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민족평화축전)이 벌써부터 정부의 통제 강화로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 제주 국제공항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은 비행기 활주로에서 내려 제주도민은 물론 취재진들과도 접촉이 통제된 속에서 도착성명을 발표하고 곧바로 숙소인 라마다 프라자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이 때문에 분단 반세기 만에 `4.3의 성지`인 제주땅을 밟는 북측 대표단은 환영나온 제주도민의 따뜻한 환영조차 받지 못하고 썰렁한 분위기 속에 숙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이같은 통제는 지난 8월말 대구에서 열렸던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의 보수단체의 반북시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미연에 통제를 강화한 탓인 듯 하다. 특히 북측이 이번 축전 대표단 규모를 축소 통보한 것은 신변안전 보장을 강하게 촉구한 뜻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이 요구한 것은 강화된 통제 속의 신변 안전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족의 만남에, 민족 화해의 길에 더 이상 이를 역행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며,  이는 곧 갇힌 안전을 원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동안 몇 차례의 남북공동행사 취재에서 만났던 북측 인사들은 지난 2002년 서울에서 열렸던 8.15남북공동행사에 대해 항의성 발언을 자주 얘기하곤 했다.

즉 북측 손님들을 남쪽에 불러놓고, 호텔 안에서 북측 대표단보다도 더 많은 공안관계 직원들에 둘러싸여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할 수 있느냐는 얘기였다. 북측이 남측 주최측에게 기회가 닿는 대로 이 문제를 상기시키며 시정을 요구하는 모습을 취재 중에 종종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 축전도 시작부터 정부의 통제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북측의 대표단 규모 축소, 남북 총리급 이상의 고위급 인사 불참 등으로 이번 축전이 애초 남북 합의시의 기대에 못 미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같은 정부의 철저한 통제는 행사를 더욱 위축시기고 결국 작년 8.15남북공동행사 때의 양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앞선다.

정부는 북측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 할 필요가 있다.
남측의 잣대로 북측의 요구를 재단해버리면 이번 축전이 갖는 `민족 화합`이라는 의미조차도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대한 남측 조직위의 무책임한 태도도 이를 한몫 거들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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