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는 `북한 위협`의 완화가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지적이 중국의 한 북한전문가에 의해 제기되었다. 중국 국무원 개발연구센터의 챠오 후지 연구원은 12일, 중국은 북-미관계의 진전이 한반도 평화에서 열쇠라고 전제하고, 미국이 관계 개선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NMD는 북-미관계 경색 초래해

AFP통신은 챠오 후지 연구원의 이같은 주장을 12일 보도하면서, 부시 신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망(NMD)를 구축하려는 것은 북한의 개방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챠오 후지는 "중국과 러시아는 NMD를 저지하는데 북한을 카드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개방.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정부의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며, 현안문제를 협의할 경우 상호주의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반면, 북한당국은 부시정부의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비난하면서도 "신의"로 나올 경우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NMD를 "핵미싸일 독점권을 차지함으로써 세계의 다극화를 지향하는 대국들을 견제하고 세계제패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미국 "보수강경세력"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노동신문, 2.11). 부시 정부는 NMD에 반발하는 중국, 러시아, 유럽 우방국들에 대해 방어용임을 애써 강조하면서 북한 등 소위 "불량국가들"의 장거리미사일 공격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위협 인식과 무관하게, NMD가 갖고 있는 재정적, 기술적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져 실현가능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2일 NMD가 예산, 정치, 외교면에서 엄청난 `비용`을 각오해야 하는데도 미국의 안보와 외교에 `이득`이 되기에는 까마득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 국방부 문서와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을 인용해, 부시 임기 만료 전에 대규모 NMD가 구축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챠오 후지 연구원의 판단에 의하면, 북한이 남한과 급속히 통일할 수는 없으며 경제발전이 김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김 위원장의 접근도 경제 개혁과 개방을 위한 조건 조성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의 이같은 대중, 대러 접근은 답보상태에 있는 대일, 대미관계로 초래될 수 있는 고립상태에 대응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개혁개방 위해 대외관계 개선 추진

챠오 후지는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가 미국의 대북 투자를 이끌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남한은 물론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경제기구의 투자와 일본의 배상이 가능한 길을 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장애물은 북한내 고위 관료와 군부라고 지적하면서, 경제개혁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헌이 북한언론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김정일 위원장은 신년 공동사설을 비롯, 관영언론들을 통해 당.정 간부들이 "신사고"를 가질 것과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에 대해 "천지개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이 (중국과의 많은 조건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국의 경제발전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2일, 김정일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은 북한이 중국모델을 토대로 경제개혁으로의 전환을 확실한 목표로 삼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신문은 북한이 젊은 인재의 기용과 중국·러시아로부터의 지원 및 협력 확대, EU 등 선진국들과의 국교수립 등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동당이 북한의 새로운 경제개발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1980년 이후 개최되지 않고 있는 노동당대회의 개최가 임박하고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챠오 후지 연구원은 제7차 노동당대회가 몇 달 후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면서, 거기에서 김 위원장이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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