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1시 15분 정동 성프란체스코회관에서 `김현희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천주교 신부 115인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우리는 희생되신 115인 한 분 한 분이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분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며 부활의 기도를 바칩니다!"

가톨릭 신부 162명이 KAL858기 사건 피해자 115명을 위해 사제로서 피해자 한 명 한 명과 `기도결연`을 맺고 부활의 기도를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관련자료] 천주교 사제 115인 선언 보기

3일 오전 11시 15분 서울 정동 성프란체스코회관 4층 강당에서 `김현희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천주교 신부 115인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진민 천주교 통일후원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현희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병상 신부(몬시뇰)는 인사말을 통해 "국민 대부분이 당시에 정부에서 발표한 것을 순수하게 그대로 받아들였고, 나 역시 이 일을 맡기 전까지도 조금도 의혹을 갖지 않았다"며 "오직 가족들만이 16년동안 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의혹을 풀고 명예를 되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사망이 아니라 생사를 모르는 실종이라는 이유로 흰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사진은 자리를 함께한 통일광장 소속 비전향 장기수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김병상 신부는 "사실을 알게된 우리 사제단은 앉아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심정"이라며 "그러한 끔찍한 사건이 조작이라면 밝혀서 죽은 분들의 한을 풀어주고, 가족 분들의 상처도 밝혀주는 것이 신부들이 사명"이라고 규정하고 "조작인지 아닌지 밝혀내는데 모두 같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차옥정 가족회 회장.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차옥정 KAL858기 가족회 회장은 초동수사에서 블랙박스를 찾아내지 못한 점을 비롯해 2001년 안기부측과의 면담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점 등을 자세히 거론하고 "우리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고 다 끝난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가족은 한 가지도 끝난 것이 없다"며 "도움을 주시고 협조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호소했다.

162명의 천주교 신부들은 인천교구 김영욱 신부가 낭독한 `김현희 KAL858기 조작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 115인 선언`을 통해 "오늘 천주교 사제 115인은 성서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새삼 고백하며 신앙과 양심으로 115인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불의한 권력과 세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사제들은 "북한이 파견한 공작원이 항공기를 폭파했다는 이 사건은 조작의 의혹이 짙"다며 "이 사건은 지난날 안기부 등이 위기에 처한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낸 김대중 납치사건, 최종길교수 고문치사사건, 이른바 인혁당 관계인사 고문조작 사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수지킴사건 등 각종의 암살과 테러, 조작사건과 완전히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김영욱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사제들은 ▲김현희는 가짜다 ▲정부는 형식적 수사만 했다 ▲KAL858기가 폭파되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전면 재조사 ▲전두환, 노태우, 안무혁(당시 안기부장), 이상연(안기부차장), 정형근(대공수사국장, 수사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 ▲사건 관련자료 일체 공개와 의혹 해명 ▲김현희 기자회견 개최와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천주교 신부 115인 선언`이 제기한 의혹


1. 정부가 KAL기 폭파범이라고 발표한 김현희는 가짜라는 사실입니다.
(1) 김현희가 자신이 북한에서 자랄 때 찍었던 사진이라고 제시한 사진 속의 인물들은 김현희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진에 나타난 인물들은 모두 `동그란 귀` 모양을 가지고 있으나, 김현희의 귀 모양은 `칼 귀`로서 서로 다른 인물임이 너무나 명백합니다.
(2) 김현희가 자필진술서나 기자회견 등에서 사용한 용어 중 `TV`, `속죄`, `약주병`, `밧데리,` `조선항공기`, `변소`, `환승로비`, `여자경찰관` 등은 북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또한 김현희가 썼다는 자필 맹세문의 `규율`이란 단어가 북한에서는 `규률`이라고 쓴다는 지적을 받자 당국은 맹세문의 용어를 황급히 고쳐 발표한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3) 정부는 김현희의 아버지가 앙골라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수산대표 김원석이라고 발표하였으나, 확인 결과 그러한 인물도 그러한 직책도 없었음이 밝혀졌습니다.
(4) 수사발표에 나타난 김현희의 행적에 대해 일본기자가 조작임을 제시하자 김현희는 그 뒤 자기가 썼다는 수기에서 수사 당시 발표된 행적을 슬그머니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5) 김현희는 정예공작원으로서는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수 있는 증거들을 소지하고 다니는가 하면, 도주할 수 있었음에도 도주하는 시늉만 내다가 체포되었다는 사실 등입니다.
(6) 김승일과 김현희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그 어떠한 증거도 없습니다.

