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은 민족문제이지 이념문제가 아니다


보수우익단체들의 8.15행사 때의 `부적절한` 행태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과 정세현 통일부 장관의 `유감 표명`으로 북측이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대구U대회)에 참가하기로 했고, 이어서 20일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이 김해공항에 입국하게 된 것은 대회 자체로 보나 민족적 이익에서 보나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측의 불참가로 인해 대구U대회가 반쪽대회가 되는 것도 볼썽 사납지만 그보다는 이 대회를 통해 남북이 하나의 민족임을 특히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키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북측의 정당한 `사과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당국이 당당히 `유감 표명`을 했다면, 이는 남북간의 좋은 전통으로 될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의미를 높이 사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놓고 일부 보수우익 층에서 이에 반발하거나 더 나아가 일부 수구언론에서 이를 `남남갈등`이니 `보혁갈등`이니 하면서 `세력갈등`과 `이념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에 커다란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문제의 발단은 보수우익단체들이 지난 15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개최한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국민대회`에서 북측 인공기를 불태우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찢은 데서 비롯됐다. 손님을 초청해 놓고 오기 바로 며칠전에 손님측의 상징물을 찢고 소각한 건 분명한 결례다. 오지 말라는 뜻이고 또 오기도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북측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볼 때,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중심`에 대한 비방이나 훼손은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측의 반발과 경고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둘러싼 여러 집단들간의 견해 표출과 아울러 지난 15일 상반된 두 단체들간의 종로-시청앞 집회를 두고, 이를 `남남갈등`과 `보혁갈등`으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사실 `보혁갈등` 그 자체가 우려되는 게 아니라 `보혁갈등`이라 명하면서 결과적으로 갈등 자체를 부추기는 게 우려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유감 표명에 대한 찬반견해나 종로-시청앞 집회의 본질은 결코 `남남갈등`이나 `보혁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남갈등`이란 남쪽 내부에서의 `두 세력`간 갈등을 뜻하는데, 이는 남북갈등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과 동시에 남쪽의 `작은` 갈등을 `커다란` 세력갈등으로 부풀리면서 남남갈등을 남북갈등과 동격에 놓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보혁갈등` 역시 현 상황을 흡사 1945년 해방공간 때의 좌우대결과 이념대결로 몰아가면서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이에 하나의 `세력`으로 편승하려는 불순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종로-시청앞 두 장소에서의 8.15행사나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한 견해 표출 등의 갈등은 `보혁갈등`이 아니다. `북한`을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남쪽 내부문제`나 `이념문제`가 아닌 `민족문제`이자 `통일문제`일 뿐이다. 민족문제 및 통일문제와 관련해 진보가 어디 있고 보수가 어디 있는가. 통일운동에는 진보도 나설 수 있고 보수도 나설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에는 `보혁`과 `이념`이 끼어 들 여지가 없다. 굳이 있다면 `민족 대 반민족` 또는 `통일 대 반통일`이 있을 뿐이다. 결국 민족문제와 관련한 갈등을 보혁갈등으로 몰아가는 언론이나 집단은 자신의 `반민족성`과 `반통일성`을 은폐하려는 처사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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