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서 가장 큰 설움과 고통이 뭘까? 두 가지를 대라면, 하나는 가고 싶어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설움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은커녕 바른 일을 했는데도 억울하게 누명을 쓴 설움일 터다. 그런데 한 인간이 하나도 아닌 이 두 가지를 다 갖고 있다면 그 설움과 고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 두 가지를 다 갖출 법한 이른바 `해외 민주인사`들이 대거 귀국할 예정이다.

◆ 이들은 군부독재시대로 불린 유신시대와 5,6공시대인 1970-80년대에 일본, 유럽, 미주 등지에서 한국의 민주화와 민족통일운동에 앞장섰던 인사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독재와 반통일에 항거해 해외에서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벌이면서도 `친북인사`, `간첩` 등으로 몰려 고국과 고향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들 해외 민주인사들의 귀향 행렬이 19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다.

◆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는 그간 해외 민주인사의 `조건없는` 귀국을 추진해 왔다. 그 결실로 추진위는 19일부터 22일까지 해외 민주인사 34명을 초청, `9월 한가위 맞이 해외 민주인사 고국방문` 행사를 갖는다. 여기에는 곽동의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의장과 김성수 한독문화원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34명의 해외 민주인사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비롯해 서울, 부산, 광주 등 민주화 성지를 순회하면서 다양한 환영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 또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2일부터 27일까지 `2003 해외민주인사 초청 한마당`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해외 학계, 종교계 인사 등 50여명이 초청됐으며, 23일 청와대 초청의 간담회도 예정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민주인사들이 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귀국을 허용한 일은, 이들 인사들의 민주화운동이 늦게나마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는 점과  최근 정부당국의 한총련 합법화 및 준법서약서 폐지 등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민주화 발전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 그런데 여전히 귀국이 허용되지 않은 인사들이 있다.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와 통일운동가 김영무씨 그리고 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씨 등 3인이 그들이다. 특히 공안당국은 입국이 예상되는 송두율 교수와 김영무씨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정부가 해외 민주인사들의 귀국허용이라는 어려운 `단안`을 내렸으면서도 유독 이들 세 인사들만은 공안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체포영장까지 발부하는 것은 볼썽 사납다. 모처럼 내린 정부의 `단안`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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