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북녘유적답사단 대학생 대표, 성균관대학교 사범대 학생회장)


만나자마자 부여잡은 두 손
십년지기 친구인 양 끝없이 나누던 젖은 눈빛
우리는 한 민족 우리는 한 핏줄

갈라져 살아온 반백년
가득 고인 눈물에 흐르는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하나

▶북녘 아이들과 함께 [사진 - 이보람 제공]

비행기 창 너머로 보이는 평양은 올망졸망한 집들이 모여있는 잘 정리되어 있는 농촌이었다. 그토록 그리던 평양 땅. 통일조국에 살아갈 우리 땅이기에 감격에 겨워 비행기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청년학생들의 눈 언저리에 눈물이 어리던 순간이었다. 중심부로 접어든 평양의 느낌은 잘 계획된 활기찬 도시라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거리에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상쾌했던 것은 비단 내 기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곳을 그 누구도 미국이 다음상대로 지목하고 있는 전쟁상대국이라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로 평화롭고 활기찬 평양에서의 우리의 첫 일정은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사진 - 이보람 제공]

거리 곳곳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많은 사람들에 가슴 한켠이 아련해오지는 것을 느끼며 도착한 곳은 평양소년궁전. 후대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이북의 교육은 어떨까하는 궁금증과 이남사회에서 들었던 수많은 이북의 교육을 둘러 싼 논란을 떠올리며 궁전에 들어섰다. 흥겹게 울리던 가야금 소리와 아이들답지 않은 예쁜 수예물, 하나하나 자세를 교정해주며 성심껏 가르치시는 선생님. 그리고 어린이들 솜씨로는 믿기지 않는 공연까지.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서 [사진 - 이보람 제공]

어쩌면 우리는 이북사회에 대해 너무 몰랐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두 번째 날 묘향산으로 갔을 때에도 같은 느낌이었다.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체 국민들의 것이라며 작은 선물이라도 소중히 보관해 놓은 국제친선전람관에서도 그러했고, 넷째 날의 대동강 유람과 김일성 종합대학 방문에서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들 또한 같은 민족을 대하며 그저 우리의 눈으로 함부로 오해하고 재단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외세가 우리 민족을 전쟁으로 위협한다면 언제든지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며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대하던 모습이나 아름답게 꾸며진 대동강에 소풍 나온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와 다른 북한"은 어디에도 없었다.

▶백두산 천지 [사진 - 이보람 제공]

북녘에서의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셋째 날 평양에서 고려항공 편을 통해 백두산을 갔을 때였다. 때마침 맑은 날씨 속에서 천지는 나에게 크게 외치고 있었다. 청년의 기상은 바로 지금 내 조국이 처한 현실을 바로 보는데서 떨쳐지는 것이며 이러한 청년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 아름다운 산천이 다시 전쟁의 참화속에 휩싸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청년학생들이 가장 앞에 서서 잘리운 한반도의 허리를 이어달라며 장대한 백두산이 우릴 향해 온 몸으로 외치며 천지를 울리고 있었다. 이러한 울림은 내 마음에서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하자고. 이제 헤어지지 말자고...

▶`우리는 하나, 민족은 하나` [사진 - 이보람 제공]

이러한 통일에 대한 마음은 일정이 진행되면서 점점 더 구체화되었다. 단군왕릉, 보현사, 대성산 남문, 동명성왕릉,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등을 돌아보며 이북에서는 항일운동을 자랑스러워하고 민족의 뿌리를 지키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접한 여러 유적들은 나에게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을 느끼게 했다. 내가 남녘에서 왜 이러한 유적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그저 막연히 느껴왔던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게되는 순간이었다.

▶단군릉에서 [사진 - 이보람 제공]

넷째 날의 상봉 모임은 가장 감동스러운 시간이었다. 나흘 간의 여정을 함께 하며 조선학생위원회 김책공대 위원장 선생님이나 김책공대 대학생이라는 깜찍하고 당당한 대학생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미 통일이 된 듯한 생각이 들 때였다. 또한 평양 단고기집에서 서로 흥이 맞아 노래도 부르고 기차놀이를 하던 중에 만난 접대원 선생이 나와 같은 나이라는 것을 알고 흐르던 눈물과 따뜻한 손의 온기 속에서 이렇게 잘 통하는 우리가 왜 헤어져 있어야 할까라는 감상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던 중이었다. 상봉모임에서 우리는 모두 많은 대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춤을 추며 이유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음날이면 다시 떠나야 하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지. 이러한 모습으로 학생대표라며 단상에 앉아서 여러 선생님들과 나누던 이야기는 이미 감동을 넘어선 통일을 이루자는 큰 결심이 되었다. 짧은 상봉모임. 그러나 눈물을 지우며 다시 만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던 우리 가슴에는 이미 통일의 씨앗이 꽃이 되어 활짝 피어있었다.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 앞에서 기념사진  [사진 - 이보람 제공]

북녘유적답사에서 느낀 점을 이 짧은 글에 적는다는 것이 글솜씨가 부족한 나로서는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연도 상반기,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가속화되어 가는 가운데 이남에서 진행되었던 전쟁을 대비한 대규모 훈련이나 이라크 파병에 섭섭한 마음을 나타내는 북녘의 대학생들에게 그것이 내 잘못인 것 같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로 모르고, 우리 민족의 힘을 합치는 것이 한반도에 영구한 자주와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서로 교류하고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남포에서의 서해관문을 보며 이북이 경제건설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느꼈으며 그 주축이 되었던 청년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주체탑  [사진 - 이보람 제공]

조국을 위한 삶을 가장 멋진 삶이라 여기는 것이나,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자신만만한 모습, 우리와 같은 소비문화가 익숙치 않은 분위기, 경제적 어려움에도 생소함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우리와 이북을 다르게 가르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부족한 점은 서로 배우고 내세워 줄만한 것은 서로 내세우며 사소한 차이보다 우리 민족이 같은 핏줄이라는 당위성으로 이제는 만나야 한다. 한반도에 전쟁이 없도록 하는 데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

▶[사진 - 이보람 제공]
우리는 마지막날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는 우리 민족의 통일을 우리가 먼저 만들자는 다짐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만나기만 해도 행복한 우리가, 갈리워 살아야 하는 오늘을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통일하자는 청년의 기세로 가슴 벅찬 통일조국 내일로 만들자." "우리 민족의 숭고한 뜻에 따라 만들어져 지금의 통일분위기를 만들어 낸 615남북공동선언을 움켜쥐고 온 겨레가 통일을 향해 함께 달려가자." 이것이 우리 북녘유적답사단, 청년학생의 다짐이다.


꿈같던 마지막날
우리의 눈에 어리던 빛은
갈리운 우리민족의 오늘이 아니다

내일에 사는 우리 통일에 사는 우리
평화를 사랑하는 긍지 높은 우리 민족
헤어지지 말자는 뜨거운 의지이다

얼마남지 않은 통일의 그날
세상의 주인이 될 우리의 힘으로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하나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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