29. 발생했던 김현희 KAL858기 사건의 조작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국정원은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폭파범 김현희가 북한공작원이라는 사실은 물론 당시 안기부의 수사발표내용이 조작되었다는 대책위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국정원은 사건수사발표에 있어 역사와 국민 앞에 단 한 점의 부끄럼도 없고, 대책위나 가족측에서 원한다면 언제든지 제기하고 있는 의혹부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나 입장을 밝힐 용의가 있고, 아울러 각 언론에서도 사실왜곡으로 인한 국민들의 인식혼란이나 국가기관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보도시 각별히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라는 요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우리 사제들은 참회하지 않는 국정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하여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국정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진심으로 충고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합니다.

가. 무엇보다도 먼저 국정원은 사건 희생자 가족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해야 합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에서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 한마디도 없이 그저 사건조작의혹을 부인하는 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역사와 국민 앞에 단 한점의 부끄럼도 없다"고까지 강변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6년간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절규하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국정원이 보여준 태도는 마치 범죄자들을 대하는 식이었고, 감시하고 회유하며, 분열시키고, 탄압하고, 능멸하고, 모욕을 가하는 등  가족들의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하였습니다.

국정원은 폭파살인범이라는 김현희는 일등공신으로 대접하고, 가족들은 입막음 대상으로 취급했던 어처구니없는 행동부터 사죄해야 마땅합니다.


나. 국정원과 정부 당국은 KAL858기 사건의 조작에 대한 국민적 의혹 제기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하고 공개적으로 답변하여야 합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사건 당시부터 제기되어 온 합리적인 의문들에 대하여 오로지 은폐와 묵살, 탄압으로 대응해 왔고, 그렇게 진상규명을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의혹은 더욱 더 쌓여가고,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믿음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우리 사제들이 보기에, KAL858기는 폭파되었다고 하면서도, 어디에서도 희생자들의 사체나 유품 한 가지도 찾아내지 못하였다는 사실, 바로 이 점부터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또 김현희가 북한이 파견한 공작원이라는 것과, 수색과 수사, 희생자에 대한 보상과 사망 처리 등에 대한 정부 당국의 태도는 여전히 의혹투성이입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가족들과 국민들의 정당한 의혹 제기에 대하여 그저 수사발표는 사실이라고만 반복하면서 아무런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채 또 다시 해명되었는 식으로 추상적인 말장난만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11. 3. 사제들의 1차 기자회견에 대하여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명예훼손 운운하면서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나 볼 수 있는 보도지침과도 같은 언론통제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진실을 계속 은폐하기 위한 신보도지침과 다름없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국정원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공언한 바와 같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나 입장을 밝힐 용의가 있다고 하였으니, 차제에 국정원은 물론 김현희 본인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인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진상조사의 장을 마련할 의무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희생자 가족들이 지난 16년간에 걸쳐 처절하게 외쳤던 진상규명의 요구를  묵살하고, 탄압해왔던 과오를 반성하고,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진상규명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즉시 진상재조사에 착수해야만 합니다.

2. 정부 당국은 `수지킴 사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정원은 불과 2년 전 `수지킴 사건`이 단순 살인사건이었음에도 북한이 저지른 납치기도사건인 것처럼 발표하였고, 그후 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하여 계속하여 진실을 은폐하다가, 결국 조작사건으로 밝혀지자,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다시는 그러한 조작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기에 이른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우리 사제들이 보기에는, 이 사건도 수지킴 사건과 맥락을 같이 하는 천인공로할 조작사건입니다. 그 규모나 양상에서 수지킴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흉악한 희대의 모략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KAL858기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정원은 스스로 먼저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건의 진상을 스스로 밝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가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 우리 사제들은 이와 같은 의미에서 지금까지 제기되어 온 의혹 중 우선 다음 2가지의 의혹에 대하여 국정원이 먼저 공개적으로 답변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지금 제기하는 의혹에 대하여 또 다시 국정원이 아무런 답변 없이 묵살한다면, 그것은 국정원 스스로 조작을 자인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습니다.