2. 정부는 이사건에 대해 사실상 형식적 수사만을 했을 뿐입니다. 미리 각본에 의한 것이기에 수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1) 항공기 사고시 블랙박스 수색은 기본인데도 블랙박스 수색을 위한 기구를 투입하지도 않고 블랙박스를 찾으려는 그 어떠한 구체적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2) 사고 비행기가 미얀마의 카렌족 지배지역에 불시착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그 지역을 수색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수색 지역을 안다만 해역으로 바꾸었습니다.
(3) 정부는 형식적으로 유품과 잔해에 대해 수색하는 시늉만 내다가 10일 만에 수색을 포기하고 철수해 버렸습니다.
(4) 사고 항공기 잔해라고 발견하여 정부가 증거로 제시한 구명보트는 조작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3. KAL858기가 폭파되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1) 이란-이라크 전쟁 중 경비가 삼엄한 바그다드 공항에서 비행기에 폭발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2) 김현희가 설치했다는 폭발물(C4 350g: PLX700cc) 의 종류와 양으로는 항공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정도의 폭파가 불가능합니다.
(3) 당시 김현희의 행적을 유심히 살폈던 교체 승무원들은 모두 김현희가 그러한 종류의 폭발물을 들고 탑승하지 않았다고 증언하였습니다.
(4) 정부는 일본인 여권을 가진 김현희 일행을 오스트리아 빈에서부터 바그다드를 거쳐 아부다비까지 계속 미행, 감시하였다고 하였는데, 어떻게 김현희가 그러한 보안검색을 피해서 비행기 안에 폭발물을 설치할 수 있었겠습니까? 보안상식상 모순입니다.


이어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심재환 민변 변호사와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배후`를 쓴 서현우씨를 비롯해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 김호순, 임옥순씨 등이 답변에 나서 이 사건의 의혹을 제기했다.

심재환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에 관한 일체의 서류에 대한 행정정보공개 처분을 요구했으나 서울지검이 거절해 법원에서 행정소송이 진행중이며, 재작년 국회에도 재조사를 청원해두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소설 `배후`의 서현우 작가.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서현우 작가는 당시 안기부의 공식 수사발표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김현희가 공작지령을 받고 평양에서 모스크바로 출발했다는 일시에는 비행편도 없었고 모스크바에서 부다페스트로 갔다고 주장한 시점에도 운항된 항공노선이 없어 모든 행적 자체가 베일에 쌓여있고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일본 공안당국은 `마유미`가 일본에서 출발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으나 안기부는 수사 결과발표에서 여권 스탬프가 가짜였다고 발표한 사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모 언론사의 한 기자는 84년, 87년 당시 김현희와 김승일이 `하치야 마유미`와 `하치야 신이치` 명의의 여권으로 전 세계를 여행했다면 여권에 찍힌 소인을 통해 이들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관련 자료의 입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족회 임옥순씨.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실종자 김덕봉(당시 현대건설 전무, 45세)씨의 부인 임옥순씨는 88년 1월 13일 한 무역중개상이 KAL 잔해에 대해 제보하고 사후 보상금을 요구하며 안내하겠다는 제안을 정부가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등 수사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규탄하고, 김현희와 공범으로 발표된 김승일의 부검 결과 갈비뼈 5대가 부러지고 청산가스 앰플 파편이 식도와 기도에서 동시에 발견된 것은 "(독약을) 강제로 먹였다는 것을 뜻한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김현희 KAL858기 사건 대책위원회` 부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가족들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번이 실패했다고 설명하고 "이제야말로 여론과 국미의 관심을 촉발할 기회가 왔다"며 언론의 협조를 각별히 당부했다.

KAL858기 가족회와 김현희 KAL858기 진상규명 대책위는 오는 29일 사건 16주기를 맞아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 위치한 위령탑 앞에서 16주기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며,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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