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는 가짜다
[저자] 노다 미네오 [역자] 최은미
[출판사] 두리 미디어
최근 `KAL858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일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野田峯雄)`씨의 『파괴공작』이라는 책이 『김현희는 가짜다』라는 제목으로 두리 미디어에서 번역 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는 가짜다- 김현희의 거짓말과 미스테리 추적』
제목이 시사하듯 이 책은 지난 87년 발생한 KAL 858기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다.

굳이 이 사건을 `실종사건`이라고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유해나 유품, 기체 잔해 등이 발견되지 않은 탓인데, 저자 노다 씨도 책의 후기에 `KAL 858기 국가 음모 행방불명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저자 노다 미네오씨는 사건 직후부터 약 2년 반 동안 취재여행을 하며 의혹을 파헤쳐 일본잡지 `주간포스트`에 연재한 뒤 1990년 5월에 이 책을 발간했고, 이 책은 KAL 858기 실종사건에 관한 한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저자 노다 씨가 남과 북에 특정한 이해관계가 없는 일본 기자출신 프리랜서로서 선입관 없이 사실 취재 방식으로 사건의 의혹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과 사건 직후부터 추적에 들어가 증언자나 관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책보다도 KAL 858기 사건의 의혹 해명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노다 씨는 일본인답게 1부에서 먼저 KAL 858기 폭파범으로 발표된 김현희, 김승일이 하치야 마유미와 하치야 신이치라는 일본인 위조여권을 이용했다는 대목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그는 여권을 `도용`당했다는 하치야 신이치를 집중 인터뷰하며 뭔가 어색한 대목들을 많이 발견했으며, 또다른 하치야라는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을 추적하다 결국 방콕의 외팔이 첩보원 미타니 타다시라의 갑작스런 죽음까지 알게 된다.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의혹의 단편들이 결국 "잠재하고 있던 작은 그림자가 점차 하나의 거대한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2부는 김현희의 자백에 근거해 김현희와 김승일이 KAL 858기 폭파공작을 위해 평양을 출발해 바레인에서 체포될 때까지의 경로를 저자가 그대로 따라가며 현장을 하나 하나 확인한 취재여행의 내용이다.

그는 당시 안기부가 발표한 부다페스트의 북한 비밀아지트 전화번호는 유치원 사무실 전화번호이고, 김현희가 묵었다는 베오그라드 메트로폴리탄 호텔 603호실은 회사 사무실로 이용되는 곳이라는 등 숱한 거짓을 밝혀냈고, 김현희와 김승일 외에도 다른 남자 동행자들이 있었다는 증언도 채록할 수 있었다.

저자는 김현희와 김승일이 `굳이` 도망처로는 불리한 바레인을 선택한 점이나 정작 독약 앰플을 먹지도 않은 김현희가 `의자 위에서 괴로워 한` 이유 등 숱한 의혹을 제기하며 김현희가 오히려 김승일에게 독약을 먹였을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한 마디로 김현희의 증언은 허점투성이고 명백히 많은 거짓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이 책은 KAL 858기 실종사건에 대한 어떤 결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숱한 의문들을 하나하나 사실과 대조해 거짓을 들추어내고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희미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들에게는 "저희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그것은 이 사건의 발생원인과 경과에 대한 명백한 진상조사입니다"라는 `대한항공 858 가족회` 차옥정 회장이 책머리에 쓴 글귀가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을 것이다.

현재 저자와 출판사간의 저작권에 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서점매장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반드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