(1) 정부가 KAL기 폭파범이라고 발표한 김현희는 가짜입니다.
왜냐하면,
(가) 김현희가 자신이 북한에서 자랄 때 찍었던 사진이라고 제시한 사진 속의 인물들은 김현희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진에 나타난 인물들은 모두 `동그란 귀` 모양을 가지고 있으나, 김현희의 귀 모양은 속칭 `칼 귀`로서 서로 다른 인물임이 너무나 명백합니다.
(나) 김현희가 자필진술서나 기자회견 등에서 사용한 용어 중에는 `TV`, `속죄`, `약주병`, `밧데리`, `조선항공기`, `변소`, `환승로비`, `여자경찰관` 등은 북한에서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자필 맹세문에 쓴 `규율`이란 단어가 북한에서는 `규률`이라고 쓴다는 지적을 받자 당국은 맹세문의 용어를 황급히 고쳐 발표한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2) 김승일의 부검 감정서를 보면, 김승일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 김승일은 사망 당시 오른 쪽 갈비뼈 5대가 일렬로 부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약앰플을 깨물고 청산가리 독약가스를 흡입하여 즉사하였다는 김승일의 오른 쪽 갈비뼈 5대가 왜 일렬로 부러지게 되었는지 해명하여야 합니다.
(나) 김승일의 기도와 식도에는 담배필터와 독약앰플이라고 추정되는 유리조각이 동시에 흡입되어 있었습니다. 수사발표대로라면 청산가리가스 흡입으로 즉사할 수밖에 없었던 김승일의 기도와 식도에서 어떻게 필터와 유리조각이 동시에 발견될 수 있었던 것인지 해명하여야 합니다.

나. 국정원은 1998. 10. 14. 왜 스스로 이 사건을 `북풍의혹사건`이라고 지목하며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하였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국정원은 그 당시 이 사건을 총풍, 안풍, 세풍사건과 함께 또 하나의 `북풍의혹사건`이라고 지목하며 그 내막을 철저하게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국정원이 이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하였다면 국정원 스스로가 이 사건이 기존의 수사발표와는 다른 흑막이 있음을 인정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국정원은 우리 사제들과 진상규명대책위의 의혹 제기에 대하여 이제와서 사실무근이라면서 발뺌만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왜 스스로 의혹이 있다고 인정하여 놓고는, 이제와 다시 부인하는 것인지 설명하여야 합니다.

다. 국정원은 이 번에 수사발표에 단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공언하였지만, 그것은 참으로 몰염치한 강변입니다.

국정원은 2001. 12.에 이미 스스로 발표했던 수사결과에 잘못된 점이 있음을 시인한 사실이 있습니다.

(1) 국정원은 당초 김현희의 아버지가 앙골라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수산대표 김원석이라고 하였으나, 2001. 12.에 와서 그것은 김현희의 진술을 그대로 발표한 것으로서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실토하였습니다. 결국 수사발표의 잘못을 자인한 것입니다.
(2) 또한 국정원은 김현희가 오스트리아 빈의 남역(동유럽발 열차 도착지)이 아니라, 서역(서유럽발 열차 도착지)에 도착한 사실, 암파클링 호텔 603호가 아닌 322호에서 묵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히며, 수사발표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자신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까지 강변하는 국정원의 뻔뻔함에 측은함이 느껴집니다.

다시 한 번 충고하는 바입니다. 국정원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거듭하지 말길 바랍니다. 가족들과 우리 사제들, 진상규명시민대책위는 이 엄청난 사건과 관련하여 합리적 근거도 없이,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막연하게 의혹을 제기하여 국민들을 혼란시키는 것이 아니며, 정부당국의 권위를 고의적으로 훼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진의는 정부 당국이 진정으로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고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의 기관이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규명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이제 국정원은 진정으로 검고 어두운 과거로부터 탈피하여 부정한 권력의 하수인이 아니라, 국민의 보호자요 벗으로서 거듭나 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고백하여야 합니다. 온 국민과 역사가 국정원의 새 출발을 지켜 볼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 정부는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면 재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 정부는 전두환, 노태우, 안무혁(당시 안기부장), 이상연(당시 안기부차장), 정형근(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 수사책임자) 등 당시 사건조사 당사자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 국정원, 검찰은 당시 사건 관련자료 일체를 공개하고 의혹에 대해 소상히 해명해야 합니다.
- 정부는 공개토론회와 김현희에 대한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진상 규명을 위한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2003년 11월 11일
김현희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 20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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