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27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린다. 이번 6자회담은 짧게는 지난해 10월초 켈리 미 특사의 방북후 불거져 나온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발언`부터 그리고 길게는 1994년 북미간 제네바합의를 전후한 `제1차 북핵위기` 시기부터 지금까지, 북미간 핵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대결의 정점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고도의 긴장감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6자회담이 북미간 군사적 긴장의 해결판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대결 차원의 개정판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문제 해결을 바란다면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본질에 천착해야 한다. 북미간 핵문제 공방의 본질은, 북한은 대미 자위력 조치를 통한 체제수호 입장에서 핵개발을 했을 개연성이 있고,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반(비)확산정책이라는 명분아래 북한을 `불량국가`, `테러지원국`, `악의 축`, `핵선제공격 대상국` 등으로 규정한 데서 파생된 문제라는 점이다. 양국은 핵 관점에서 그 차원과 성격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그 유일한 해결책은 핵개발의 원인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을 내와야 하는 것이고 이는 곧 미국이 취한 일련의 대북정책의 전환 내지 포기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약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게 도덕성과 선심을 바랄 수도 요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양자가 한 테이블에서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통해 공평한 교환을 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핵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먼저, 이번 회담의 형식이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참가하는 6자회담이라는 점이다. 핵문제의 본질은 미국의 대북 시비에서 파생된 만큼 북미 양자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듯이 참가국들의 다양한 의제 제시와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또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북미간에 상호 신뢰가 쌓여있지 않다는 점이다. `백년숙적`, `불구대천의 관계`라는 말에서도 나타나듯 양국은 1950년 6.25한국전쟁 이래 군사적 적대관계로 불신 상태에 있어 왔다. 따라서 양국은 협상과 동시에 신뢰회복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몇 가지 우려되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의 성과나 해법이 전혀 무망한 것은 아니다. 먼저, 이번 베이징회담이 형식은 6자회담이지만 그 과정중에 북미 양자회담이 들어 있고 또 핵문제 본질상 양자의 담판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한을 비롯한 4개국은 북미간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함께 `중재자`와 `조정자`로 자임했고, 남한도 `민족공조 대 한미공조, 한.미.일 3국공조`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지만 분위기 조성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일본인데 일본은 `납치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국내여론 무마용으로 판단된다. 4개국이 북미회담을 도와줘야 그런 연후에 남북관계와 북일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중국도 한반도에서 그 역할을 인정받을 것이다. 또한 그래야만 일본과 러시아가 바라는 동북아 안보질서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다음으로, 모든 협상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이번 6자회담 역시 일방이 타방을 완전 제압하는 방식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해결을 원한다면 북한과 미국은 서로가 절반씩 양보하든지 아니면 서로가 원하는 최선과 최고를 맞교환하면 되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전환)`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핵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 징표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북미 외교관계 수립 ▲북한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경제 협력 불간섭 등을 제시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법과 상태로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북미간의 이 모든 요구중에서 핵심은 미국의 북미불가침조약 체결 유무다. 이는 앞에서 지적한 북핵문제의 발생원인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의 대조선정책 전환 의지를 확인할 것"이라는 북한의 유력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파월 미 국무장관은 `행정부의 서면보장-의회 결의-다자보장` 방안을 밝힌 바 있고, 이에 대해 북한은 `미 의회의 서면 안전보장이나 주변국들의 집단적 안전보장에 대해 반대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중 일부만 받거나 또는 불가침조약이 아니라 서면보장이나 의회결의 수준이라면, 북한은 핵포기와 관련 `완전한` 방법이나 `검증가능한` 방법 정도에서 합의해 줄 것이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방법에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문제의 `영구적인` 해결은 무망해질 것이다.

따라서 북핵문제를 푸는 유일한 해결책은 북미간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일괄타결` 방식이 되어야 하고 그 실천방안은 `단계별 동시 이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합의는 일괄적으로 크게 하고 실천은 단계별로 나눠 동시에 이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6자회담에 참가하는 국가들 대부분이 이번 6자회담 첫 회담의 목표를 `대화의 모멘텀 유지 필요성의 공감`과 `차기 회담 일정을 잡는 것` 차원으로 보는데, 이는 `생존권`과 `자주권` 차원에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한가로운` 소리일 뿐이다. 아무리 첫 회담이라도 의미 있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분명 핵문제를 푸는 과정은 다소 장기성을 요하겠지만, 그 장기성이 낙관적 해결을 향할지 아닐지는 이번 27일부터 열리는 베이징 6자회담 첫 회담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첫 회담에서 남한을 비롯한 4개국은 북미회담을 돕고, 그리하여 미국이 북미불가침조약 체결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이른바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회담을 계속 이어가는 유일한 수순이자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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