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통일뉴스 논설위원)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 네거리에서는 통일연대, 민중연대 등이 공동 주관한 `반전평화 8.15통일대행진`이 열렸고 이 과정에서 6.15공동선언을 고수 이행하고 진정한 평화, 단결,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남과 북, 민과 관이 주관한 다양한 8.15통일행사

이 행사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통일염원 노동자 대회`, 전국빈민연합이 `광복절기념빈민대회`, 전국청소년단체회의는 `청소년대회`, 평통사는 `8.15자주통일평화군축결의대회`, 종단청년단체들은 `종단청년학생통일대회`를 각각 가진 뒤 종로 네거리로 합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밤 경희대에서는 `8.15민족대회 기념 통일연대 기념대회`, `한국청년 자주통일한마당`, `교사 청소년 통일한마당`, `전국가톨릭대학생협의회 한마당`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6일에도 민주노동당은 `반전평화 자주통일결의대회`, 통일연대 여성위원회는 `여성통일한마당`을 마친 후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진행된 `한반도 전쟁위협 미국반대, 한총련 탄압중단 인간 띠잇기 대회`에 합류하여 `전쟁반대, 미국반대, 6.15공동선언 관철`을 주장하였다.

동시에 이날 평양에서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 통일운동 대표 890명과 평양시민 2천여명이 모여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민족대회`를 열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애국애족정신을 기억하고 6.15공동선언을 민족자주정신으로 되새기자`는 내용의 공동결의문을 발표하였다. 이 자리에서 북측의 홍성남 내각총리는 축하연설을 통해 6.15공동선언의 고수 이행을 강조하였다.

또한 천안 독립기념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3부 요인 등이 참석한 `광복 58주년 8.15경축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지난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만의 합의가 아닙니다. 세계로 향한 평화의 약속이었습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진행중인 각종 협력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다짐하였다.

이 외에도 MBC, 경기도 등의 주최로 도라산역에서 열린 `광복 58주년 기념 평화콘서트`, 민화협과 한겨레신문사 공동으로 한강시민공원에서 개최된 `광복58주년 기념 평화음악회` 등 반전평화를 염원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어졌다.

이러한 여러 행사들에서 결의하고 다짐한 함축된 내용들은, 대체로 오늘의 우리 민족 최대 과제는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것임을 강조하였고, 6.15공동선언의 이행과 실천을 다짐한 것이다. 그리고 대북 적대정책과 한반도 전쟁을 위협하는 미국을 반대하고, 북미간 불가침 조약을 체결할 것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하며, 한국의 전력증강·일본의 군사대국화·한미일 전쟁공조 중단을 주장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8.15행사들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규모에 있어서 민과 관이 함께 각종 형태의 기념대회와 체육경기, 문화행사 등 다채롭게 진행한 행사에 시민과 청소년 학생들이 동참하였다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 그 같은 현상은 곧 민족적 통일의지가 그만큼 대중적으로 성장하고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남과 북 정권당국자의 축사에서부터 시민사회단체 기념행사들의 결의문이나 구호들에 이르기까지 그 담고 있는 내용의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즉 6.15남북공동선언의 이행 실천을 굳게 다짐하고, 전쟁반대와 평화보장 그리고 민족의 자주적 통일이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 민과 관이 주관한 통일행사에서 주장된 내용에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통일의 미래는 밝기 때문이다.

통일염원에 찬물 끼얹는 냉전수구세력

이와 같이 이번 8.15에서 통일을 주제로 한 행사들이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발전적 의미가 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단극복이라고 하는 전민족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냉엄한 현실을 보아야 했다.

8월 15일 오후 `반전평화 8.15통일대행진`이 진행되고 있던 바로 그 시각에 시청 앞에서는 자유총연맹, 이북5도회중앙연합회 등 수구분단세력이 주관한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국민대회` 모임이 그것이다. 냉전시대적 적대의식을 불러일으키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 반북 모임에는 국회 다수야당 대표도 참석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의 정치권과 사회의 한편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냉전수구세력의 구체적 실체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 반통일세력들이 분단 극복과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는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대두되었다.

다시 말하면 냉전수구세력들이 최소한 `과거에는 북한과 적대적 관계였지만 지금은 서로 화해와 협력을 위해 대화하는 상황`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통일운동의 내용과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3년 8.15는 전쟁반대와 평화정착, 그리고 6.15남북공동선언 이행 실천 촉구운동에 남과 북, 시민 청소년 학생 등 광범한 대중이 동참했다는 고무적 현상과 함께 통일운동이 시급히 풀어내야 할 중요한 현안을 확인시켜준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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