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8월 7일 “북한의 안보 문제는 행정부가 서면 보장하고 의회가 이를 결의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런 서류나 서면 보장을 들고 나왔을 때 그것이 조약이나 협정은 아니더라도 의회가 일종의 결의를 통해서 그것에 주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한 해석은 각각일 수 있다. `비록 불가침조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불가침에 대한 보장을 하고 이것을 의회에서 결의한다면 미국이 상당히 양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하고, ‘의회의 결의가 법적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불가침 보장에 대해 믿을 수 없고, 이북 또한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콜린 파월 발언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상.하 양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조약이나 협정보다는 상.하 양원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통과되기 때문에 대북 불가침보장을 의회의 결의 정도로 그치는 것이 미국 행정부로서는 훨씬 부담이 적은 방안이다. 즉 미국 행정부에서는 보다 높은 보장을 해 주고 싶지만 - 즉 행정부 차원에서는 대북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이것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싶지만 - 의회의 통과라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의회결의’라는 제안을 내놓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러한 분석은 잘못된 분석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은 여전히 계속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국은 대북침공을 위시한 한미합동 훈련을 하고 있으며 - 최근 스트라이커 부대의 훈련 또한 그의 일환이다 - 핵문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상정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유엔 안보리에서 이북의 핵활동을 통제하겠다는 의도이며, 이는 이북의 핵활동을 빌미로 해서 이북에 대한 국제적 고립을 시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회비준’이 아닌 ‘의회결의’는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서의 통과를 부담스럽게 생각해서 내 놓은 고육지책이 아니라 ‘대북 불가침에 대한 법적 보장’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 표명인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언론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일보(8월 8일자 5면)는 의회업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부시행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대북불가침 협정 등에 대한 의회의 비준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 관계자는 “그러나 법적구속력이 없는 의회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면 부시행정부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공식적 법적 체제보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하였는데, 참으로 합리적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대북 불가침 의회 결의’를 언급한 콜린 파월의 발언은 `대북 불가침 보장`에 대한 미국의 진실성을 의심케 한다. 파월은 "부시대통령은 우리가 북한 침공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즉 ‘대북 불가침 의회 결의’ 또한 지금까지 부시가 한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인데,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한 붕괴’를 최종목표로 하여 외교적, 군사적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의회의 결의를 통한 대북 불가침 보장’ 또한 ‘북한 붕괴를 목표로 하는 외교적 노력’의 연장이라 할 수 있으며, ‘이북의 핵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대북 불가침 의회 결의’라는 콜린 파월의 발언은 수사적 차원의 대북 공세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파월의 발언에서 그 어떠한 진실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근거없는 비관론도 경계해야 하겠지만 근거없는 낙관은 더 위험하다.

파월의 발언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대한 그 어떤 희망과도, 가능성과도 관련이 없다. 오히려 ‘대북불가침 보장 의회 결의’를 언급한 콜린 파월의 발언은 6자회담의 성사 가능성보다는 실패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북미 불가침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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