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변화.발전한다.` 변증법적 유물론의 유명한 첫 명제다. 꼭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개는 역사가 발전하고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대북 불만론자들은 유독 `북한만은 변하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를 내 왔다. 이에 대해 북측은 `우리에게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마라`고 못박았다. 꼭 그러한 `변화`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남측 국민의 대북인식과 북측의 평양개방 등에서 그 어떤 변화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 26일 통일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이 `국민의 정부 5년간 우리 국민의 대북인식의 변화`와 관련해 지난 5월 시민 1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면접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98년의 경우 긍정적 대북인식이 37.2%, 부정적 인식이 54.4%이었던 반면 2003년에는 긍정적 인식이 52.5%, 부정적 인식이 39.7%로 역전됐다. 또한 1998년의 경우 북측을 협력대상으로 본다가 24.8%, 경계대상으로 봐야 한다가 40.6%였으나 올해 조사에서는 협력 대상이 36.9%, 경계대상이 27.2%로 나타났다.

◆ 그런데 특히 놀라운 건 최근 북미간에 군사적 대결로까지 치닫고 있는 이른바 `북핵문제`에 관한 인식이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관련, 핵무기 보유(11.2%)보다는 대미협상 제고(40.4%)와 체제위기 극복 수단(45.5%) 등 선의(善意)의 응답이 무려 85.9%로 나타났다. 게다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한미협력(34.7%)보다 남북협력(58.7%)이 더 높게 나왔다. 이는 최근 남북간의 화두인 `민족공조냐, 한미공조냐`에 대한 일말의 답이 된다.

◆ 남측의 대북인식의 변화에 화답하듯 북측의 변화도 뚜렷하다. 물론 북측은 `우리식` 개방을 하고 있다. 최근 북측은 `혁명의 수도` 평양을 열었다. 지난 8.15민족대회 때 남측 대표단은 평양 지하철을 참관함으로서 자연스럽게 평양시민들과 `조우`했다. 이번 달 15일 남북분단 이후 최초로 직항로를 통한 민간인 평양관광이 이뤄져 계속 진행중에 있다. 그리고 10월말경 `제주 통일민족평화축전`을 위한 백두산 성화 채화식 일정(9/27-10/2)중에 평양관광이 있으며, 또한 개천절 남북공동행사 일정(9/30-10/5)과 류경정주영체육관 기념행사 일정(10/6-10/9)중에도 평양관광이 `필수적`으로 있다.

◆ 이처럼 남측 국민의 대북인식의 변화와 북측의 평양개방 등은 무언가 더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북한도 남한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측 국민의 대북인식의 변화는 북측의 변화만이 아니라 당사자인 남측 국민도 변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대북 불만론자들은 여전히 `북한 불변론`을 주장할 터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의 초점이 남북이 가까워지고 미국을 멀리하는 데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민족공조의 단초로 해석한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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