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민족화해시대에 동참하라


`어쩌다 한나라당이 북한에 몰매를 맞으면서도 볼멘 소리 하나 제대로 못내나.` 최근 북한이 한나라당에 대해 무차별적인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이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는 걸 비꼬는 말이다. 지금 그 묘한 상황이 대구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대구U대회)에서 북한 선수단과 `미녀 응원단`이 대구시민과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북한의 대 한나라당 공세와 그 이유

최근 북한의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은 아주 노골적이고 집요하다. 지난 연말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몇 차례 공격했지만 수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對) 한나라당 공세는 그 수위와 내용이 심상치 않다.

북한의 대 한나라당 공세의 시발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사망 때부터 본격화됐다. 북한은 지난 8월초 정몽헌 회장의 사망을 "(자살이 아닌) 한나라당이 꾸며낸 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이라며 작심한 듯 한나라당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어 KBS 전국노래자랑 평양공연 참관단으로 방북(9일-12일)할 예정이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의원이나 문광위원이 아니라 자연인 신분으로 와달라`고 해 사실상 방북을 불허했다.

광복절에 보수우익 세력이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개최한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국민대회`에서 인공기 등을 소각한 일이 일어났다. 북한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상징물`을 훼손한 것이다. 근데 일이 더 꼬인 게 그 자리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참석한 것이다. `보수우익=한나라당` 또는 `반민족.반통일=한나라당`이 자연스럽게 성립된 것이다.

북한은 1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에선 미국의 조종 밑에 한나라당을 비롯한 극우 파쇼분자들에 의해 6.15 공동선언과 남북관계를 뒤엎는 극히 위험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최병렬 대표의 8.15국민대회 참가를 소각사건과 결부시키면서 정부당국의 `공식 사죄` 요구와 함께 대구U대회 불참을 시사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과 통일부장관이 `유감 표명`을 하자, 북한은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의 애족적인  결단과 아량으로 북남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 선수단과 응원단의 대구길을 차단하려던 남조선 극우세력들은 메사(헛물을 켜게)하게 됐다"면서 `극우세력=한나라당`을 연상시켰다.

더 나아가 북한측은 지난 20일 대구U대회 참가 도착성명을 통해 "이번에 우리 선수단이 예정된 날짜에 대구에 올 수 없었던 것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불순세력들이 우리의 경기대회 참가를 방해해 나선 데 있습니다"며 한나라당을 정조준하고는, "방해자들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아 나섰지만 우리는 대구에 사는 동포형제들을 비롯한 남녘동포들과 마음을 합쳐 민족의 단합과 통일에 이바지할 일념으로 이렇게 달려왔습니다"면서 대구U대회에는 `손님`이지만 민족화해시대에는 `주인`임을 명확히 했다.

북한이 이처럼 남한내 `내정간섭` 시비조차 무릅쓰고 한나라당에 대해 반감의 차원을 넘어 적대감을 집요하고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북한은 한나라당이 이른바 `북핵문제`로 불거진 북미간 군사적 갈등국면에서 한사코 미국측 편에 서거나 또는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현금지원을 반대하고 대북송금 특검을 관철시키는 등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이자 내용인 민족화해와 교류협력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본때`를 보이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북한의 대 한나라당 직공(直攻)은 남한의 정치역학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북한은 남측 노무현 정부의 6.15 공동선언 이행의지에 대한 불투명성과 소수파인 정부.여당이 야당을 설득.제압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 인식 하에, 한나라당 공격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족화해를 가로막는 것을 `우익보수세력`으로 규정하고 한나라당을 그 `우두머리`로 상정해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세력으로 고립화시키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이러한 전술은 정몽헌 회장의 투신자살로 인한 국민적 동정 정서와 대구U대회의 성공적 개최라는 대구시민과 국민들의 공감을 타고 이뤄짐으로서, 한나라당의 역공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키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딜레마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속수무책이다. 북한의 무차별적인 대 한나라당 공세와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표명`에 대해 이를 즉각적인 이념논쟁으로 몰고 갈 수도 없고, 또 정치적 볼모로 여기는 대구지역이 북한 선수단의 대구U대회 참가와 `미녀 응원단`의 활약으로 아연 활기를 띠며 잔치집이니 재를 뿌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예전처럼 이념논쟁으로 몰고 가자니 대구U대회를 망치자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고 또 가만있자니 `앉아서 맞는 꼴`이 되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한나라당이 불러온 자업자득의 면이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제까지 모든 민족문제와 남북문제를 당리당략 차원이나 이념문제로 다루면서 반사적 이익을 취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 대구U대회에 참가하면서 `핏줄도 하나, 언어도 하나, 력사도 하나, 우리는 하나다`라며 현 상황을 `하나의 민족`으로 몰고 가니 한나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던 이념논쟁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지금 대구정서에 어긋나면서까지 `소신껏` 이념논쟁을 벌일 만큼 `소신`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북한의 한나라당 공격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보수적 성향이자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라는 지역에서 U대회가 열리고 이에 북한이 참가하면서 민족화해 기운이 일어나고 있는 현 상황과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속수무책인 한나라당은, 그간 한나라당이 보인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행태에 대한 부메랑 효과인 셈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향후 한나라당의 입지가 더 좁아지리라는 점이다. 마치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조여드는 수갑처럼, 한나라당이 민족문제를 이념갈등으로 조장하면 할수록 거대한 민족의 무게에 가위눌릴 것이다.

남과 북이 자주 만나 가까워지고 민족이 하나가 될수록 이념문제는 개입될 소지가 줄어들면서, 이에 편승했던 세력들은 고사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민족화해의 기운이 발전하고 통일의 분위기가 달아 오를수록 한나라당의 `이념 논쟁`은 `하나의 민족`앞에 헛말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념상 `보수`를 택할 수 있고 또 그것은 자유다. 그러나 민족문제를 이념문제로 몰아 부치거나 반민족적 행위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한나라당은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맞게 금강산관광사업 등 대북사업을 `민족사업`으로 인식하고 또 북한을 통일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만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민족화해시대에 동참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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