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통일뉴스 상임고문)


6자회담 틀의 본질


원래 북한의 핵문제는 북미간의 문제이며 따라서 북미간의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은 지난 4월 북경에서 있었던 3자회담과 그 연장선에서 확대된 6자회담의 방식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양자가 아니라 다자형식을 통한 회담방식으로 합의하게 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회담을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입장과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미국과의 협상만이 그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이, 서로 맞서서 그의 절충안으로 창출된 것이 3자 또는 그보다 확대된 6자회담이라고 볼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다자회담의 틀속에서 북미 쌍무회담이라는 절충안이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다자회담인 6자회담은 북미간 쌍무회담을 위한 하나의 형식과 틀에 불과하며 회담의 기본적 주체는 북미간의 회담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6자회담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북한과 미국의 기조연설이 6자회담의 핵심내용이며 기타 나라들의 주장은 이미 준비된 것이지만 회담의 기본 주체인 북한과 미국 대표의 기조연설 내용을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6자회담에서의 참가국들의 발언

앞서 지적한 대로 북한과 미국은 다자 틀 속에 양자회담이라는 데 합의를 함으로서 6자회담이 개최되었는데 회담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각 나라들의 연설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8월2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내용과 그간의 과정들을 살펴볼 때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는 입장과 또한 자위력 강화를 위한 핵무기 개발의 불가피성이라는 두 가지 내용을 밝힌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바꿔지지 않는 한 핵무기 개발 나아가서 핵보유국으로의 진입을 강조했을 것이며, 한편 미국이 북한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가침 확약과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고 다른 나라와의 경제협력을 방해하지 말고 나아가서 외교관계가 수립되고 경수로 제공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을 보상한다면, 미국이 우려하는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것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괄타결 방식은 `단계적 동시 이행` 원칙에서 서로 상응한 조치를 취해 나가는 방향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계획을 가시적인 검증에 의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방식에 의한 핵개발을 포기하면, 안전담보와 정치경제적 혜택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잇다는 것, 즉 지금까지의 `선핵포기, 후 대화`라는 입장을 재강조한 것으로 되어 있다.

기타 참가국들은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핵문제에 대한 평화적이며 포괄적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경제협력 문제, 6자회담의 필요성 등 외곽적이며 변죽울림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다 알다시피, 지구상에 핵무기 보유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8개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핵 보유국중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한 것은 미국뿐이다. 기타 핵 보유국들은 핵무기 사용보다는 자위적 군사력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어느 주권국가이든 자기 나라의 안전보장 문제를 최우선시 하고 그에 일차적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안전보장의 위협 정도에 따라 거기에 상응하는 자위적 군사력을 강화하기 마련인 것이다. 예컨대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인도가 핵개발을 하게되자 파키스탄도 그에 맞서 핵개발을 서두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지난 역사적 경험은 물론이며 오늘날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이라크를 침략한 것과 또한 미국의 비호하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한 것을 볼 때, 특히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들은 자위적 군사력 강화에 모든 힘을 경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인 것이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동서냉전이 이미 해체된지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남한 땅에 해외 주둔 군사력중 가장 많은 군사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또한 북한을 `테러지원국`, `악의 축`, `핵선제공격 대상국`으로 규정을 하고 핵선제 공격을 위한 소형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첨단무기로 재무장하고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통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북한이 그에 대처하기 위한 자위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켈리 특사가 방북했을 때 북측 강석주 제1부부장이 "핵무기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 한 것도 가지게 되어있다"라고 한 말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다 알다시피, 열강들에 의해 빼앗긴 자주권을 되찾고 그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제기된 민족사적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해방후 반세기 역사에서 북한은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민족의 자주권을 확보했으며 오늘날 그것을 우리 민족 전체의 것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선군정치`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의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만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오늘날 부시 행정부는 과연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만을 문제의 초점으로 삼고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핵무기 다음에는 미사일 개발과 판매, 화학무기, 재래식 군사력 또한 이른바 비군사적인 `인권문제`, `마약거래`, `위조지폐`, `납치` 나아가 체제문제까지를 계속 트집잡아 문제시할 것이 분명한 것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계속하면서 관계개선을 사실상 안하려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집약할 수가 있는데,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완전히 포기하면 그로부터 파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미국 중심의 세계지배질서 확립에 반대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그것은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가 실현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추진코자 하는 새로운 군사전략에 큰 차질을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 남한을 비롯한 일본 등지에서의 미군 주둔 명분이 사실상 상실되며 이 지역에서의 미군기지의 철수문제까지 연결된다.

또한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이 이미 남북이 합의한 대로 남북한 계선으로 바꿔지고 유엔사는 해체될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한미군은 철수를 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부시 행정부는 아시아지역에 대한 MD체제 구축과 함께 이미 계획하고 추진중에 있는 21세기의 새로운 군사시스템 구축에 차질이 오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반세기 이상 지속해 온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미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6.15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가 통일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둘째, 북일관계의 정상화를 지적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에 발표된 평양선언은 부시 행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실현될 수가 없었는데 북미간에 관계정상화는 필연적으로 북일간의 관계정상화로 연결된다. 이렇게 될 경우 동북아 질서는 구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으며 동북아에 대한 새로운 안보 틀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일군사동맹을 축으로 하는 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는 사실상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기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이상과 같은 두 가지만을 예상하더라도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적대시정책을 계속 해야 될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요컨대 미국의 본심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바꿀 수가 없으며, 이라크 침략에 대한 막중한 정치군사적 부담과 혼란 그리고 국내정치, 예컨대 부시 정권의 재창출과 관련 부시의 지지도 하락 등으로 약간의 유연성을 보일 수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계속 지금과 같은 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진정코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또는 `핵선제공격 대상국`, `테러지원국` 등에서 제외한다는 입장표명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적대정책을 그대로 두고 6자회담에 응했다는 것은 북한에서 주장하는 최소한의 요구, 예컨대 국제사회에서 주권국가들간의 관계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 즉 불가침문제도 못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과 사전 접촉한 프리챠드 회담대사가 강경파의 압력에 의해 사임햇으며 켈리를 비롯한 미국대표단을 강경파 일변도로 구성했다는 것은 미국이 6자회담에서 기존의 강경정책을 계속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로 봐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이른바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확실하게 포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계속해서 대북 적대시정책을 추구하는 한 북한은 핵개발 나아가서 핵보유국으로의 과정을 밟을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기 때문에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정치.군사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주권침해라는 엄중한 상황하에서 그에 대응키 위한 자위력 강화, 예컨대 핵개발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 즉 우리 민족의 자주권 확보와 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봐야 할 것이다. 핵개발 그 자체를,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핵의 위협은 핵으로만이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국제사회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6자회담은 앞으로도 계속 개최될 수도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남과 북 우리 민족이 `우리민족끼리`라는 기치하에 6.15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민족공조와 민족대단결 그리고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남북이 하나가 되어 민족의 자주권을 지켜나갈 때 어떤 외세의 간섭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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