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자회담을 앞두고 13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결연한 내용의 대미 최후통첩성 담화를 발표해 그 의도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은 담화 모두(冒頭)에서 `미국은 조-미 불가침조약체결 대신 의회가 추진하는 방식의 서면 안전보장이나 주변국들이 함께 안전보장을 해 주는 집단적 안전보장에 대하여 운운`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이라면 회담에서 실질적인 결실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고 못박았다.

◆ 이어 북한은 6자회담에 임하는 취지를 세 가지로 명백히 밝혔다. 첫째,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이 핵문제 해결의 선결조건이라면서 그 구체적 방법으로 ▲북-미 사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가침조약 체결 ▲외교관계 수립 ▲미국이 북한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경제협력을 방해하지 않는 것 등을 제시하고, 이럴 때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실질적으로 포기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둘째, 북한은 미국측에 법적으로 담보하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면서, 이러한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은 `결코 다자회담 참가국들의 집체적인 체제담보나 안전담보에 대한 요구가 아니다`라면서, 그 구체적인 이유로 `미국만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주변 나라들은 전쟁을 반대하고 있으며 이미 우리와 선린우호 관계를 맺고 있거나 불가침을 확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집단안전담보`란 개념은 성립되지 않으며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셋째,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기 전에는 조기사찰이란 있을 수 없으며 상상도 할 수 없다면서 `선(先) 대북 적대정책 포기, 후(後) (핵) 조기사찰`을 주장하고, 이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우리에 대한 핵위협을 걷어 치웠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에 가서야 사찰을 통한 검증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 이번 담화는 지난해 10월초 이른바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수 차례 나온 북한측의 공식 성명이나 담화 중에서도, 그 내용이 가장 강하고 또 시종일관 자신만만하다. 위 세 가지 북한측의 입장은 이제까지 미국측이 북한측에 대해 최대 아량(?)을 베푼 지난 7일 파월 국무장관의 `의회 결의에 의한 체제보장`과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 안전보장` 방안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에 앞서 단순히 기선잡기를 하자는 것일까? 미국측이 긴장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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